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칼럼

이열치열(以熱治熱)

한상철 2006. 10. 5. 18:36

[칼럼/여시아문] 이열치열(以熱治熱)

한상철/ 시인

지난 하안거 해제날, 법정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에어컨으로 더위를 피할 수 있나요? 더울 땐 내가 더위가 되는 게 순리” 라고. 그렇다. 더위를 피해가지 말고 당당히 맞서거나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편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더 좋다.

우리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서 수 만년간 적응해온 조상의 체질을 그대로 물려받아, 여름은 덥게 지내고 겨울에는 춥게 지내야만 생체리듬이 깨지지 않는 유전인자를 타고 태어났고, 또 그런 식으로 단련해야만 면역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스님께서 자신이 한서(寒暑)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점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혹서기(酷暑期)에는 피서랍시고 강과 바다 혹은 산이나 계곡으로 많이들 나가는데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다. 다소 역설적이긴 하나 폭염일수록 힘든 등산을 권유하고 싶다. 여름산행은 땀을 많이 흘려 체력소모가 심한 반면에, 심장과 콩팥 폐와 피부의 기능을 한층 증진시켜 인체를 깨끗이 청소해주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그 이유는 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여름에 가장 왕성한 생리활동을 하는 까닭이다.

한여름 등산의 경우 40세 이상의 보통 성인 남녀를 기준으로 할 때 운행시간은 대략3~4시간이 적당하며, 오를 땐(오전) 능선으로, 내려올 땐(오후) 계곡으로 코스를 잡는 게 이상적이다. 지열 또는 복사열이 심한 야산이나 임도 포장길 등은 되도록 피하고 표고 700m이상 숲이 우거진 산을 택하면 좋다.

산을 올라 암자 한편에서 솟아나는 물 한잔을 마시는 것도 행복하다. 땀을 흘린 다음 마시는 감로수는 온몸에 활력을 넣어준다. 그 시원한 맛을 어디에 비교할 것인가.

염량세태(炎凉世態)란 우리가 피해간가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듯, 현실도 그냥 피해버릴 것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선인(仙人)은 담박(淡泊)한 게 좋지만, 속인(俗人)은 뜨겁고, 맵고, 짠 게 좋다. 더울수록 냉방기 앞에 편안히 있지 말고 과감히 박차고 나가자. “땀을 많이 흘린 자에게 축복을 준다.”

[불교신문 2256호/ 8월26일자]


'15.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소동락(老少同樂)  (0) 2006.12.15
미생의 신의  (0) 2006.11.20
가을의 소리!  (0) 2006.10.23
나의 신행(信行)  (0) 2006.10.05
연못 속의 풍경  (0) 200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