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日甚雨已而大雪喜而有作(동일심우이이대설희이유작)
-겨울 날 많은 비가 내리다가 이윽고 큰 눈이 내리기에 즐거워서 짓다
退溪 李滉(퇴계 이황)/조선
北風怒起萬木號(북풍로기만목호) 북쪽 바람이 세차게 일어나자 많은 나무 부르짖고
黝雲四合如飜濤(유운사합여번도) 검푸른 구름 사방에서 모이니 물결 뒤집는 것 같네
山蒸礎潤氣鬱沈(산증초윤기울침) 산에 김 올라 주춧돌 적시니 울적한 기운에 빠지고
雨聲晝夜聞嘈嘈(우성주야문조조) 비 오는 소리 밤과 낮 시끄럽고 급히 들리네
當冬汔可石燕蟄(당동흘가석연칩) 겨울을 당하면 거의 돌제비는 겨울잠을 자는데 1
此日怪見商羊跳(차일괴현상양도) 이 날은 괴이하게 상양이 뛰어 넘듯 나타났네 2
直恐渺漫百川溢(직공묘만백천일) 다만 끝 없이 가득차 모든 내가 넘칠까 두려운데
已覺橫流千瀆豪(이각황류천독호) 이미 가로 흐르며 여러 도랑에 성함을 깨달았네
愆陽發洩龍戰野(건양발설룡야전) 지나친 양기가 퍼져 나오니 들에서 용이 싸우고 3
冥頊斂縮如藏逃(명욱렴축여장도) 겨울 귀신은 거두고 물러나 도망가 숨은것 같구나 4 (10)
爾來寒燠苦不常(이래한욱고불상) 그로부터 추위와 더위 정말로 일정하지 않아서 5
饑荒疫癘民嗷嗷(기황역려민오오) 기근에 흉년 들고 역병 돌아 백성들 울부짖네 6
腐儒無策謾多憂(부유무책만다우) 쓸모 없는 선비는 계책 없어 겁내는 근심만 많고 7
聖上焦思精貫高(성상초사정관고) 성상께서는 노심초사하여 정성이 높이 뚫었네 8
曉來風色忽已變(효래풍색홀이변) 새벽이 되자 바람의 기색 이미 갑자기 변하더니
滕六贔屓陰機挑(등륙비희음기도) 눈의 귀신이 노해 힘써 음의 기틀 돋우네 9
初看霰集如撒鹽(초간산집여살염) 처음 보니 싸락눈 모여 소금 뿌리는것 같더니
頃刻眩眼吹鵝毛(경각현안취아모) 잠깐 동안에 눈 어지럽고 거위 털 부는 것 같네
莫嫌潢汚旋消融(막혐황오선소융) 돌이 다 녹아 사라져 웅덩이 더럽힌 것 싫어 말게
漸見高低渾蓋韜(점견고저혼개도) 점점 높고 낮게 뒤섞여 다 가리는 걸 보리라 (20)
乾坤浩蕩無際涯(건곤호탕무제애) 하늘과 땅 끝없이 넓어 끝 닿는 곳도 없으니
萬境合沓同周遭(만경합답동주도) 일만 경계 합쳐 모여 한가지로 널리 두르네
豐年作瑞古所云(풍년작서고소운) 풍년의 상서로움 일으킨다 예부터 이르는 바
千尺藏蝗那肆饕(천척장황나사도) 천 자나 숨은 메뚜기 어찌 방자하게 탐할까
天民天恤理則然(천민천휼리칙연) 하늘 백성 하늘이 구휼함은 틀림 없는 이치니
導迎佳祥宜更勞(도영가상의갱로) 좋은 상서를 이끌어 맞아 더 애씀이 마땅하네
豈惟端本弭衆災(기유단본미중재) 어찌 마땅히 근본을 바로 잡아 백성의 재앙 멈출까
中和樂職堪濡毫(중화락직감유호) 중화로 벼슬을 즐기며 뛰어나게 붓을 적시네
流民流民各歸業(유민류민각귀업) 떠도는 백성과 유랑민들 각기 본업으로 돌아가
從今聖澤完爾曹(종금성택완이조) 이제부터 임금의 은혜가 너희 무리를 온전히 하리라 (30)
1.石燕[석연] : 湘川記[상천기]에 “호남성 零陵[영릉]에 있는 산인데 ,그 산에 있는 제비 모양 돌들이 있는데 비바람을 만나면, 제비처럼 날고, 비바람이 그치면 돌이 된다" 하였다.
2.商羊[상양] : 商羊鼓舞[상양고무], 상양이 춤을 춘다는 뜻으로, 홍수나 수해의 조짐을 이르는 말. 붉은 부리에 하나의 다리를 지니고 있는데, 입으로 강물을 퍼올리고, 그 것을 메마른 대지에 다시 내뱉어 비를 내리게 한다. 이 새가 제나라 세자 앞을 날개를 흔들며 깡충깡충 걸어갔다고 역사가들은 기록하고 있다. 놀란 세자는 신하를 노나라 궁전에 있는 공자에게 보내어 자문을 구하였다. 공자는 상양이 그 지방 인근에 홍수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따라서 운하와 제방을 만들어서 홍수에 대비하라고 충고하였다. 세자는 공자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커다란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3.愆陽[건양] : 陽氣[양기]가 지나치게 성한 관계로 겨울철이 너무 따뜻하여 節令[절령]에 어긋남.
4.冥頊[명욱] : 겨울 귀신을 말한다. 『禮記[예기]』 「月令[월령]」에 “孟冬之月 …… 其帝顓頊 其神玄冥”이라고 하였다.
5.寒燠[한욱] : 추위와 더위.
6.嗷嗷[오오] : 여러사람이 떠들고 원망하는 일.
7.腐儒[부유] : 생각이 낡아 완고하고 쓸모 없는 선비.
8.焦思[초사] : 焦慮[초려], 애를 태우며 하는 생각, 勞心焦思[노심초사].
9.滕六[등륙] : 전설 속의 눈 鬼神[귀신], 雪神[설신] 이름.
10.中和[중화] : 德性[덕성]이 中庸[중용]을 잃지 않은 상태.
退溪先生文集卷之一[퇴계선생문집1권] 詩[시]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89 인용. 李滉[이황 : 1501-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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