洛神賦
-낙수의 신녀(복비)를 노래함
조식(曹植)/위(魏 192~232)
黃初三年(황초삼년) 황초 삼년에
余朝京師 還濟洛川(여조경사 환제락천) 경사(京師-낙양)에 입조하였다, 돌아가는 길에 낙천을 건너게 되었다.
古人有言(고인유언) 옛 사람이 이르기를
斯水之神 名曰宓妃(사수지신 명왈복비) 이 물에 선녀가 있으니, 그 이름이 복비라 했다.
感宋玉對楚王說神女之事 (감송옥대초왕설신녀지사) 송옥(宋玉)이 초왕에게 전한, 무산(巫山)의 신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바가 있어
遂作斯賦 其詞曰(수작사부 기사왈) 이 부를 지어 노래한다.
余從京師 (여종경사) 경사를 떠나
言歸東藩 (언귀동번) 동녘의 봉국으로 돌아가네
背伊闕 (배이궐) 이궐을 등지고
越轘轅 (월환원) 환원산 넘고
經通谷 (경통곡) 통곡을 지나
陵景山 (능경산) 경산에 이르니
日旣西傾 (일기서경) 이미 해가 저물고
車殆馬煩 (거태마번) 수레와 말이 지쳤다.
爾迺稅駕乎蘅皐 (이내세가호형고) 냇가에 수레를 쉬고
秣駟乎芝田 (말사호지전) 지초 무성한 밭에서 여물을 먹이며 10)
容與乎楊林 (용여호양림) 버들숲에 앉아
流眄乎洛川 (유면호락천) 흘러가는 낙천을 바라보았다.
於是精移神駭 (어시정이신해) 문득 정신이 산란해지고
忽焉思散 (홀언사산) 홀연히 생각이 흩어져
俯則未察 (부즉미찰) 굽어보아도 보이지 않고
仰以殊觀 (앙이수관) 우러러 보아도 달랐는데
覩一麗人于巖之畔 (도일려인우암지반) 바윗 가에 서 있는 한 미인을 보았네
爾迺援御者而告之曰 (이내원어자이고지왈) 이에 마부를 불러 묻기를
爾有覿於彼者乎 (이유적어피자호) 자네도 저 사람이 보이는가?
彼何人斯 (피하인사) 저 사람은 누구이기에 20)
若此之豔也 (약차지염야) 저토록이나 고운가?
御者對曰 (어자대왈) 어자가 답하니
臣聞河洛之神 (신문하락지신) 제가 듣기로 낙수의 신을
名曰宓妃 (명왈복비) 복비라 이르는 바
則君王之所見也 (즉군왕지소견야) 군왕께서 보신 이가
無迺是乎 (무내시호) 그 이가 아닐까 하나이다
其狀若何 (기상약하) 그 모습이 어떠한지
臣願聞之 (신원문지) 소인도 궁금하오이다.
余告之曰 (여고지왈) 내 답하기를
其形也 (기형야) 그 자태는 30)
翩若驚鴻 (편약경홍) 놀란 기러기처럼 날렵하고
婉若游龍 (완약유룡) 노니는 용과도 같아
榮曜秋菊 (영요추국) 가을의 국화처럼 빛나고
華茂春松 (화무춘송) 봄날의 소나무처럼 무성하구나
髣髴兮若輕雲之蔽月 (방불혜약경운지폐월) 엷은 구름에 쌓인 달처럼 아련하고
飄飄兮若流風之廻雪 (표표혜약류풍지회설) 흐르는 바람에 눈이 날리듯 가벼웁다
遠而望之 (원이망지) 멀리서 바라보니
皎若太陽升朝霞 (교약태양승조하) 아침 노을 위로 떠오르는 태양과 같고
迫而察之 (박이찰지) 가까이서 바라보니
灼若芙蕖出淥波 (작약부거출록파) 녹빛 물결 위로 피어난 연꽃과 같다. 40)
穠纖得中( 농섬득중) 섬려한 모습과 아담한 키마저
脩短合度 (수단합도) 모두가 알맞고 적합하니
肩若削成 (견약삭성) 그 어깨는 일부러 조각한 듯 하고
腰如約素 (요여약소) 그 허리는 흰 비단으로 묶은 것 같구나
延頸秀項 (연경수항) 길고 가녀린 목덜미에
皓質呈露 (호질정로) 절로 드러난 흰 살결은
芳澤無加 (방택무가) 향기로운 연지도
鉛華不御 (연화불어) 호사한 분도 바르지 아니 하였구나
雲髻峩峩 (운계아아) 구름같은 머리를 높이 틀어올리고
脩眉聯娟 (수미연연) 그 아미는 가늘고 길게 흐르며 50)
丹脣外朗 (단순외랑) 붉은 입술은 밖으로 빛나고
皓齒內鮮 (호치내선) 백옥 같은 이는 입술 사이에서 곱구나
明眸善睞 (명모선래) 눈웃음치는 눈동자는 아름답고
靨輔承權 (엽보승권) 그 보조개가 능히 마음을 끄나니
瓌姿豔逸 (괴자염일) 그 맵시가 고와 이를 데 없고
儀靜澤閑 (의정택한) 거동이 고요하여 윤기가 흐르니
柔情綽態 (유정작태) 그 부드러운 마음에 가냘픈 자태에
媚於語言 (미어어언) 말투 또한 더욱 아름답구나.
