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限歌(장한가)/백거이(당)-명문 감상 38

장한가(長限歌)

-기나긴 한의 노래 

                                     

                                    白居易(백거이)/당

 

漢皇重色思傾國 (한황중색사경국) 한황제 색을 즐겨 경국지색 찾았으나

御宇多年求不得 (어우다년구부득) 오랜 세월 구하여도 얻을 수 없었네.

楊家有女初長成 (양가유녀초장성) 양씨 가문에 갓 성숙한 딸이 있어

養在深閨人未識 (양재심규인미식) 집안 깊이 길러 누구도 알지 못했네.

天生麗質難自棄 (천생려질난자기) 타고난 아름다움 그대로 묻힐 리 없어

一朝選在君王側 (일조선재군왕측) 하루아침에 뽑혀 황제 곁에 있게 됐네.

回眸一笑百媚生 (회모일소백미생) 한번 눈웃음 지며 떠는 아양 그지 없어

六宮粉黛無顔色 (육궁분대무안색) 단장한 육궁 미녀들의 얼굴빛을 가렸네.

春寒賜浴華淸池 (춘한사욕화청지) 봄추위에 화청지 목욕함을 허락하니

溫泉水滑洗凝脂 (온천수골세응지) 온천물 부드럽게 매끄러운 몸을 씻네. (10)

侍兒扶起嬌無力 (시아부기교무력) 시녀들 부축에도 연약하기만 한 교태

始是新承恩澤時 (시시신승은택시) 비로소 황제의 새 은택을 받기 시작하네.

 

雲鬢花顔金步搖 (운빈화안금보요) 구름 머리결, 꽃인양 얼굴, 한들거리는 금장식

芙蓉帳暖度春宵 (부용장난도춘소) 부용휘장 안에 따뜻한 봄밤은 깊어

春宵苦短日高起 (춘소고단일고기) 짧은 봄밤 한탄하며 해 높아 일어나니

從此君王不早朝 (종차군왕부조조) 황제는 이로 부터 조회를 보지 않았네.

承歡侍宴無閑暇 (승환시연무한가) 총애로 연회에 매이니 한가할 틈 없어

春從春游夜專夜 (춘종춘유야전야) 봄에는 봄 놀이에 밤에는 밤 잠자리에

後宮佳麗三千人 (후궁가려삼천인) 빼어난 후궁에 미녀 삼천 있었지만

三千寵愛在一身 (삼천총애재일신) 삼천 명에 내릴 사랑 그녀 혼자 받았네. (20)

金屋粧成嬌侍夜 (금옥장성교시야) 황금방에 단장하고 교태로 밤시중 들고

玉樓宴罷醉和春 (옥루연파취화춘) 옥루 잔치 끝나면 봄기운에 취했네.

姉妹弟兄皆列士 (자매제형개렬사) 자매와 형제 모두에게 영지를 내려주니

可憐光彩生門戶 (가련광채생문호) 이윽고 그들 가문에 광채가 나게 되어

遂令天下父母心 (수령천하부모심) 이를 따라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不重生男重生女 (부중생남중생녀) 아들보다 딸 낳기를 중히 여기게 됐네.

驪宮高處入靑雲 (려궁고처입청운) 화청궁 높이 솟아 푸른 구름에 들어 가고

仙樂風飄處處聞 (선악풍표처처문) 선악은 바람 타고 어디서나 들려오네.

 

緩歌慢舞凝絲竹 (완가만무응사죽) 느린 노래 나른한 춤 여운 긴 가락에

盡日君王看不足 (진일군왕간부족) 황제는 하루 종일 넋 잃고 바라보네. (30)

漁陽鼙鼓動地來 (어양비고동지래) 돌연 어양 쪽 땅 울리는 전고 소리       鼙(비); 작은 북

驚破霓裳羽衣曲 (경파예상우의곡) 예상우의곡을 놀라게 해부숴버렸네.

九重城闕煙塵生 (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 먼지 솟아 오르고

千乘萬騎西南行 (천승만기서남행) 수천 수만 관군들은 서남으로 달아나네.

翠華搖搖行復止 (취화요요행복지) 천자의 기 흔들리며 가다가 서곤 하며

西出都門百餘里 (서출도문백여리) 도성문 서쪽 백여리 마외역에 이르러

六軍不發無奈何 (육군부발무나하) 양귀비 처결하라 군사들이 멈춰서니

宛轉蛾眉馬前死 (완전아미마전사) 양귀비는 몸 뒤틀며 군마 앞에 죽었네.

花鈿委地無人收 (화전위지무인수) 땅에 떨군 꽃비녀 거두는 사람 없고

翠翹金雀玉搔頭 (취교금작옥소두) 취교, 금작, 옥소두 땅에 흩어졌네.  (40)

君王掩面救不得 (군왕엄면구부득) 황제는 얼굴 가린 채 구하지 못하고

回看血淚相和流 (회간혈루상화류) 차마 돌린 두 눈에 피눈물이 흐르네.

