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凉州詞(양주사)/왕한(王翰/당)~살아온 자-명시 감상 30

한상철 2012. 6. 1. 06:14

凉州詞(양주사)

                                                                     王翰(왕한 /唐)

葡萄美酒夜光杯(포도미주야광배) 맛 있는 포도주 야광배에 찰랑찰랑 

欲飮琵琶馬上催(욕음비파마상최) 말 탄 채 뜯는 비파(琵琶) 마시기를 재촉는 듯

醉臥沙場君莫笑(취와사장군막소) 취했거니 사막에 누움을랑 웃지 말게나

古來征戰幾人回(고래정전기인회) 예부터 싸움에서 몇 사람 돌아온고

 

* 초당(初唐) 칠절(七絶) 중에 제일가는 작품으로 정평(定評)이 나있는 명편(名篇)이다. 서역 곳곳에 걸려 있다.

* 왕한(687~726); 자는 자우(子羽), 진양(晋陽-太原) 사람이다. 재주를 믿고 술을 즐겼다. 진사과에 급제하고,

후일 도주사마(道州司馬)로 좌천(左遷)되어 죽었다.

* 당나라 개원(開元, 713-741) 연간에 양주(凉州, 지금의 감숙성 武陵 일대) 지방의 민가(民歌)이던 <양주가(凉州歌)>가 중국 내지로 들어왔다.

<양주가>는 주로 서북쪽 변새지방의 을씨년스러운 풍경과 전쟁의 비애를 노래한 민가(民歌)였는데,

시인들 중에도 이 <양주가>의 곡조에 어울리는 가사 즉 <양주사>를 짓는 사람이 적지 않았으니,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왕한(王翰, 710년 전후)이었다. 

이 시는 왕한이 전쟁터에 나가 있는 병사들의 심경을 간파하여 지은 것으로, 그들의 심리적 갈등이 참으로 절실하게 묘사되어 있다.

서북지방의 민가에 어울리게 서역에서 들어온 포도주· 야광배· 비파 등을 시어로 적절히 구사함으로써,

서북쪽 변새지방의 정취를 한껏 담아낸 것, 또한 이 시의 커다란 매력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터, 전쟁의 피로도 풀어주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씻어주기 위해 이따금, 맛있는 술로 병사들에게 잔치를 베풀어준다.

그러나 전쟁 통에 어디 술이나 마시며 느긋하게 즐길 수가 있다던가?

한 곳에서의 전투가 일단락 나고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한 잔 마셔보려는데, 말 위에서 다급하게 비파소리가 울린다.

어서 마시고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자는 말이다. 

병사들은 정신없이 술을 마신다. 나중에 또 이런 술을 마실 수 있을까?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것조차도 알 수 없는 불안한 시국이 아닌가?

병사들은 이것이 살아 생전에 마시는 마지막 술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구 마셔댄다.

그리하여 마침내 정신이 몽롱해진 채 모래밭에 드러눕는다.  

그러나 몽롱한 가운데도 걱정은 된다. 이 나라를 누가 지킬 것인가?

우리가 나라를 지키지 않으면 백성들이 우리를 보고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나라의 운명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일신만 생각하는 못난 젊은이라고 나무랄 것임에 틀림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가서 싸우자. 이 한몸 바쳐서 조국이 부강해질 수 있다면 이 한몸 기꺼이 조국에 바치리라.

마음은 그렇지만, 막상 몸을 움직이려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니 백성들이여! 제발 너무 나무라지 말고, 우리 입장을 좀 이해해다오.

옛날부터 수없이 많은 전쟁이 있었고, 수없이 많은 병사들이 전쟁터에 나갔는데, 그 가운데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은가? 그러니 가는 거야 가겠지만, 이 정도의 심리적 갈등은 이해해줄 수도 있지 않은가? 

(해설; 필자 가입 '다움 까페 '한시 속으로'에서 인용)

 

 

서역 방위의 주축인 가욕관관성(嘉욕關關城).

 

 

야광배(夜光杯) 한 쌍, 검정 비취옥으로 만들었다. 달밤에 비춰보면 투명하면서도 은은한 빛깔이 일품이다.

* 검은 포도주(적포도주)는 검은 잔에 마셔야 제격이다.

 

 

필자 역시 술을 좋아하기에, 2001.4.2~4.30  28박 29일 동안 중국측 실크로드 여행(트레킹 포함)할 때 구입한 것이다.

* 최상급(最上級)의 도(道)는 전장(戰場)에 있고, 중급의 도는 저자에 있고, 최하급의 도가 산중에 있다(필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