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문 감상

秋聲賦(추성부)/구양수(송)~가을 소리-명문 감상 19

한상철 2014. 9. 6. 18:49

秋聲賦(추성부)

-가을의 소리

                                      

                                     歐陽脩(구양수1007~1072)/송


歐陽子方夜讀書(구양자방야독서)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는데,

聞有聲自西南來者(문유성자서남래자)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悚然而聽之(송연이청지) 섬칫하여 이를 듣다가

曰"異哉!"(왈 이재) 말했다. “참 이상도 하다.”

初淅瀝以蕭颯(초석력이소삽) 처음엔 우수수 스산한 소리를 내더니(쌀 일 석) (거를 력) (맑은 대쑥 소) (바람소리 삽)

忽奔騰而澎湃(홀분등이팽배) 느닷없이 솟구쳐 물결이 이는 듯 하는 것이

如波濤夜警(여파도야경) 마치 파도가 밤중에 일어나고

風雨驟至(풍우취지) 비바람이 갑자기 몰려오는 것만 같구나.

其觸於物也(기촉어물야) 물건에 부딪치면

鏦鏦錚錚(종종쟁쟁) 쟁글쟁글    (10)

金鐵皆鳴(금철개명) 쇠붙이가 일제히 우는 것만 같아,

又如赴敵之兵(우여부적지병) 마치 적진을 향해가는 군대가

銜枚疾走(함매질주) 입에 재갈을 물고 내달리매,

不聞號令(불문호령) 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

但聞人馬之行聲(단문인마지행성) 다만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 들리는 듯하다.

 

予謂童子(여위동자)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此何聲也?汝出視之."(차하성야) (여출시지)  "이것이 무슨 소리냐? 네가 나가 살펴보아라."

童子曰(동자왈) 동자가 말했다.

"星月皎潔(성월고결)  "달과 별이 환히 빛나고,

明河在天(명하재천) 은하수는 하늘에 걸렸습니다.  (20)

四無人聲(사무인성) 사방에 사람 소리도 없고,

聲在樹間"(성재수간)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

 

予曰(여왈) 내가 말했다.

"噫嘻悲哉!(억희비재) "아, 슬프도다!

此秋聲也(차추성야) 이것은 가을의 소리로구나

胡爲而來哉?(호위이래재) 어이하여 왔는가?

蓋夫秋之爲狀也(개부추지위상야) 대개 가을의 형상이란,

其色慘淡(기색참담) 그 색깔은 참담하여

煙霏雲斂(연비운렴) 안개는 부슬부슬 한데 구름은 걷히는 것만 같고, (눈 펄펄내릴 비)

其容淸明(기용청명) 그 모습은 맑고 밝아  (30)

天高日晶(천고일정) 하늘은 드높은데 해가 반짝이는 듯 하다.

其氣慄冽(기기률열) 그 기운은 오싹하여

砭人肌骨(폄인기골) 사람의 살과 뼈를 저미는 것만 같은데,

其意蕭條(기의소조) 그 뜻은 쓸쓸하여

山川寂寥(산천적료) 산과 내가 적막한 듯 하다.

故其爲聲也(고기위성야) 그래서 그 소리는

凄凄切切(처처절절) 처량하고 애절하여

呼號憤發(호호분발) 울부짖고 분을 터트리는 듯 하다.

草綠縟而爭茂(초록욕이쟁무) 우거진 푸른 풀들이 무성함을 다투고, (번다할 욕)

佳木蔥籠而可悅(가목총롱이가열) 아름다운 나무도 울창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더니만  (40)

草拂之而色變(초뷸지이색변) 풀이 이 바람에 흔들리면 색깔이 변하고,

木遭之而葉脫(목조지이엽탈) 나무가 이것과 만나면 잎이 떨어진다.

其所以摧敗零落者(기소이최패영락자) 꺾어져 시들어 떨어지는 까닭은

乃其一氣之餘烈(내기일기지여열) 한 기운의 남은 매서움 때문이다. 

