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이행(조선)-명시 감상 2,108

한상철 2023. 1. 18. 17:14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렵네 어느 곳에서 술을 잊을까 

 

       이행(李荇, 1478~1534)/조선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술 생각 잊기 어려운 순간이 언제인가

蠻天風雨辰(만천풍우진) 남쪽 하늘에 비바람 몰아치는 날이지

浮休萬里夢(부휴만리몽) 잠시 뿐이었네 멀어진 저 꿈이야

寂寞百年身(적막백년신) 적막하구나 내 한평생이

鬱鬱披襟倦(울울피금권) 울적하여 흉금을 터놓기도 고달프고

沈沈抱膝頻(침침포슬빈) 침통해 자주 무릎을 끌어안고 한숨 쉬네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이때 술 한 잔이 없다면

華髮坐來新(화발좌래신) 흰머리가 그대로 생겨버릴 것이네

 

* 출전; 『용재집(容齋集)』 6권, 「해도록(海島錄)」

* 해설; 이 시의 제목은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로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원조이다. 백거이는 술이 꼭 필요한 인생의 일곱 가지 순간을 포착하여 7수의 시를 지었는데, “술 생각 잊기 어려운 순간이 언제인가[何處難忘酒]”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이때 술 한 잔이 없다면[此時無一盞]~”으로 맺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 시대 문인들이 더러 이 시의 제목과 체제를 본떠 시를 지었다. 그중 이행의 시를 소개한다. ‘용재(容齋)’라는 호로 잘 알려진 그는, 우리 문학사에서 저명한 한시작가로 꼽힌다. 소개한 시는 거제도 유배 살이 때 지은 시를 모은 「해도록(海島錄)」에 실려 있다.

* 다음카페 동래정씨참판공파종중 총무(정효윤) 님 인용 수정.(2023.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