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宿府(숙부)/두보(당)-명시 감상 2,400

한상철 2024. 9. 18. 10:56

宿府(숙부)

-막부에 묵으며

       杜甫(두보)/당

清秋幕府井梧寒(청추막부정오한) 맑은 가을 막부 우물가의 오동나무는 차고

獨宿江城蠟炬殘(독숙강성납거잔) 성도에서 홀로 지내는 밤 촛불은 가물거리네

永夜角聲悲自語(영야각성비자어) 긴 밤 뿔피리 소리는 구슬프게 스스로 울고

中天月色好誰看(중천월색호수간) 중천에 뜬 달빛이 좋아 보는 사람 그 누구인가

風塵荏苒音書絕(풍진임염음서절) 풍진 속에 흘러간 세월에 편지도 끊어지고

關塞蕭條行陸難(관새소조행륙난) 변방은 쓸쓸하니 세상길이 어렵구나

已忍伶俜十年事(이인령빙십년사) 정처 없이 십 년 떠돌며 여러 일 겪고 나서

強移棲息一枝安(강이서식일지안) 애써 가지 하나에 옮겨와 사니 편안하네(번역 한상철)

 

府(부):幕府(막부)。대장군의 진영.

○ 井梧(정오) : ‘梧(오)’가 ‘桐(동)’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옛날에는 우물 주위에 오동(梧桐)을 많이 심어 그늘을 만들었다고 한다.

○ 江城蠟炬(강성납거) : ‘江城(강성)’은 성도(成都)를 가리킨다. ‘蠟炬(납거)’는 밀랍으로 만든 초를 말한다. ‘炬(거)’가 ‘燭(촉)’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永夜角聲悲自語(영야각성비자어) : ‘永夜角聲悲/自語’로 끊어 읽기도 하고, ‘永夜角聲/悲自語’로 읽기도 한다. ‘긴 밤 들려오는 피리 소리 슬프기도 하다. 단지 난세의 슬픔을 자탄(自歎)하고 있을 뿐 아무도 듣는 사람 없구나.’ 정도의 뜻이다.

中天月色好誰看(중천월색호수간) : 윗 구절과 대구(對句)로 ‘中天月色好/誰看’으로 끊어 읽기도 하고, ‘中天月色/好誰看’으로 읽기도 한다. ‘중천에 뜬 밝은 달 아름답구나. 긴 밤에 계속 빛나고 있건만 그 달을 볼 사람 누가 있을까.’ 정도의 뜻이다.

風塵荏苒(풍진임염) : 풍진(風塵)은 전란을 말하고, ‘荏苒(임염)’은 전전(輾轉)이란 말과 같으며, 세월이 흐름을 말한다.

關塞(궐새) : 변방의 관문, 변새(邊塞)를 말한다.

伶俜十年(영빙십년) : ‘伶俜(영빙)’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모양, 또는 외롭고 쓸쓸한 모습을 말한다. ‘十年’을 두고 주석가들 사이에 의견이 다르다. 천보(天寶) 14년(755년) 안녹산의 난으로부터 지금 광덕(廣德) 2년(764년)까지의 10년을 가리킨다고 보기도 하고, 건원초(乾元初:758년) 두보가 관직을 버린 후로부터 지금 광덕(廣德) 2년(764년)까지 정확히 7년을 가리키는데, 10년으로 말했다고 보는 설도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前者)를 취한다.

棲息一枝(서식일지) : ‘一枝(일지)’는 ‘井梧(정오)’와 호응하고, ‘棲息(서식)’은 ‘獨宿(독직)’과 호응해 시의 짜임새와 내용이 서로 잘 어울린다. ‘一枝(일지)’는 초료일지(鷦鷯一枝)를 가리키는데 ≪莊子(장자)≫ 〈逍遙游(소요유)〉의 “뱁새는 깊은 숲에 살지만 나뭇가지 하나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鷦鷯巢于深林 不過一枝]”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막부에 잠시 의탁한 자신의 신세를 가탁해 말한 것이다.

[通釋] 맑고 깊은 가을날 막부에서 밖을 보니, 우물가에 심은 오동나무가 차갑다. 이 찬 계절 홀로 성도에서 숙직하며 보내는 밤, 촛불도 가물거린다. 긴긴 밤에 병사들이 부는 뿔피리 소리 들렸다, 안 들렸다 한다. 마치 혼자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듣고 있자니 슬프게 느껴지고, 하늘 한가운데 뜬 달이 아름답게 빛난다. 무심하게 혼자서만 보고 있다. 뉘랑 같이 보면 좋을까? 돌아보면 지나온 시절 전쟁이 계속 이어져 벗이며, 친척에게서 오는 편지도 끊어진다. 고향을 떠나 변방에서 쓸쓸히 지내니, 세상살이가 험하기만 하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10년 동안 많은 일을 참고 겪었는데, 새가 나뭇가지에 깃들 듯하다. 애써 막부로 와서 겨우 편안하게 되었구나.

<원문출처> 宿府/ 作者:杜甫 唐 / 本作品收錄於:《唐詩三百首》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 네이버블로그 안분지족 인용 수정.(2022.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