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夜雨(야우)/서재사(원)-명시 감상 1,984

한상철 2022. 9. 17. 06:40

夜雨(야우)

-밤비

 

        徐再思(서재사, 생몰 미상, 1320년 전후?)/원

一聲梧葉一聲秋(일성오엽일성추) 오동잎 흔드는 한 소리는 하나의 가을 소리요
一點芭蕉一點愁(일점파초일점수) 한 잎 파초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하나의 시름인데
三更歸夢三更後(삼경귀몽삼경후) 한밤에 꾸었던 고향 꿈은 한밤이 지나도록 떨쳐지지 않네
落燈花(락등화) 흘러 내리는 촛농과
棋未收(기미수) 정리하지(거두지) 못한 바둑돌 
嘆新豐逆旅淹留(탄신풍역려엄류) 여관(신풍)에 머물러야 하는 신세에 한숨만 깊어지는데
枕上十年事(침상십년사) 십년 간의 씁쓸한 벼슬아치 생활과
江南二老憂(강남이로우)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근심에
都到心頭(도도심두) 오늘도 머리가 복잡해지네 (번역 한상철)

三更(삼경) -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
歸夢(귀몽) - 고향에 돌아가는 꿈.
燈花(등화) - 촛불 심지.
新豐(신풍) - 섬서성 어느 지방 이름, 당나라 초 어느 벼슬아치인 마주(馬周)가 이 곳 여관에 머물렀으나, 주인으로부터 푸대접을 받았다는 전설을 인용했다.
江南(강남) - 시인의 고향, 절강성 가흥(嘉興) 부근.
二老(이로) - 양친, 부모.
* 감상; 조정의 아귀다툼 속에 생존을 위해 벼슬아치 생활을 해야하는 씁쓸함과,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갈망을 읊었다. 깊어가는 가을밤, 주인도 반겨주지 않는 여관방에서, 뜬 눈으로 빗소리를 들으며, 고단한 인생살이를 탄식하는 모습이다.

* 티스토리 표류에서 인용 수정.(2021.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