 

夫秋 刑官也(부추) (형관야) 대저 가을이란 형관(刑官)이니,

於時爲陰(어시위음) 시절로는 음(陰)이 된다.

又兵象也(우병상야) 또 전쟁의 형상이니,

於行爲金(어행위금) 오행으로는 금(金)이 된다.

是謂天地之義氣(시위천지지의기) 이를 일러 천지의 의로운 기운이라 하니,

常以肅殺而爲心(상위숙살이위심) 항상 엄숙함을 마음으로 삼는다.  (50)

天之於物(천지어물) 하늘은 사물에 있어

春生秋實(춘생추실) 봄에는 싹이 돋고 가을에 열매 맺게 한다.

故其在樂也商聲(고기재악야상성) 그런 까닭에 음악에 있어서는 상성(商聲)이라

主西方之音(주서방지음) 서방의 음을 주관하며

夷則爲七月之律(이칙위칠월지율) 이칙(夷則)이 7월의 음률이 된다.

商 傷也(상) (상야) '상(商)' 이란 '상심(傷心)' 이니,

物旣老而悲傷(물기노이비상) 만물이 이미 노쇠하매 슬퍼 상심함이며,

夷 戮也(이) (륙야) '이(夷)'는 '죽인다'는 뜻이니

物過盛而當殺(물과성이당살) 사물은 성대한 시절을 지나면 죽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嗟乎 草木無情(차) (목무정) 아아! 초목은 무정하여  (60)

有時飄零(유시표령) 때로 나부껴 떨어진다.

人爲動物(인위동물) 사람은 동물로서

惟物之靈(유물지령) 오직 만물의 영장이 되니

百憂感其心(백우감기) 온갖 근심을 그 마음에 느끼고,

萬事勞其形(만사로형) 갖은 일이 그 형체을 수고롭게 한다.

有動於中(유동어중) 마음에 움직임이 있게 되면

必搖其精(필요기정) 반드시 그 정신이 흔들린다.

而況思其力之所不及(이황사기력지소불) 하물며 그 힘으로 미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

憂其智之所不能(우기지지소불능) 지혜로 능히 할 수 없는 것을 근심하는 것인가?

宜其渥然丹者爲槁木(의기악연단자위고목) 윤이나게 붉던 낯빛이 마른 나무 같이 되고  (70)

黟然黑者爲星星(이연흑자위성성) 이들이들 검던 머리가 허옇게 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겠다. (검을 이)

奈何以非金石之質(나하이비금석지질) 어이하여 금석의 자질도 아니면서

欲與草木而爭榮?(욕여초목이영) 초목과 더불어 번영함을 다투려 하는가?

念誰爲之戕賊(념수위지장적) 생각건대 누가 이를 해치고 죽이는 것인가? (죽일 장)

亦何恨乎秋聲(역하한호추성) 그럴진대 어찌 가을 소리를 한하랴?"

 

童子莫對(동자막대) 동자는 대답 않고

垂頭而睡(수두이수) 고개를 떨구고 졸고 있었다.

但聞四壁蟲聲喞喞(단문사벽충성즉즉) 다만 사방 벽에서 풀벌레 소리만 찌륵찌륵 들려와

如助余之歎息.(여조여지탄식) 마치 나의 탄식을 부추기는 듯 하였다.  (79)

 

* 가을소리에 관한 한, 세상에서 이보다 더 좋은 문장은 없다!

 

 

* <추성부도>/ 김홍도, 1805년 구양수의 추성부를 인용해 쓸쓸한 가을밤의 고독과 적막감을 그렸다. 늙은 단원의 서글픈 애상이 메마른 화폭 위에 황량한 풍경으로 드러난 걸작이다.  

* 위 글과 그림은 다움 까페 '한시 속으로'(2012. 08 .12)에서 인용하여 훈독을 보충함. 

 

 

* 부분 확대 그림은 다움 까페 파주문학회 작은글뜰(2013.07.08)에서 인용.

