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子由澠池懷舊(화자유민지회구)
- 자유의 시 '민지회구'에 답함
소식/송
人生到處知何似 (인생도처지하사); 사람의 한평생이 무엇과 같은지 아는가
應似飛鴻踏雪泥 (응사비홍답설니); 큰기러기가 하늘을 날다 눈벌판을 밟는 거와 꼭 같은 것
泥上偶然留指爪 (니상우연류지조); 눈 진창 위에 우연히 발자국 남겼으나
鴻飛那復計東西 (홍비나부계동서); 기러기가 하늘을 나는데 어찌 동서를 가늠했겠으랴
老僧已死成新塔 (노승이사성신탑); 나이 든 스님 이미 세상을 떠나고 새로 탑이 들어섰지만
壞壁無由見舊題 (괴벽무유견구제); 허물어진 벽에는 옛날 써놓았던 글씨 찾아볼 길 없나니
往日崎嶇還記否 (왕일기구환기부); 지난 날 험난했던 일 지금도 기억하는지
路長人困蹇驢嘶 (로장인곤건려시); 길은 멀고 사람은 지친데다 당나귀 절름거리며 그리도 울던 것을
참고 : 鴻(큰기러기 홍), 踏(밟을 답), 泥(진흙 니), 爪(손톱 조), 澠(고을 이름 민), 蹇(절름발이 건), 驢(당나귀 려), 嘶(울 시)
* 감상; 눈 내린 들녘에 새겨진 기러기 발자국. 눈이 녹고 나면 발자국도 함께 사라진다. 우리네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덧없고 무상한 인생을 비유한 설니홍조(雪泥鴻爪)라는 말은, 소동파(蘇東坡)가 동생인 소철(蘇轍)에게 보낸 이 시에서 나왔다.
제행무상을 경련(제 5, 6구)에서 스님과 탑, 허물어짐과 옛것을 신구(新舊)로 잘 대비시켜놓았다.
* 소식은 이 시를 짓기 5년 전(1057년) 동생 소철과 함께 아버지 소순(蘇洵)을 따라 개봉부시(開封府試)에 응시하기 위해,
그기로 가는 도중 한 절에 묵었던 일이 있었다. 그때 삼부자는 주지스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절의 벽에 글씨도 남겼다.
(그 글씨와 스님은 그 후 사라졌지만...)
5년 뒤(1062년) 봉상부첨판(鳳翔府簽判) 벼슬을 얻어 임지로 떠나는 형 소식에게,
동생 소철(字는 子由)이 지난 날 민지(澠池)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시를 지어 보였다.
이 시는 그에 대한 和答으로 지은 것이다.
* 근현대 중국화가 고검보(高劍父)의 <설니홍조(雪泥鴻爪)>(1941年作).
그림은 지인의 다음 블로그 청경우독 해수(2006. 09,28) 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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