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題(무제)
이상은(李商隱, 812-858/唐)
相見時難別亦難 (상견시난별역난) 어렵게 만난 사이 헤어짐도 애태워
東風無力百花殘 (동풍무력백화잔) 시들어 지는 꽃 봄바람인들 어쩌리
春蠶到死絲方盡 (춘잠도사사방진) 봄 누에는 죽기까지 실을 뽑고
蠟炬成灰淚始干 (납거성회루시간) 재 되어서야 마르는 초의 눈물이여
曉鏡但愁雲鬢改 (효경단수운빈개) 새벽 거울 앞 흰 머리 빗으며 한숨 짓는가
夜吟應覺月光寒 (야음응각월광한) 잠 못 이뤄 흥얼대면 달빛은 차리
蓬山此去無多路 (봉산차거무다로) 봉래산은 여기서 멀지 않거니
靑鳥殷勤爲探看 (청조은근위탐간) 파랑새야 날 위해 살며시 찾아가보렴 (번역 한상철)
* 참으로 심오한, 이상은을 대표하는 名詩다. 직역하면 글이 길어지고 딱딱해, 정감 있게 의역했는데, 작가의 오묘한 시상(詩想)에 혹여 누를 끼치지 않았는지, 두려움이 앞선다. 이 시는 제 3,4구(함련)가 지극히 아름다운 암유(暗喩)이나, 제7,8구(미련 尾聯) 또한 일품이다.
* '絲'는 '思'와 동음이자, 뜻이 서로 통한다.
* 초가 녹아 떨어지는 물을,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비유한다.
* 청조(파랑새); 선계(仙界)와 연락하는 새 즉, 서왕모(西王母)의 사자(使者), 사랑의 편지를 전해 주는 자.
* 그는 아마, '세기말의 시인'으로 불리기에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유불선(儒佛仙)의 기성가치를 뛰어넘은, 실존주의(實存主義) 작가일 듯..
*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노래한 것' 이라 한다.(唐詩 李元燮 역 현암사 318~ 320쪽 참조)
운해에 잠긴, 설악산 '공룡능선'과 '천화대(天花臺)'.
선경(仙景)을 방불케 하는 '범봉'(帆峰;돛봉우리)이 보인다.
사진은 다움 블로그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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