 

* 단원 김홍도 추성부 그림 상설(詳說)

이 작품은 중국 송대(宋代) 구양수(歐陽修, 1007∼1072)가 지은 ‘추성부(秋聲賦)’를, 단원 김홍도(1745∼1806?)가 그림으로 그려낸 시의도(詩意圖)이다. 화면의 왼쪽에는 백문타원인(白文楕圓印)으로 기우유자(騎牛游子)라 찍혀 있으며, 추성부 전문이 김홍도의 자필로 쓰여져 있는데, 끝 부분에 ‘을축년동지후삼일(乙丑年冬至後三日) 단구사(丹邱寫)’라 하였으므로, 이 그림은 1805년 즉, 단원의 나이 61세에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해는 단원이 죽기 바로 전 해로 추정되므로, 그의 마지막 기년작이자 죽음을 앞두고 그린 작품으로 믿어진다. 화면의 오른쪽에는 메마른 가을 산이 그려져 있고, 산 능선 위로는 수평방향의 갈필로 음양을 주어 밤중임이 시사되어 있다. 중앙에는 중국식 초옥(草屋)이 있으며, 둥근 창 안에는 구양수가 보인다. 이 그림은 구양수가 책을 읽다 소리가 나자, 동자에게 무슨 소리인지 나가서 살피라 했고, 

이에 밖으로 나간 동자는 ‘별과 달이 환히 빛날 뿐 사방에 인적은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 (성월교결(星月皎潔) 명하재천(明下在天) 사무인성(四無人聲) 성재수간(聲在樹間))’라고 답했다는 바로 그 장면을 그려낸 것이다. 동자는 손을 들어 바람소리 나는 쪽을 가리키고 있으며, 집에서 기르는 학 두 마리는 목을 빼고 입을 벌려, 그 바람소리에 화답하듯 묘사되어 있다. 또 마당의 낙엽수들은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고, 바닥에는 떨어진 낙엽들이 드문드문 흩날리고 있다. 

화면 왼쪽 언덕에는 나무가 두 그루 서 있고, 그 옆쪽에는 대나무에 둘러싸인 초가집이 보이며, 위로는 보름달이 떠 있다.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어둡게 시채되어 있으며, 갈필을 사용하여 가을밤의 스산한 분위기가 잘 드러나 있다. 좌우에 산이나 언덕을 배치하여 초옥과 마당을 감싸듯, 부감하듯 그려냄으로써 주제를 강조하는 포치방식은 역시 구도에 대한 단원의 뛰어난 감각을 단적으로 말해주며, 호리호리하면서도 불규칙하게 꺾여 올라가 끝이 갈라지는 나무 형태 또한, 단원의 전형적인 화법을 보여준다.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약간 비비듯이 처리된 메마른 붓질들은, 차가운 달빛 속에서 거칠고 황량한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내고 있다. 그것은 곧 구양수가 전하고자 했던 노년의 비애이자, 또한 동시에 죽음을 앞 둔 단원의 심회의 형상화이기도 할 것이다. 구양수가 만물이 조락하는 가을을 맞아 인생의 허무함을 탄식하는, ‘백가지 근심을 마음에 느껴(백우감기심(百憂感其心))’라는 구절은 바로, 단원이 1805년 김생원이라는 이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도 인용했던 구절로서, 단원의 당시 심적 상태를 여실히 반영해 준다. 아픈 몸에다, 아직은 어린 외아들 김양익의 장래문제, 출가한 딸에 대한 걱정 등이 겹쳐, 단원 역시 인생의 허무함에 절로 탄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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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砂夕起空外迷天(사석기공외미천) 萬里山川撥煙霞而進影(만리산천발연하이진영); 모래가 저물녁 일어나 하늘 밖을 맴도는데,(출처는 모르나, 문맥이 좀 이상하다) 만리 산과 내의 먼길을 그림자 벗삼아 연기와 노을을 헤치며 나아가네(집자성교서 에서)   

* 화인열전/유홍준/ 단원김홍도에서 발췌.

* 주; 글에 잘못이 있어 필자가 수정한다.

* 위 글은 다움 까페 콘체르트 아트하우스(2008.11.07)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