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가(신선의 노래)·제4시조집

79. 파자소암

한상철 2018. 2. 21. 06:17

79. 파자소암(婆者燒庵)


늙정이 버드나무에 새싹이 돋는다면

운우(雲雨)는 물론이요 선()마저도 얻을 턴데

바위가 싸늘해지자 화두(話頭) 태운 할망구


* 어느 노파가 초막을 지어 스님의 수행을 20년 토록 공양했다. 늘 아리따운 여자가 밥을 날랐는데, 노파 왈 이번에 밥을 가져갈 때에는 그 분을 껴안고 수행정도를 시험해봐!” 여자가 스님을 껴안으며, 이러면 느낌이 어때요?” 스님 왈 마치 고목이 엄동설한에 선 것 마냥 한 오라기의 따스함도 없소!” 이 말을 들은 노파는 곧 스님을 쫓아내고 초막을 불살라 버리면서 “20년 공양을 속된 놈에게 했다니?” 이상은 대만 만화가 채지충(蔡志忠)의 선설 101쪽에 설명된 문장만 그대로 따왔다. 소위 고목선(枯木禪)이라는 게다. 물론 선서(禪書)에도 유사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해학적으로 전달키 위해 일부러 만화책에서 인용했다.

미루나무가 한겨울에도 찬 바위에 기댔으니, 따사로운 기운이 없다.” (참고; 원오 극근 이야기)

중은 당연히 여색을 가까이 할 수 없다. 그러나 20년에 한 점의 자비심조차 닦지 못했으니, 과연 속한(俗漢) 이랄까?

* 선은 초탈한 면이다. 초탈한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것마저 초탈하는 것이다.

* 고양생제(枯楊生稊); 마른 버드나무에 새싹이 돋는다는 뜻으로 노인이 젊은 아내를 얻음-역경(易經) 대과 구이(大過 九二).


'5.선가(신선의 노래)·제4시조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81. 준치위양  (0) 2018.02.23
80. 천연의 도  (0) 2018.02.22
78.반야창  (0) 2018.02.20
77.득선 4  (0) 2018.02.19
76. 억지는 곤란  (0) 2018.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