灞上秋居(파상추거)
-파수 언덕의 가을에 살다
馬戴(마대)/당
灞原風雨定(파원풍우정) 파수 언덕에 비바람이 그치자
晚見雁行頻(만견안행빈) 저물녘에 날아가는 기러기가 자주 보이네
落葉他鄉樹(락엽타향수) 낙엽이 지니 타향의 그 나무인데
寒燈獨夜人(한등독야인) 찬 등불에 홀로 밤을 지키는 사람이라네
空園白露滴(공원백로적) 빈 정원에는 흰 이슬이 떨어지고
孤壁野僧鄰(고벽야승린) 외딴 벽(집)은 스님이 이웃해 있네
寄臥郊扉久(기와교비구) 교외 집에 부치고 산 지 오래 되었건만
何年致此身(하년치차신) 어느 해에 이 몸을 바칠 수 있으리오 (번역 한상철)
* 灞原(파원) : ‘灞(파)’는 灞水(파수)로 섬서성(陝西省) 서안(西安) 동남(東南)에 있다. ‘灞原(파원)’은 파수 서쪽의 언덕을 말하는데, 시 제목의 파상은 이 언덕을 말한 것이다.
* 空園(공원) : 가을에 나뭇잎이 다 떨어져 쓸쓸하고 적막한 정원을 말한다.
* 孤壁野僧(고벽야승) : ‘孤壁(고벽)’은 외딴 곳에 있는 집을 말한다. 孤(고)란 말을 써서 싸늘하고 집기가 거의 없는 장소의 느낌을 준다. ‘野僧(야승)’은 산야(山野)에 있는 중을 말하기도 하고, 중에 대한 겸칭(謙稱)이기도 하다.
* 郊扉(교비) : 교외에 있는 집을 말한다. ‘扉(비)’는 사립문을 가리키지만 집을 나타낸다. 교외를 향해 난 문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어 은거(隱居)의 함의도 있다.
* 何年致此身(하년치차신) : ‘年’이 ‘門’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致此身(치차신)’은 ≪論語≫ 〈學而(학이)〉에 자하(子夏)가 말하기를 “임금을 섬기되, 자기 몸을 바친다.[事君 能致其身]”라고 보인다. ‘致(치)’는 ‘맡긴다’, ‘바친다[委]’는 뜻인데, ‘招致(초치)하다’라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모두 벼슬길에 나가는 것을 말한다.
* 通釋; 파수 언덕에 불던 비바람이 멈추자 저물녘에 끊임없이 날아가는 기러기가 보이니, 진정 가을임을 알겠다. 나뭇잎 떨어지는 것을 보니, 고향이 아닌 타향에서 보는 나무이다. 차가운 등불 켜 있는 걸 보니, 홀로 밤이 늦도록 잠들지 못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었구나. 나뭇잎이 다 떨어진 적막한 정원에는 밤새 내린 이슬이 떨어지고, 이 외딴 곳은 스님이 이웃해 살고 있을 따름이다. 교외에 나와 작은 집에 산 지 오래 되었는데, 어느 해에나 벼슬길에 나갈 수 있으려는지?
<원문출처> 灞上秋居 / 作者:馬戴 /本作品收錄於:《唐詩三百首》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 네이버블로그 안분지족 인용 수정.(2022.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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