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雜時(잡시)2/왕유(王維/당)~우리집 매화-명시 감상 6

한상철 2012. 3. 27. 12:23

잡시(雜時) 2.      

                           왕유(王維/ 唐 699~759)


君自故鄕來 (군자고향래); 자네 막 고향에서 왔으니

應知故鄕事 (응지고향사); 고향 사정도 잘 알겠지
來日綺窓前 (래일기창전); 그대 오던 날 우리 집 꽃무늬 창가

寒梅著花未 (한매저화미); 겨울 매화 꽃 피었던가                   (번한상철)

 

 

 * 기창(綺窓); 꽃무늬를 수 놓은 아름다운 창. 곧 여자가 거처하는 방.
 * 결구(結句) 제 3자 '저(著)'자를, '착(着)' 자로 쓰거나, 읽거나, 풀이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어
발음도 같고 뜻도 비슷하긴 하나, 우리말 풀이에서 풍기는 '뉴앙스'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 여기서 '未'자는 의문을 나타내는 허사(虛辭-의문 조사)이다.

 * 얼핏 우리 정서에서 본다면 별 감흥이 없어 보이지만, 명시로 전해져 내려온다.

 

* 감상; 강남을 떠돌아 다니는 한 나그네가 있다. 그의 처자는 맹진(孟津;지금의 하남성 맹진현)에 산다. 고향 배를 보고 모든 게 궁금하다.배 위의 고향 친구(鄕親)는 비록 아내의 편지를 가져오지 않았겠지만, 고향의 정경이라든가 처자의 근황을 그에게 물어본다. 친구가 번거로워 할까봐, 대뜸 한마디로 "아내 방 창가에 한 겨울 모진 추위를 이겨낸 매화가 펴, 맑은 향을 뿜어내지 않는가?" 라고 묻는다. 바로 이 시의 백미는 맨 마지막 '미(未)'자에 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보고 싶은 아내가 궁금하긴 하나, 체면 때문에 친구에게 바로 물어보지 못하고, 매화로 은근히 휘둘러댄, 대(大)시인 왕유의 '메타포우'가 천하일품(天下逸品)이다. (이상 기본 해설 중국학자 손소력, 감상 추가 한상철).

 

 

 

 이 매화사진은 다움  '세정 까페'에서 빌려옴.

 

 

당시삼백수 제 221 쪽 '왕유의 잡시'. 해설 손소력(孫小力). 그림 왕기(王기).

 

 

 청(淸) 도광(道光) 8년(1829) 새김. '왕유의 잡시2' 행서로 음각.

손잡이 부분은 기린이고, 테두리에 송학(松鶴)과 산수화가 새겨져 있다.(필자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