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사진

궁궐과 사람/반산 한상철

한상철 2024. 6. 3. 08:10

白雲一瞬滅(백운일순멸)-흰 구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靑陰十里張(청음십리장)-푸른 그늘은 십 리까지 베푸네 (한상철 작)

2024. 6. 2(일) 덥다. 10;00~ 벗 김기오, 박동렬과 함께 종묘, 창경궁, 창덕궁을 차례로 탐방하다. 새파란 하늘은 흰 구름 몇 점이 오다 가다 한다. 덧없는 삶과, '제행무상'이 뇌리를 스친다. 궁궐 숲은 그늘이 짙어 시원하고, 앵두와 오디가 익어간다. 오늘은 시내 보행을 포함해 많이 걷는다. 약 16,000보.

1. 종묘 순례; 정전(正殿)은 2025. 5월까지 보수공사를 해 관람불가.

2. 창경궁; 잠시 휴식후 숲길 걷다. 춘당지 산보 생략. 깜박해 사진을 찍지 못했다.

3. 창덕궁; 연결문 통과.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으로 구경하며 지나간다. 머리 위 하늘에는 백운 한 점 뜨있는데, 사진 찍을 새도 없이 일순간 사라지고 만다. 참 아쉽다. 아! 인생이 바로 이런 것이란 말인가?

* 12; 10~대청마루에서 점심. 고범도 선생 일행 조우. 각 15,000원 추렴.

* 이유걸 시서집 <세빛 둥둥섬> 대신 서명해, 박동렬 형에게 증정.

4. 김기오 형과 한벽원 전시 관람. 뜰에는 앵두가 빨갛게 익고, 백운이 비치는 조그만 연못에는 흰 수련꽃이 펴, 운치가 잔잔하다. 다산 정약용의 삼첩(三疊) 소서팔사(消暑八事) 중 제 5수 서지상하(西池賞荷) 경련(頸聯 제 5, 6구). 채순홍 초서 감상.

蜂掁玉淚收啼臉(봉쟁옥루수제검) 벌은 뺨에 흐른 구슬 눈물에 닿아 울음을 거두게 하고

鳥拂緗房勸畫眉(조불상방권화미) 새는 담황(누런) 꽃술을 떨쳐 눈썹을 그리게 하네(번역 한상철)

5. 사전 약속에 의해, 인사동 네거리 서호빌딩 5층 탄주 서실 방문. 김기오 씨를 소개하다. 드문 궁정보이차를 대접 받다. 잠시 대담하고 헤어진다. 초서에 능한 고범도 서예가의 아호(雅號) '탄주'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小魚, 또는 小鯨(작은 고래)로 바꾸기를 희망" 한다. 필자도 맞장구를 친다. ㅎㅎ

* 탄주지어 부유지류 홍곡고비 부집오지 하즉 기극원야(呑舟之魚 不游枝流 鴻鵠高飛 不集汚池 何則 其極遠也); 배를 삼키는 큰 물고기는 작은 갈래의 흐름에서는 헤엄치지(놀지) 않고, 홍곡(鴻鵠, 큰 기러기와 고니)은 높이 날지만, 더러운 못에는 내려 앉지(모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도달할 곳이 먼 까닭이다(列子 楊朱篇). 탄주지어란, 큰 인물 또는, 큰 포부를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

* 6. 2 다른 행사; 한국문인산악회 제1,765차 산행, 북한산 둘레길 걷기. 불참.

 

 

종묘 영녕전 옆.

 

 

창덕궁에서. 이상 사진 2장 김기오 촬영.

 

 

창덕궁 머리 위 뜬구름.

 

 

한벽원 연못 수련. 구름과 함께 비친다. 고요히 감도는 정취.

 

 

정약용의 서지상하 제 5, 6구. 채순홍 초서. 명패에 머리 각 2자는 '봉쟁조불'이 맞는데, '봉진조불'이라 오기했다.

 

탄주(우)와 오랫만에 상면기념 촬영. 필자 앞은 귀한 궁정보이차. 서실 안쪽이 그의 차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