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命裏(명리)/문천상(남송)-명시 감상 1,945

한상철 2022. 8. 25. 12:51

命裏(명리)

-목숨 가운데

 

       文天祥(문천상/남송)

熊羆十萬建行臺(웅비십만건행대) 용사 십만 명은 행대를 짓고

單騎誰教免胄來(단기수교면주래) 홀로 말을 타니 누가 목숨을 걸게 했나

一日捉將沙漠去(일일착장사막거) 어느 날 장수를 잡아 사막으로 가더니만

遭逢碧眼老回回(조봉벽안로회회) 눈동자가 파란 회족을 우연히 만났네 (번역 한상철)

 

 文天祥(문천상/남송), <命裏(명리)> 

- 熊羆: 곰과 불곰(말곰, 큰곰). 무사, 용사. 

- 行臺: 고관이 지방을 순시할 때 임시 주재소. 가설무대. 

- 單騎: 혼자 말을 타고 감, 또는 그 사람. 

- 免胄: 투구를 벗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감하게 싸우다"라는 뜻의 관용적 표현. 춘추시대 진()나라 명장 선진(先軫) "투구를 벗고 적진으로 뛰어들어 전사했다"(免胄入狄師 死焉)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온다. 

- 遭逢: 우연히 만나다(遭遇). 

- 碧眼: 동공(눈동자)이 파란 눈. 

- 老回回: 회족(回族). 동간(東干)이라고도 부르는 무슬림(穆斯林) 중국인. 

- 안사(安史)의 난()과 뒤이은 토번(吐藩/투르판)의 장안 점령사건(763)이 마무리되면서 나라 조정은 한숨을 돌린다. 그러나 뜻밖에 복고회은(僕固懷恩)의 난이 일어나 나라 조정은 크게 긴장한다. 僕固懷恩은 투르계의 무장(武將)으로 안사의 난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런 그가 난이 진압된 뒤 1년 만인 764 1월 당()나라 조정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의 반란은 명장 郭子儀에 의해 가볍게 저지당한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회흘(回紇/위구르) 吐藩을 끌어들여 재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채 765년 병사(病死)하고 만다. 僕固懷恩의 죽음으로 전란은  回紇, 吐藩이 각축하는 국제전으로 비화한다. 은 토번의 공세는 어렵사리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回紇 吐藩과 손을 잡자 다시 위기에 빠진다. 이때 郭子儀가 단기필마(單騎匹馬) 回紇로 들어가 그들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상황은 반전된다. 결국 吐藩 回紇 의 협공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퇴함으로써 마침내 전란은 종결된다. 위의 시는 이때의 상황을 읊은 것이다.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무하유지향에서 인용 수정.(2022.  8.  25)

 

 

* 북송 이공린(李公麟)의 <免胄圖> 手卷 (設色絹本, 55×398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