黃埃散漫風蕭索 (황애산만풍소삭) 누런 흙먼지 일고 바람 쓸쓸히 부는데

雲棧縈紆登劍閣 (운잔영우등검각) 구름 걸린 굽은 잔도 검각산을 오르네.

峨嵋山下少人行 (아미산하소인항) 아미산 아래에는 오가는 이도 드물어

旌旗無光日色薄 (정기무광일색박) 천자 깃발 빛을 잃고 햇빛도 희미하네.

蜀江水碧蜀山靑 (촉강수벽촉산청) 촉강 맑게 흐르고 촉산은 푸르건만

聖主朝朝暮暮情 (성주조조모모정) 황제는 아침저녁 양귀비 생각에 잠겨

行宮見月傷心色 (항궁견월상심색) 행궁에서 보는 달에 마음 절로 상하고

夜雨聞鈴腸斷聲 (야우문령장단성) 밤비 속에 들리는 단장의 말방울 소리 (50)

天旋地轉回龍馭 (천선지전회룡어) 천하 정세 변하여 황제가 돌아오는 길에

到此躊躇不能去 (도차주저부능거) 마외역에 이르러는 걸음 뗄 수 없었네

馬嵬坡下泥土中 (마외파하니토중) 양귀비 쓰러진 진흙더미 속에는

不見玉顔空死處 (부견옥안공사처) 고운 얼굴 어디 가고 죽은 빈 자리만 남아

君臣相顧盡沾衣 (군신상고진첨의) 황제 신하 서로 보며 눈물 옷깃 적시고

東望都門信馬歸 (동망도문신마귀) 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게 길 맡기고 가네

歸來池苑皆依舊 (귀래지원개의구) 돌아오니 황궁의 못과 정원은 변함 없어

太液芙蓉未央柳 (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의 부용과 미양궁의 버들도

芙蓉如面柳如眉 (부용여면류여미) 부용은 양귀비 얼굴이고 버들은 그 눈썹이라

對此如何不淚垂 (대차여하불루수) 이들을 대하니 어찌 아니 눈물 지리. (60)

春風桃李花開日 (춘풍도리화개일) 봄바람에 복숭아며 오얏꽃이 만발하고

秋雨梧桐葉落時 (추우오동엽낙시) 가을비에 젖어 오동잎이 떨어져도

西宮南內多秋草 (서궁남내다추초) 서궁과 남원에 가을 풀 우거지고

落葉滿階紅不掃 (락섭만계홍부소) 낙엽이 섬돌을 덮어도 쓸어낼 사람 없네.

梨園子弟白發新 (리원자제백발신) 이원의 자제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椒房阿監靑娥老 (초방아감청아로) 양귀비 시중 들던 시녀들도 늙었네.

夕殿螢飛思悄然 (석전형비사초연) 반딧불 나는 저녁 궁궐 더욱 처량하여

孤燈挑盡未成眠 (고등도진미성면) 외로운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잠 못 드니

遲遲鍾鼓初長夜 (지지종고초장야) 더딘 종과 북소리에 밤이 긺을 알았네.

耿耿星河欲曙天 (경경성하욕서천) 은하수 반짝이며 새벽은 다가오고      (70)

鴛鴦瓦冷霜華重 (원앙와냉상화중) 원앙 같은 기와에 서리꽃이 무거운데

翡翠衾寒誰與共 (비취금한수여공) 함께 덮을 이 없어 싸늘한 비취 금침.

悠悠生死別經年 (유유생사별경년) 생사를 달리한 지 아득하니 몇 년인가

魂魄不曾來入夢 (혼백부증래입몽) 꿈에서도 혼백마저 만나볼 수 없었네.

臨邛道士鴻都客 (임공도사홍도객) 임공의 도사가 홍도에서 객으로 머무는데    홍도; 도성 장안의 별칭 

能以精誠致魂魄 (능이정성치혼백)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 하니

爲感君王輾轉思 (위감군왕전전사) 양귀비 그려 잠 못 드는 황제를 위해

遂敎方士殷勤覓 (수교방사은근멱) 방사 시켜 양귀비 혼백 찾게 하였네.

