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산창·산악시조 제2집

16. 주맥을 끊은 골프장

한상철 2006. 6. 5. 09:57

16. 주맥을 끊은 골프장


공룡아 엎드려라 굴참처자 큰절 한다

무노리 남백(藍白) 위로 검봉(劍峰)은 내려앉고

마루금 훔친 씹할(十八) 홀 시치미를 뚝 떼네

 

* 굴봉산(屈峰山 390m); 강원도 춘천시 남면. 주능선을 계속 따라가면 검봉과 이어진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 공룡처럼 생긴 암릉이 있고, 꼭대기에는 15~25년생 굴참나무가 많다. 정상을 내려서자마자 맥(마루금)을 끊어버린 골프장이 나타난다. 이제는 경춘선 전철 '굴봉산역'이 생겨 접근이 쉬워졌다.

* 무노리; 물결위에 반사되는 은비늘 같은 것. 물감(염색)에 관한 전문용어로 멋진 우리말이나, 요즈음 잘 쓰이지 않는다.

* 남백(藍白); 쪽빛도 여러가지가 있다. 이 빛은 쪽색 위에 다시 은빛(백색)이 비추어 약간 이중의 절묘한 빛을 띤다. 여기서는 북한강 물결을 뜻한다. 

* 일반 골프장의 표준 홀수는 18홀(72파)이다. '씹'자는 상스러운 발음이다. 옛 지도를 가지고 등산하다 강촌 C.C가 들어서 산의 주맥(主脈)까지 파먹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까지는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절개지(切開地)를 단장치 않고 그냥 방치해 놓아, 산사태의 위험과 환경 훼손의 우려가 높다. 내려서다 하마터면 실족(失足)할 뻔해 기분이 몹시 상했다. 골프장 측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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