奇服曠世 (기복광세) 지상에는 없는 기이한 복색에
骨像應圖 (골상응도) 그 자태 그림과 같으니 60)
披羅衣之璀粲兮 (파라의지최찬혜) 찬연한 비단옷에
珥瑤碧之華琚 (이요벽지화거) 귀에는 아름다운 귀걸이 달고
戴金翠之首飾 (대금취지수식)) 금비취 머리장식에
綴明珠以耀軀 (철명주이요구) 밝은 구슬을 꿰어 몸치장하고
踐遠游之文履 (천원유지문이) 무늬 신 신고
曳霧綃之輕裾 (예무소지경거) 얇은 명주치마를 끌며
微幽蘭之芳藹兮 (미유란지방애혜) 그윽한 난초 향기에 묻혀
步踟躕於山隅 (보지주어산우) 산모퉁이를 거니네
於是忽焉縱體 (어시홀언종체) 이에 몸을 놓아
以遨以嬉 (이오이희) 즐겁게 노니니 70)
左倚采旄 (좌의채모) 왼쪽은 채색 깃발에 기대었고
右蔭桂旗 (우음계기) 오른편은 계수 깃발에 가리웠네
攘皓腕於神滸兮 (양호완어신호혜) 물가에서 흰 팔 걷고
采湍瀨之玄芝 (채단뢰지현지) 여울가에서 현초를 캐는데
余情悅其淑美兮 (여정열기숙미혜) 내 정은 그 맑은 아름다움을 기쁘하고
心振蕩而不怡 (심진탕이불이) 마음이 흔들려 편안치 않네
無良媒以接歡兮 (무량매이접환혜) 좋은 매파(媒婆)가 없어 말 전하지 못하여
託微波而通辭 (탁미파이통사) 잔물결에 부쳐 전하노니
願誠素之先達 (원성소지선달) 사모하는 내 뜻을 알리고자
解玉佩以要之 (해옥패이요지) 구슬 노리개를 풀어주길 바라네 80)
嗟佳人之信脩 (차가인지신수) 가인은 닦음에 정성을쏟아
羌習禮而明詩 (강습예이명시) 예를 익혔고 시에도 밝으니
抗瓊珶以和予兮 (항경제이화여혜) 구슬을 집어 답하기에
指潛淵而爲期 (지잠연이위기) 깊은 연못을 가리켜 화답하였네
執眷眷之款實兮 (집권권지관실혜) 간절한 정을 지녔으나
懼斯靈之我欺 (구사령지아기) 그 속음을 두려워하니
感交甫之棄言兮 (정교보지기언혜) 정교보의 버림받은 말 생각하고
悵猶豫而狐疑 (창유예이호의) 퍼져 머뭇거리며 의심하네
收和顔而靜志兮 (수화안이정지혜) 온화한 얼굴 거두고 뜻을 조용히 가지며
申禮防以自持 (신례방이자지) 예의를 차려 자신을 지키니 90)
於是洛靈感焉 (어시락영감언) 이에 낙신이 느낀 바 있어
徙倚彷徨 (사의방황) 이리 저리 헤매이는 데
神光離合 (신광이합) 광채가 흩어졌다 모이며
乍陰乍陽 (사음사양) 그늘이 되었다 밝아졌다 하니
竦輕軀以鶴立 (송경구이학립) 날렵한 자태 발돋움하여
若將飛而未翔 (약장비이미상) 나는 듯 날지 않고
踐椒塗之郁烈 (천초도지욱열) 향기 자욱한 길을 밟고
步蘅薄而流芳(보형박이유방) 방향을 퍼트리니
超長吟以永慕兮 (초장음이영모혜) 길게 읊어 영원히 사모하니
聲哀厲而彌長 (성애려이미장) 그 소리 서러워 더욱 길어지네 100)
迺衆靈雜遝 (내중영잡환) 이윽고 갖은 신령들이 모여들어
命儔嘯侶 (명주소려) 그 서로 짝들을 부르게 하니
或戲淸流 (혹희청류) 혹자는 맑은 물 속을 노닐고
