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無字經可閱(무자경가열)/왕매(남송)-명시 감상 1,022

한상철 2021. 2. 19. 10:29

 無字經可閱(무자경가열)

-글자 없는 경전도 볼 수 있어

 

     왕매(王邁/南宋)

一念稍分明(일념초분명) 한 생각이 벌써 분명하니

天壤異仙凡(천양이선범) 하늘과 땅만큼 신선과 속인은 차이 나네

諸相等歸妄(제상등귀망) 모든 모습은 망령으로 돌아감과 같고

天眞要無厖(천진요무방) 참된 마음은 섞임이 없어야 하네

凡物非我有(범물비아유) 무릇 사물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니

秋毫不可貪(추호불가탐) 털끝 만큼이라도 탐할 수는 없네

只此爲上乘(지차위상승) 다만 이것이 상승의(오르는) 도리라 하더라도

其諸總虛談(기제총허담) 그 모든 것은 허망한 말일 뿐일세

無字經可閱(무자경가열) 글자 없는 경전은 열람할 수 있고

無言禪可參(무언선가참) 말 없는 참선도 수행할 수 있네 (10) 

白雲過前山(백운과전산) 흰 구름은 앞산을 지나가고

明月映空潭(명월영공담) 밝은 달은 빈 못을 비추네  (번역 한상철)

 

* 원제는 무척길다. 辛未中元記夢夢與一僧談世事良久問答中有凡事如此汝曹勉之之語旣而造一境如仙家居厥明用夢中八字爲偈末章反騷-(八首其一)

- 上乘: 대승(大乘).

- 無字經: 언어문자로 표현된 경전(經典) 밖의 경전. 이를테면 아름다운 꽃, 아침이슬, 옷깃을 스치는 바람소리, 뜬구름, 흐르는 물, 푸른 산, 깊은 계곡 등 삼라만상(森羅萬象)과 제법(諸法)이 다 부처님의 법문이요 설법이니 그것이 곧 글자 없는 경전인 셈이다. 경전(經典)이란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방편(方便)이고 수단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전의 말마디에 빠지고 자구(字句)에 얽매인다. 경전은 진경이 아니다. 진경은 무자경이니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몸에 지니고 있다. 단지 그것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멀리서 구하려고 애쓸 뿐이다. 그러니 구하지 못하고, 구한다 해도 어렵게 구하게 된다. "무자경이 늘 큰 빛을 발한다"(無字經常放光明)고 하지 않는가.

我有一卷經 不因紙墨成 展開無一字 常放大光明(아유일권경 불인지묵성 전개무일자 상방대광명) 내개 한 권의 경전이 있는데/종이와 먹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펼쳐보면 글자 하나 없지만/늘 환한 빛을 뿌린다네 홍자성(洪自誠/), 채근담(菜根譚)/서산휴정(西山休靜/朝鮮), <운수단가사(雲水壇謌詞)>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해수 경해에서 인용 수정함.(2021. 2. 19)

 

* 청대 ( 淸代 )  왕경명 ( 王敬銘 ) 의  < 청산백운도 ( 靑山白雲圖 )> ( 設色絹本 , 125×41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