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칼럼

여시아문(如是我聞) 칼럼

한상철 2007. 1. 27. 17:27

천박한 말이 천박한 사람을 만든다

 

생각은 말을 만들고, 말은 행동을 일으키게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세 번 생각한 후 한번 말하라”(三思一言)는 격언이 있다. 그만큼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 말을 하고, 일단 입에서 튀어나온 후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말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뜻도 아울러 담겨져 있다.

요즈음 자기 PR 혹은 인터넷 시대라서 그런지 몰라도 단견에서 나오는 얄팍한 말들이 범람하고 있음은 물론, 뱉은 말에 대하여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풍조가 만연해, 삭막한 세태의 한 단면을 엿보게 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정치적 목적 또는 남을 음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없는 사실을 꾸며내거나 진실을 날조 유포함으로서 상대가 받는 충격과 상처는 아랑곳없이 “아니면 그만이라” 는 식의 위험한 발언을 거침없이 해대는 천박한 부류들의 목소리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참말이지 자라나는 아이들이 본볼까 겁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두고도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들이 매우 무감감적이라는 데 있다.

최근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불쑥불쑥 뱉어내는 깜짝 발언을 보면 정말 실망이 크다. 여느 지도자와 달리 그 영향력과 파장이 엄청남에도 언어선택 수준이라든가 표현기법이 솔직히 시정잡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경박함을 읽어낼 수 있다.

말이란 시기와 장소가 있는 법인데, 허상에 불과한 포퓰리즘에 중독되어 정책의 실현가능성과 반응을 예측하기에 앞서 “못 먹는 감이지만 우선 찔러놓고 보자”는 투의 졸렬함을 보이니 말이다. 더욱이 이런 표현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맹신주의자들의 동조발언 수준은 또 어떠한가?

윤언여한(綸言如汗)이란 말이 있다. “임금이 한번 내린 명령은 흘린 땀과 같아 철회할 수 없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담겨져 있는 말이다. 이 말은 비단 임금 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꼭 필요한 말은 드물고 권모술수와 허위에 찬 말들만 난무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이 적지 않다. 너나 할 것 없이 가능한 말을 아끼되, 천박한 말과 행동은 ‘국민의 힘’으로 퇴치해야 한다. 차제에 정치지도자에게 하고 싶은 부탁이 있다. “바쁘더라도 제발 고전을 좀 읽으시라!”고.

 

한 상 철

시인

 

[불교신문 2297호/ 1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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