或翔神渚 (혹상진저) 혹자는 신령스런 물가를 날며
或采明珠 (혹채명주) 혹자는 밝은 구슬을 찾고
或拾翠羽 (혹습취우) 혹자는 비취빛 깃털을 줍네
從南湘之二妃 (종남상지이비) 남쪽 상강의 두 비를 따르게 하고
攜漢濱之游女 (휴한빈지유녀) 한수가의 여신을 대동하니
歎匏瓜之無匹 (탄포과지무필) 포과성(匏瓜星)이 짝 없음을 탄식하고
詠牽牛之獨處 (영견우지독처) 견우성이 홀로 삶을 읊조리네 110)
揚輕袿之綺靡 (양경규기미) 아름다운 옷자락을 나부끼며
翳脩袖以延佇 (예수수이연저) 긴 소매 가려 물끄러미 서니
體迅飛鳧 (체신비부) 날렵하기가 나는 새 같고
飄忽若神 (표홀약신) 표연하기가 신령과 같네
陵波微步 (능파미보) 물결을 밟아 사뿐히 걸으니
羅襪生塵 (나말생진) 버선 끝에 먼지가 이네 116)
動無常則 (동무상즉) 그 몸짓 대중없으니
若危若安 (약위약안) 위태한 듯 평안한 듯
進止難期 (진지난기) 나아가고 멈춰섬을 예측하기 어려워
若往若還 (약왕약환) 가는 듯 돌아서는 듯하네 120)
轉眄流精 (전면유정) 돌아서 바라보니
光潤玉顔 (광윤옥안) 옥안이 눈이 부시고
含辭未吐 (함사미토) 말을 머금어 내지 않으니
氣若幽蘭 (기약유란) 그윽한 난초와 같아
華容婀娜 (화용아나) 꽃같은 모습이 눈부셔 *婀娜;아름답고 요염함
令我忘餐 (영아망찬) 식사를 잊게 하네
於是屛翳收風 (어시병예수풍) 이에 병예가 바람을 거두고 * 병예: 신화적 인물 雨師
川后靜波 (천후정파) 천후가 물결을 재우며 * 천후; 물의 여신
馮夷鳴鼓 (풍이명고) 풍이가 북을 울리고 * 풍이; 강의 신 하백(河佰)을 이름
女媧淸歌 (여와청가) 여와가 고운 노래를 부르니 130) * 여와; 중매의 여신
騰文魚以警乘 (등문어이경승) 문어를 띄워 수레를 지키고
鳴玉鸞以偕逝(명옥란이해서) 옥방울을 울리며 더불어 가는구나
六龍儼其齊首(육룡엄기제수) 육룡이 머리를 맞대
載雲車之容裔 (재운거지 용예)공손히 수레를 끌고
鯨鯢踊而夾轂 (경아용이협곡) 고래가 뛰어올라 바퀴를 돌보며
水禽翔而爲衛 (수금상이이위) 물새가 날아올라 호위하며
於是越北沚 (어시월북지) 북쪽 물가를 넘어
過南岡 (과남강) 남쪽 산을 지나네
紆素領廻淸陽 (우소령회청양) 흰 고개를 돌려 맑은 눈동자로 바라보며
動朱脣以徐言 (동주순이서언) 붉은 입술을 열어 천천히 140)
陳交接之大 (진교접지대) 만남의 일을 말하니
恨人神之道殊 (한인신지도수) 사람과 신의 길이 다르매
怨盛年之莫當(원성년지막당) 아름다운 나날에 함께 하지 못함을 원망하네
抗羅袂以掩涕兮 (항라메이엄체헤) 비단 소매 들어 눈물을 가리나
淚流襟之浪浪 (누류금지낭랑) 눈물이 떨어져 옷깃을 적시니
悼良會之永絶兮 (도량회지영절혜) 좋은 만남이 영원히 끊어질 것을 슬퍼하며
哀一逝而異鄕 (애일서이이향) 한번 가니 다른 곳에 있음을 서글퍼하네