排空馭氣奔如電 (배공어기분여전) 허공을 가르고 번개처럼 내달아

升天入地求之遍 (승천입지구지편) 하늘 끝에서 땅 속까지 두루 찾아   (80)

上窮碧落下黃泉 (상궁벽락하황천) 위로는 벽락 아래로는 황천까지

兩處茫茫皆不見 (량처망망개부견) 두 곳 모두 망망할 뿐 찾을 길이 없는데

忽聞海上有仙山 (홀문해상유선산) 홀연 들리는 소문 "바다 위에 선산 있어

山在虛無縹緲間 (산재허무표묘간) 그 산은 아득한 허공 먼 곳에 있고,

樓閣玲瓏五雲起 (루각영롱오운기)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 구름이 일어

其中綽約多仙子 (기중작약다선자) 그 곳에 아름다운 선녀들이 사는데,

中有一人字玉眞 (중유일인자옥진) 그 중 옥진이라 하는 선녀 하나 있으니    옥진; 양귀비의 도호(道號)

雪膚花貌參差是 (설부화모참치시) 흰 살결 고운 얼굴이 그 녀인 것 같다" 하네.  제6자 差(차)는 '치'로 읽어야 함 

金闕西廂叩玉扃 (금궐서상고옥경) 황금 대궐 서쪽 방의 옥문을 두드리고

轉敎小玉報雙成 (전교소옥보쌍성) 소옥을 시켜 쌍성에게 알리도록 말 전하니 (90)

聞道漢家天子使 (문도한가천자사) 한황제의 사자가 왔다는 말 전해 듣고

九華帳里夢魂驚 (구화장리몽혼경) 꿈에 깨어 놀라는 화려한 장막 안의 혼백

攬衣推枕起徘徊 (람의추침기배회) 옷을 들고 베개 밀고 일어나 서성이더니

珠箔銀屛迤邐開 (주박은병이이개) 구슬발과 은병풍 열리며 모습을 나타냈네.

雲鬢半偏新睡覺 (운빈반편신수각) 구름 머리 반 드리우고 방금 잠에 깬 듯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부정하당내) 머리 장식 안 고친 채 당에서 내려왔네.

風吹仙袂飄飄擧 (풍취선메표표거) 바람 부는 대로 소맷자락 나부끼니

猶似霓裳羽衣舞 (유사예상우의무) 외려 예상우의무를 추던 그 모습이네

玉容寂寞淚欄干 (옥용적막루란간) 옥 같은 얼굴 적막해 난간에 눈물 지니

梨花一枝春帶雨 (이화일지춘대우) 배꽃 한 가지가 봄비를 두른 듯  (100)

含情凝睇謝君王 (함정응제사군왕) 정을 품고 응시하며 황제에게 사례하기를 

一別音容兩渺茫 (일별음용량묘망) "헤어진 뒤 옥음, 용안 모두 아득해졌습니다

昭陽殿里恩愛絶 (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받던 은총도 끊어지고

蓬萊宮中日月長 (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에서 긴 세월만 보내고 있습니다"   봉래궁; 신선이 사는 궁

回頭下望人寰處 (회두하망인환처)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보아도

不見長安見塵霧 (부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와 먼지 뿐

唯將舊物表深情 (유장구물표심정) 오직 지난 날 쓰든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려

鈿合金釵寄將去 (전합금채기장거)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가져다 드리려 하네.

釵留一股合一扇 (채류일고합일선) 비녀는 반 쪽씩 상자는 한 쪽씩

釵擘黃金合分鈿 (채벽황금합분전) 황금 비녀 토막내고 자개 상자 나눴으니 (110)

但敎心似金鈿堅 (단교심사금전견) 두 마음 이 처럼 굳고 변치 않는다면

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인간회상견) 천상에든 세상에든 서로 보게 되리라네.

臨別殷勤重寄詞 (림별은근중기사) 헤어질 즈음 간곡히 다시 하시는 말씀

詞中有誓兩心知 (사중유서양심지) 두 마음 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일(칠석) 장생전에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인적 없는 깊은 밤 속삭이던 말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고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천지는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이 면면한 사랑의 한은 끊일 때가 없으리.  (120)

* 제 32구 '예상우의곡'은 당(唐)나라 악곡(樂曲) 이름이다. 본래 서량(西涼)에서 전해진 것을, 주인공인 현종(玄宗)이 가사를 짓고, 윤색하여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 제 90구 소옥은 오왕 부차의 여자이다. 여기서는 선궁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여인. 쌍성은 서왕모의 시녀. 여기서는 옥진의 시녀.

* 제 99, 100구는 운치 있는 구다. 멋을 살리는 것 까지는 이해하지만, 의역이 지나친 게 더러 보인다. 예 1, 옥 같은 억굴에 수심이 깊어 눈물이 망울지고, 활짝 핀 배꽃가지가 봄비를 머금은(맞은) 듯. 예 2. 옥 같은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 배꽃 한 송이가 봄비에 젖었듯 등. 원작자의 의도와, 한자의 뜻, 규칙(韻, 廉 등)을 과도히 건드려서는 안된다. 

* 제 117, 118구가 이 글 전체에서 가장 명구로, 고금을 통해 널리 회자된다.

* 7언 120구 총 840자의 장문이다. 고문진보 전집 歌類.

* 중국은 물론, 일본인도 대단히 좋아하는 천하의 명문이다.

* 다음카페 도고온천초등학교 총동문회 (2019.8.3)에서 인용 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