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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출처지리(出處之理)

한상철 2011. 10. 7. 06:37

※ 명대(明代) 화가 진홍수(陳洪綬)의 <출처도(出處圖)> 수권(手卷)


出則爲孔明  處則爲元亮
(출즉위공명 처즉위원량)


나아가면 제갈공명이 되고
물러나면 도연명이 된다네


☞ 진홍수(陳洪綬), <출처도(出處圖)> 수권(手卷) 화제(畵題)

 

※ 명대(明代) 화가 정가수(程嘉燧)의 <고송고사도(孤松高士圖)>


- 元亮: 도연명의 자(字). 이름은 잠(潛).
- 出處: 뜻을 얻으면(得意) 환로(宦路)에 나아가(出) 자기의 이상을 펴고, 그렇지 못하면(失意) 미련 없이 물러나 조용히 때를 기다림(處). 공맹(孔孟)의 도를 익힌 선비의 기본 자세. 흔히 출처지리(出處之理)라 한다.

 

出處와 관련해 공자가 안연(顔淵)에게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기용되면 도를 행하고, 내침을 받으면 도를 간직하는 것은 오직 나와 너만이 이렇게 할 수 있다"(用之則行 舍之則藏 唯我與爾有是夫). 줄여서 용행사장(用行舍藏)이라 한다. ≪논어(論語)≫ <술이(述而)>편에 나온다.

 

≪맹자(孟子)≫에도 비슷한 맥락의 구절이 보인다. "막히면 자기 몸을 깨끗하게 보존하고, 통하면 천하 사람을 아울러 구제한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

재능을 인정받아 발탁되어 쓰이면 갈고 닦은 실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으니 거리낄 것이 없다. 문제는 더이상 쓰임이 없어 내침을 받았을 때이다. 이 때의 처신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오두미(五斗米)에 허리를 꺾을 수 없다"며 팽택(彭澤) 현령 자리를 박차고 귀거래를 감행한 동진(東晉) 때의 전원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처(處)의 모습을 잘 보여준 전형으로 간주된다. 

 

※ 작가미상의 옛 중국화 <무고송이반환(撫孤松而盤桓)>
 

※ 청대(淸代) 화가 오곡상(吳穀祥)의 <撫孤松而盤桓>

 

민화(民畵) 가운데 한자의 독특한 조형성을 형상한 <윤리문자도(倫理文字圖)>라는 것이 있다. 주로 孝悌忠信(효제충신)과 禮義廉恥(예의염치) 여덟 글자가 소재로 등장한다. "廉溪寒川(염계한천) 前進後退(전진후퇴) 鬱林戟石(울림극석) 栗里松菊(율리송국)"이라는 화제가 눈에 띄기도 한다.


여기에 나오는 '율리송국(栗里松菊)'의 율리(栗里)는 바로 도연명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돌아간 고향의 밤나무골(柴桑 南村)이다. 
 

※ 청말근대 화가 왕곤(汪琨)의 <撫孤松而盤桓> (1935年作)

 

- "撫孤松而盤桓"(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서성이네)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구절. 盤桓은 "머뭇거리면서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일, 또는 어떻게 할지 결정을 못 내리고 우물쭈물하는 일"을 말한다.

 

※ 근현대 중국화가 부유(溥儒)의 <撫孤松而盤桓>
 

※ 근현대 중국화가 장대천(張大千)의 <撫孤松而盤桓> (1948年作)
 

※ 근현대 중국화가 주매촌(朱梅邨)의 <撫孤松而盤桓> (1949年作)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경화수월鏡花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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