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산정만리·산악시조 제3집(세계1)

16. 야라설산(雅拉雪山)/촉중천리 8제

한상철 2006. 6. 19. 19:05

  16. 야라설산[雅拉雪山]

-신전의 흡혈박쥐


엄니를 감춰두고 백장미로 피는 여신

목 물어 피를 빤뒤 루즈 자국 묻혀논 채

거대한 박쥐로 변해 호심(湖心) 위를 나느니

 

* 야라신산(雅拉神山 5,820m)으로도 불리며, 중국 사천성 감손 장족 (藏族;티베트 족) 자치주 안에 있는 만년설로 덮힌 굉장히 아름다운 산이다. 아직 미답봉이어서 필자가 단장격이 되어 총 8명의 대원과 함께 세계 최초의 등정을 시도했으나, 예상 외로 길이 험난하여 캠프 투인(c-2) 표고 4,800m 까지만 진출한 후, 루트 파인딩(길 찾기)의 어려움과 탈진 현상으로 어쩔 수 없이 물러서고 말았다. 산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정확한 정보도 부족한데다, 루트의 난도(難度), 대원의 체력과 등반기술 등 전반적인 등산요소를 고려치 않고, 무턱대고 오르려는 과욕의 소치라 하겠다. 국내 모 대학산악부에서 도전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하긴 태고 적부터 간직해온 처녀성을 고분고분 내줄 여신(女神)이 어디 있겠는가? 호수에서 지그시 바라보면, 한 마리의 어마어마한 박쥐가 하늘을 향해 양 날개를 펼쳐 오르는 당당한 기상이다.주릉(主稜) 둔각(鈍角-무디게 돋은) 바위 위에 쌓인 눈은 아침 햇빛이 비추기 시작하면 새빨간 립스틱을 칠한 도톰한 입술처럼 보이고, 정상 바로 밑 바위 두개는 흰 장미의 가시로  돋아나, 마치 흡혈귀의 송곳니를 방불케 한다.

 

촉중천리 8제 중 제6제

 

* 졸저 『山情萬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