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문 감상

送李愿歸盤谷序(송이원귀반곡서)/한유(당)~명문 감상4

한상철 2014. 1. 26. 08:01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

-이원이 반곡으로 돌아갈 때 송별에 즈음하여 

                                                        한유(韓愈)

太行之陽(태행지양) : 태항산 남쪽에

有盤谷(유반곡) : 반곡이란 곳이 있다.

盤谷之間(반곡지간) : 이 골짜기 사이에는

泉甘而土肥(천감이토비) : 샘물이 달고 토지가 비옥하여

草木叢茂(초목총무) : 초목이 무성하나

居民鮮少(거민선소) : 사는 사람은 드물다.

或曰(혹왈) :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謂其環兩山之間(위기환량산지간) : 이 곳이 두 산 사이에 둘러쌓여 있어서

故曰盤(고왈반) : 반이라 한다고 한다

或曰(혹왈) : 어떤 사람은 이르기를,

是谷也(시곡야) : 이 골짜기가

宅幽而勢阻(택유이세조) :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고 산세가 험해서

隱者之所盤旋(은자지소반선) : 은자들이 배회한다 하여 반이라 한다고 한다.

 

友人李愿居之(우인이원거지) : 친구인 이원이 바로 이곳에 살았는데

愿之言曰(원지언왈) : 원의 말에 이르기를,

人之稱大丈夫者(인지칭대장부자) : “사람들이 대장부라고 말하는 사람에 대하여

我知之矣(아지지의) : 나는 알고 있소.

利澤施于人(이택시우인) : 남에게 이익과 혜택을 베풀고

名聲昭于時(명성소우시) : 당대에 명성을 빛내며

坐于廟朝(좌우묘조) : 조정에 앉아

進退百官而佐天子出令(진퇴백관이좌천자출령) : 백관을 임면하며 천자를 보좌하여 명령을 내리오.

其在外則樹旗(기재외칙수기모) : 밖으로 행차할 때는 깃발을 세우고

羅弓矢武夫前呵(라궁시무부전가) : 활과 화살을 든 병사들이 죽 늘어서고 무사들이 앞에서 소리 지르며


從者塞塗(종자새도) : 수행원들이 길을 가득 채우고

供給之人(공급지인) : 시종들이

各執其物(각집기물) : 각자 맡은 물품을 들고

夾道而疾馳(협도이질치) : 길 양쪽에서 급히 달리지오.

喜有賞(희유상) : 그들을 기쁘게 하면 상을 주고,

怒有刑(노유형) : 노엽게 하면 벌을 내리오.

才畯滿前(재준만전) : 준재들이 앞에 가득 모여

道古今而譽盛德(도고금이예성덕) : 고금을 이야기하면서 성덕을 칭송하니,

入耳而不煩(입이이불번) : 귀로 들어 거스리는 소리가 없소.

 

曲眉豊頰(곡미풍협) : 또, 초승달같은 눈썹에 도톰한 뺨,

淸聲而便體(청성이편체) : 맑은 목소리에 사뿐한 몸가짐,

秀外而惠中(수외이혜중) : 외모는 수려하고 마음씨는 유순하며

飄輕裾(표경거) : 하늘거리는 옷자락 나부끼고

翳長袖(예장수) : 긴 소매자락 질질 끌며

粉白黛綠者(분백대록자) : 흰 분 바르고 푸른 눈썹 그린 미녀들이

列屋而閑居(열옥이한거) : 집안에 늘어서서 한가로이 살면서

妬寵而負恃(투총이부시) : 총애를 시샘하고 뽐내면서

爭姸而取憐(쟁연이취련) : 아름다움을 다투고 사랑을 구한다오.

大丈夫之遇知於天子(대장부지우지어천자) : 대장부로서 천자에게 인정밭고

用力於當世者之爲也(용역어당세자지위야) : 당시에 재능을 발휘하는 자들이 하는 일이라오.

吾非惡此而逃之(오비악차이도지) : 나는 이러한 일이 싫어서 도망한 것이 아니고,

是有命焉(시유명언) : 이것은 운명이라서

不可幸而致也(불가행이치야) : 요행히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오.

 

窮居而野處(궁거이야처) : 가난하게 생활하며 산야에 묻혀 살면서,

升高而望遠(승고이망원) : 높은 곳에 올라가 멀리 바라보기도 하고,

坐茂樹以終日(좌무수이종일) : 무성한 나무숲에 앉아 하루를 보내기도 하며,

濯淸泉以自潔(탁청천이자결) : 맑은 샘물에 몸을 씻어 스스로 깨끗하게 하기도 하오.

採於山(채어산) : 산에서 나물을 캐면

美可茹(미가여) : 맛이 좋아 먹음직하고,

釣於水(조어수) : 물가에서 낚시질하면

鮮可食(선가식) : 신선하여 먹음직하오.

起居無時(기거무시) : 행동하는데 있어서 정해진 일과가 없으니

惟適之安(유적지안) : 오직 편한대로 따를 뿐이오.

與其譽於前(여기예어전) : 앞에서 칭찬을 듣는 것이

孰若無毁於其後(숙약무훼어기후) : 어찌 뒤에서 비방을 듣지 않는 것만 하겠소.

與其樂於身(여기락어신) : 일신을 편하게 하는 것이

孰若無憂於其心(숙약무우어기심) : 어찌 마음에 근심이 없는 것만 하겠소.