無微情以效愛兮 (무미정이효애혜) 미미한 정으로 다하지 못한 바 있어
獻江南之明璫 (헌강남지명당) 강남의 빛나는 구슬을 바치고
雖潛處於太陰 (수잠허어태음) 비록 깊은 곳에 거할지라도 150)
長寄心於君王 (장기심어군왕) 이 마음 긴히 군왕께 거하겠다 하네
忽不悟其所舍 (홀불오기소사) 문득 그 있는 곳 뵈지 않더니
悵神宵而蔽光 (창신소이폐광) 섭섭히 사라져 빛을 가리네
於是背下陵高(어시배하릉고) 이제 돌아서 높은 곳 오르려 하니
足往神留 (족왕신류) 발걸음은 가고자 하나 뜻이 머물려 하니
遺情想象 (유정상상) 남은 정을 되새기며
顧望懷愁 (원망회수) 돌아보며 탄식하네
冀靈體之復形 (기령체지부형) 그 모습 되찾기를 바라며
御輕舟而上泝 (어경주이상소) 작은 배를 몰아 강에 오르니
浮長川而忘反 (부장천이망반) 이 아득한 강물에 배 띄우고 돌아갈 길 잊으나 160)
思緜緜而增慕 (사면면이증모) 생각은 연이어 그리움만 더하고
夜耿耿而不寐 (야경경이불침) 밤은 깊었는데 잠들지 못하고
霑繁霜而至曙 (점번상이지서) 엉킨 서리에 젖어 새벽에 이르노라
命僕夫而就駕 (명복부이취마) 마부에게 명하여 수레를 내게 하고
吾將歸乎東路 (오장귀호동로) 이제 나는 동로로 돌아가려 하네
攬騑轡以抗策 (남비비이항책) 말고삐 잡아 채찍은 들었으나
悵盤桓而不能去 (창반환이불능거) 애달프라 머뭇거려 나아가지 못하네 167)
* 조조(曹操 155~220)의 삼남 조식(曹植)이, 형인 조비(曹丕)의 황후 견씨(甄氏)를 좋아했다. 견씨는 원래 원희(袁熙)의 부인이다.
원희는 조조의 정적 원소(袁紹)의 차남이니, 견씨는 원소의 둘째 며느리다. 원소와의 싸움에서 이긴 조조는 견씨를 장남 조비에게 준다.
조비가 견씨를 부인으로 삼는다. 후에 조조의 뒤를 이은 조비는 위(魏)나라의 황제(文帝)가 되어, 견씨를 황후로 세웠으나,
얼마 후 곽씨에게 황후의 자리를 빼앗기고 죽임을 당한다.
평소에 견후를 짝사랑했던 조식은, 그녀의 유품인 베개를 조비로부터 받아 임지로 돌아오는 길에 낙수가에 이르렀다.
그때 조식은 견씨의 모습을 회상하며, '낙신부(洛神賦)'를 지어 비감한 심정을 노래했다.
원제는 감견부(感甄賦)이나, 나중 명제(明帝)가 된 조비와 견씨 사이에 난 아들 조예가 부모에 관한 일이라, 도덕성에 누가 된다 하여 고쳐부르게 했다.
* 다움 블로그 '기마병'(2013.01.31)에서 인용했으나, 누락된 부분이 많아 보층함.
* 원대(元代) 화가 조맹부(趙孟?)의 <洛神圖> 수권(手卷) (1296年作)
글씨 그림은 다움 블로그 '청경우독'에서 인용(2014.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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