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칼럼

연못 속의 풍경

한상철 2006. 10. 5. 18:29

[칼럼/여시아문] 연못 속의 풍경

한상철/ 시인

올 여름 어느 산장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지인(知人)이 보내준 수련(睡蓮) 한 촉. 마당 한 귀퉁이 작은 연못에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우며 잘 자라든 놈이 이번 여름에는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수난을 당하고 말았다” 는 내용인데, 그 사연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금년 초봄에 개구리 한 쌍이 보금자리를 틀어 새끼도 몇 마리 늘려 놓고, 저녁나절이나 비라도 오는 날이면 구성지게 노래를 곧잘 불러 한 가족처럼 지냈는데, 여름 휴가철이 되면서 민박 온 꼬마 녀석들이 연못 속 개구리를 막대기로 후려치고, 찔러보고, 돌을 던지고, 휘저어 만신창이가 되었다. 개구리는 영문도 모른 채 하루가 멀다 하고 ‘주물탕’을 당하는가 싶더니 며칠 전부터 죽었는지 살았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그 곱던 연잎도 걸레처럼 변해 꽃은 커녕 겨우 명만 부지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애들을 불러놓고 “자연은 보고 즐기며 우리와 같이 사는 것”이라고 타일러 보지만 막무가내다. 할 수 없이 아이들 부모에게 말려달라고 통사정 해보았지만 역시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힘의 논리에 의해 옳고 그름이 퇴색해진 도회지 어느 구석에서 일어날만한 작태가 한적한 시골의 조그만 연못에서도 끊이지 않는다.”고 현상을 개탄하며, 그 못 이름을 아예 ‘통화중 연못’ 으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개구리는 연못 안에서 여러 수생 동식물과 공존하면서 연잎을 갉아먹는 민달팽이나 모기 등 해충을 잡아먹는가 하면, 그 배설물은 식물의 거름이 되는 서로 보완의 먹이사슬 관계를 유지하는 유익하고도 운치 있는 동물이다.

아직 자연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이야 그렇다 손 치더라도, “인간의 흥미 때문에 한 귀중한 생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알만한 어른들이 한 통속이 되어 희희낙락(喜喜樂樂) 하는 모습을 과연 낭만으로 여겨야 할까. “연못을 지나가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죽었다” 면 더럽게 재수 없다고 치부하고 말 것인가.

불가에서는 그것도 인연이라고는 하나, 결코 지어서는 안 될 악연(惡緣)이자, 언젠가는 자기에게 되돌아 올 업보(業報)이다.

[불교신문 2264호/ 9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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