車服不維(차복불유) : 거마나 복식에 얽매이지도 않고,

刀鋸不加(도거불가) : 칼이나 톱에 잘리는 형벌도 받지 않고,

理亂不知(리란불지) :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지 어지러운지도 알 바 아니며

黜陟不聞(출척불문) : 면직이나 승진 소식도 들리는 바 없으니,

大丈夫不遇於時者之所(대장부불우어시자지소위야) : 이러한 일들은 대장부로서 때를 만나지 못한 자가 할 일들이오.

我則行之(아칙행지) : 내가 바로 그렇게 하고 있소.

 

伺候於公卿之門(사후어공경지문) : 고관의 집안을 방문하고

奔走於刑勢之途(분주어형세지도) : 벼슬길을 분주히 뛰어다니며,

足將進而趑趄(족장진이자저) : 발은 나아가려고 하여도 머뭇거리고,

口將言而囁嚅(구장언이섭유) : 입은 말을 하려고 해도 어물거리게 되며,

處穢汚而不羞(처예오이불수) : 더러운 곳에 있어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觸刑辟而誅戮(촉형벽이주륙) : 형벌을 받아 사형도 당하오.

僥倖於萬一(요행어만일) : 만의 하나인 요행을 바라며

老死而後止者(노사이후지자) : 늙어 죽게 된 후라야 그만두는 사람들

其於爲人賢不肖何如也(기어위인현불초하여야) :그들의 사람됨이 현명한 것이겠소. 아니면 미련한 것이겠소?”

昌黎韓愈聞其言而壯之(창려한유문기언이장지) : 창려 한유가 그 말을 듣고 그의 뜻을 장하게 여겨

與之酒而爲之歌(여지주이위지가) : 함께 술을 마시면서 그를 위해 노래를 불렀다.

 

曰盤之中(왈반지중) : 반곡 안은

維子之宮(유자지궁) : 그대의 집

盤之土(반지토) : 반곡 땅은

維子之稼(유자지가) : 그대의 농토

盤之泉(반지천) : 반곡의 샘물은

可濯可沿(가탁가연) : 몸 씻고 물 딸라 거닐기 좋은 곳

盤之阻(반지조) : 반곡은 험한 곳

誰爭子所(수쟁자소) : 누가 그대 거처 차지하려 다투겠나

窈而深(요이심) : 그윽하고 깊숙하면서도

廓其有容(확기유용) : 넓어서 사람 살기에 좋고

繚而曲(료이곡) : 길은 구불구불 굽이져

如往而復(여왕이복) : 가는 것 같다가 제자리에 되돌아 오네

嗟盤之樂兮(차반지락혜) : 아, 반곡의 즐거움이여

樂且無央(락차무앙) : 그 즐거움 다함 없네

虎豹遠跡兮(호표원적혜) : 호랑이와 표범도 발길 멀리하고

蛟龍遁藏(교룡둔장) : 교룡도 달아나 숨어버리며

鬼神守護兮(귀신수호혜) : 귀신이 수호하여

呵禁不祥(가금불상) : 상서롭지 못한 것들은 꾸짖어 못 오게 하네

飮且食兮(음차식혜) : 먹고 마시며

壽而康(수이강) : 장수하고 건강하네

無不足兮(무불족혜) : 부족한 것 없으니

奚所望(해소망) : 무엇을 바라리오

膏吾車兮(고오차혜) : 내 수레에 기름치고

秣吾馬(말오마) : 내말에 먹이 먹여

從子于盤兮(종자우반혜) : 반곡에 가서 그대를 따라

終吾生以徜徉(종오생이상양) : 내 생명 다하도록 소요자적하리라.

 

* 與其∼a 孰若(孰與, 孰如, 何與)∼b: a하는 것이 b만 못하다. a하는 것이, 어찌 b하는 것만 하겠는가
* 車服不維에서 유(維)는 "얽매이다·구속되다"의 뜻.
* 刀鋸: 칼과 톱. 칼은 궁형(宮刑: 성기를 자름)에, 톱은 월형(?刑: 발꿈치를 벰)에 썼다. 곧 형벌을 의미한다.
* 理亂: (나라가) 다스려짐과 어지러움

* 黜陟: 면직과 승진

 

 *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는 이원(李愿)이 태항산(太行山) 남쪽 반곡(盤谷)에 은거하려는 뜻을 밝히자, 한유(韓愈)가 그와 송별하는 뜻으로 지은 것이라 한다. 북송(北宋) 때의 문호(文豪) 소식(蘇軾)은 "당나라에는 문장다운 문장이 없다. 오직 한퇴지의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가 있을 뿐"이라며, 이 문장을크게 칭찬했다 한다.

* 필자 소장본 고문진보(을유문화사) 257~262 쪽에도 있으나, 번역 내용이 비슷하기에 다음 블로그 '한문방' 붉은 늑대 (2009. 08.07)에서 전재함.

* 시산 통권 제79호(2014년 상반기) 제196~200쪽 게재.

 

 

* 명대(明代) 화가 문백인(文伯仁)의 <이원귀반곡도(李愿歸盤谷圖)>

 

 

*  명대(明代) 서화가 문징명(文徵明)의 행서(行書) <送李愿盤谷序卷> 手卷 (1558 年作)

* 위 해설 글과, 그림은 지인의 다움 블로그 '경화수월' 무하유지향에서 전재(2007. 04. 26)

 

 

청화백자 도자기 지통 황하수 김관종 소장. 나중 깨트렸다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