14.명시 감상

醉時歌(취시가)/두보(당)-명시 감상 1,724

한상철 2022. 4. 1. 12:54

醉時歌(취시가)

-취했을 때 노래하다

 

       杜甫(두보/唐)

諸公衮衮登臺省(제공곤곤등대성) 지체 높으신 나리들은 요직에 오르고

廣文先生官獨冷(광문선생관독랭) 광문선생 벼슬자리는 홀로 썰렁하네

甲第紛紛厭粱肉(갑제분분염량육) 저택들 즐비한데 쌀밥과 고기반찬 물리고

廣文先生飯不足(광문선생반부족) 광문선생 밥반찬은 늘 모자라지

先生有道出羲皇(선생유도출희황) 선생에게 도 있으니 복희씨에서 나왔고

先生有才過屈宋(선생유재과굴송) 선생에게 재능 있으니 굴원과 송옥을 뛰어넘네

德尊一代常轗軻(덕존일대상감가) 덕행은 시대를 풍미했으나 늘 불우했고

名垂萬古知何用(명수만고지하용) 명성이 만대에 전한 들 어디에 쓰일지 알겠는가

杜陵野客人更嗤(두릉야객인갱치) 두릉의 시골 늙은이를 사람들은 더욱 비웃는데

被褐短窄鬢如絲(피갈단착빈여사) 허름한 옷에 볼 품 없고 수염은 명주실 같네 (10)

日糴太倉五升米(일적태창오승미) 날마다 다섯 되 쌀을 사서 배를 채우고

時赴鄭老同襟期(시부정로동금기) 때로는 광문선생 정건을 찾아 회포 나누네

得錢卽相覓(득전즉상멱) 돈 생기면 바로 서로 찾고      

沽酒不復疑(고주부부의) 술 살 것 다시 의심하지 않지

忘形到爾汝(망형도이여) 체면과 예법 잊고 너나들이에 이르러      

痛飲眞吾師(통음진오사) 흠뻑 마시고 취하면 참으로 내 스승이네

淸夜沈沈動春酌(청야침침동춘작) 맑은 밤 깊어 가고 봄날 술잔 오갈 제

燈前細雨檐花落(등전세우첨화락) 등잔 앞에 가랑비 내리고 처마에 꽃 떨어지네

但覺高歌有鬼神(단각고가유귀신) 소리 높여 부르는 노래에 신기 있음을 깨닫지만

焉知餓死塡溝壑(언지아사전구학) 굶어죽은 시신이 구렁을 메운다는 걸 어찌 알리 (20)

相如逸才親滌器(상여일재친척기) 사마 상여는 뛰어난 재주 지녔지만 몸소 그릇을 씻었고

子雲識字終投閣(자운식자종투각) 양웅은 기이한 글자를 알았어도 끝내 누각에서 투신했네

先生早賦歸去來(선생조부귀거래) 도연명 선생은 일찍이 귀거래사 읊었으며

石田茅屋荒蒼苔(석전모옥황창태) 자갈밭과 띳집에는 푸른 이끼 황량했지

儒術於我何有哉(유술어아하유재) 유가의 학술이 내게 다 무슨 소용이랴

孔丘盜跖俱塵埃(공구도척구진애) 천하의 공자와 도척도 함께 티끌이 된 것을

不須聞此意慘愴(부수문차의참창) 이 뜻 듣고 참담해할 일 없으니

生前相遇且銜杯(생전상우차함배) 살아서 만나면 서로 한 잔 나누는 것일세 (28)

 

- 衮衮: 권세가 대단한 모양. 많다, 수두룩하다, 끝이 없다.  `대감님네들` 또는 `무위도식하는 고관`을 지칭하는 용어로 袞袞諸公이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 臺省: 황제의 정령(政令)을 발포하는 중추기관. 삼성(三省, 中書·門下·尙書)과 어사대(御史臺)의 합칭(合稱). 

- 廣文先生: 나라 현종(玄宗) 때 설치한 문관인 광문관박사(廣文館博士). 

- 甲第: 크고 넓게 아주 잘 지은 집. 제일가는 저택. 

- 粱肉: 쌀밥과 고기반찬. 사치스러운 음식. 

- 羲皇: 삼황(三皇)의 한 사람인 복희씨(伏羲氏). 

- 屈宋: 굴원(屈原)과 송옥(宋玉). 

- 轗軻: 길이 험하여 수레로 가기 힘듦, 즉 고생한다는 말로 때를 만나지 못하여 불우한 처지에 있음을 비유한다(坎軻). 

- 名垂萬古: 명성을 길이 남김(名垂千秋). 이름이 청사에 길이 빛나다(名垂竹帛). 

- 杜陵野客: 杜甫 자신.

 - 短窄: 짧고 좁음. 볼 품 없음. 

- : 쌀을 사다. 

- 太倉: ()의 다른 이름. 

- 鄭老: 광문관박사 정건(鄭虔). <취시가> 杜甫 鄭虔에게 준 . 

- 襟期: 마음속에 깊이 품은 회포(襟懷). 취향과 지조(趣志). 

- 忘形: (초연한 태도로) 자기의 형체를 잊다. (아주 기쁘거나 흥분하여) 평상심을 잃다. (교제나 사교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다. 체면을 잊다. 허물없다. 

- 爾汝: 너와 나(피차 허물없이 쓰는 호칭), 너나들이. 

- 春酌: 봄날 술을 마심(春飮). 봄날 술잔치를 엶(春宴). 

- 溝壑: 구렁. 움푹 팬 곳. 도랑과 골짜기. 죽어서 관곽(棺槨) 없이 제대로 묻히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 相如逸才親滌器:  https://blog.daum.net/songchen/2980953 참조. 

- 子雲識字終投閣: 서한(西漢) 때의 학자 양웅(揚雄, 子雲은 그의 )은 기이한 글자 많이 알아(識字) 태현경(太玄經)을 저술하며 숨어 살았다. 그리고 "오직 적막(寂寞)만이 덕을 지키는 집"(惟寂惟寞 守德之宅)이라며 청백을 고수했다. 나중에 왕망(王莽)이 집권한 뒤 벼슬길에 나섰다가 죄에 연루돼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천록각(天祿閣)에서 몸을 던졌다(投閣). 이에 사람들이 `오직 적막이라더니 스스로 천록에서 몸을 던졌네`(惟寂寞 自投閣)라며 조롱했다. 

- 孔丘盜跖俱塵埃:  https://blog.daum.net/songchen/2596583 참조. 

- 慘愴: 몹시 비통하다. 비참하다. 

- 銜杯: 술잔을 입에 대다. 술을 마시다.

* 참으로 잘 쓴 한시다. 부(賦)에 가깝다. 서정이 듬뿍 들었다.(한상철 주)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해수 경해에서 인용 수정.(2022. 4. 1)

 

* 원대 ( 元代 )  예찬 ( 倪璨 ) 의  < 두릉시의도 ( 杜陵詩意圖 )>  경심 ( 鏡心 ) (1361 年作 ,  水墨紙本 , 41.5×26.2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