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蕭駙馬宅花燭(소부마댁화촉)/왕창령(성당)-명시 감상 1,997

한상철 2022. 9. 22. 13:50

蕭駙馬宅花燭(소부마댁화촉)

 

        王昌齡(왕창령/盛唐)

靑鸞飛入合歡宮 (청란비입합환궁) 푸른 난새는 합환궁으로 날아들고

紫鳳銜花出禁中(자봉함화출금중) 자색 봉황은 꽃을 물고 대궐을 나오네

可憐今夜千門裏(가련금야천문리) 부럽구나 오늘 밤 수많은 궁궐 문에서

銀漢星槎一道通(은한성회일도통) 은하수의 뗏목이 한 길로 통하니

 

☞ 王昌齡(왕창령/盛唐), <蕭駙馬宅花燭(소부마댁화촉)>

- 蕭駙馬: 나라 현종(玄宗) 때 재상을 지낸 소숭(蕭嵩)의 아들 소형(蕭衡). 玄宗의 스물아홉 번째 딸인 신창공주(新昌公主)와 결혼해 駙馬가 되었다. 그의 아들 소복(蕭復)도 덕종(德宗) 때 재상에 오른다. 옛날 중국의 농서(隴西, 지금의 甘肅) 땅에 신도탁(辛道度)이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가 학덕 높은 스승을 찾아 옹주(雍州)로 가는 도중 날이 저물어 큰 저택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하녀가 안내한 안방으로 들어가 잘 차려진 밥상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자 안주인이 들어와 자신은 진()나라 민왕(閔王)의 공주로서 조()나라로 시집갔다가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23년 동안 혼자 지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자신을 찾아주었으니 부부의 인연을 맺어 달라고 간청했다. 辛道度은 처음에 사양했지만 애절한 간청을 이기지 못해 며칠 동안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나흘째 되던 아침에 그녀는 더 이상 인연을 맺으면 화를 당한다고 하면서 헤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아쉬운 이별의 정표로 辛道度에게 금 베개 하나를 주었다. 금 베개를 받아 들고 대문을 나서서 뒤를 돌아보니 집은 온데간데없고 잡초만 무성한 허허벌판에 무덤 하나만 있었다. 이후 辛道度은 돈이 없어 그 금 베개로 음식을 사 먹었는데, 우연히 왕비가 금 베개를 발견하고 그를 잡아와 문초하였다. 辛道度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왕비는 "죽은 지 23년이 지났는데도 산 사람과 부부의 인연을 맺었으니, 그대야말로 진짜 내 사위"라며 辛道度을 부마도위에 임명했다(遂封度爲駙馬都尉)고 한다. 동진(東晉) 때 간보(干寶)가 편찬한 수신기(搜神記)에 나온다. 駙馬는 원래 천자(天子)가 타는 예비수레인 부거(副車)를 끄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 말을 맡아 보는 관리를 부마도위(駙馬都尉)라 했는데, 駙馬都尉의 봉록이 재상에 버금가자 이후부터는 천자의 사위에게 부여되는 벼슬이 되었다. 駙馬都尉를 줄여서 駙馬라고 하며 임금의 사위 또는 공주의 남편을 뜻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 靑鸞: 신선이 타고 다닌다는 신령한 새(靈鳥). 신랑인 蕭衡에 비유. 

- 紫鳳: 바다에 산다는 신조(神鳥). 신부인 新昌公主에 비유. 

- 禁中: 대궐. 

- 千門: 천가(千家). 수많은 궁궐 문. 

- 可憐: 부럽다(可羨). 즐겁다, 기쁘다(可喜). 

- 銀漢: 은하수. 맑게 갠 밤하늘. 

- 星槎: 은하수를 오간다는 뗏목. 사신(使臣)이 타고가는 배.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강호음양학에서 인용 수정(2022. 9. 21)

 

 

* 근현대 중국화가 하향응 ( 何香凝 ) 의  < 청란헌수 ( 靑鸞獻壽 )> ( 設色紙本 , 175×4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