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문 감상

情詞(정사))/관도승/송~살아 한 이불-명문 감상 20

한상철 2014. 11. 10. 16:46

情詞 (정사) 

                      管仲姬/宋

爾儂我儂  

特煞情多  情多處  熱似火

把一塊泥捻一個爾  塑一個我

用水調和  再捻一爾 一個我

我泥中有爾  爾泥中有我

生同一個衾  死同一個槨

그대와 나는 정이 매우 깊네

정이 많은 곳 뜨겁기가 불과 같아라

한 덩이의 흙을 빚어 당신의 모습 만들고, 내 모습 만들어 보리

만일 그것들이 한꺼번에 부서진다면

그 흙을 물에 개어 

다시 그대를 만들고 나를 만들면

내 속에 그대 있고 그대 속에 나 있네

살아 한 이불에 있다가, 죽어 한 무덤에 가고 지고 
 

* 관중희는 송대 여류 시인으로, 松雪 조맹부의 아내이다. 조맹부가 한눈을 팔자, 이 정사를 지어 그의 마음을 돌렸다 한다 .

내 속에 네가 있고,  나를 만든 진흙 속에는 당신이 들어 있고, 당신을 만든 진흙 속에는 내가 들어 있을 것이오!

我泥中有하고 泥中有我 아니중유니  니니중유아

* 원나라 때의 명필인 조맹부(趙孟:호 松雪 1254~1322)의 아내 관도승(管道昇)이 지었다는 사(詞)의 한 구절이다.

* 춘향전에는 이몽룡이 과거 시험을 보는 대목이,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당황모 무심필에 먹을 묻혀 왕희지의 법을 받고, 조송설의 본을 받아 일필휘지하여 놓으니 ..." 이 대목에 나오는 조송설이 바로 조맹부이다.

그는 몽고족인 원나라의 지배 아래 피폐해진 중국 서예를 중흥시킨 서법가로서,

그의 서예는 우리나라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쳐, 임진왜란 이전까지 조선의 서예는, 그의 영향 아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글씨 뿐 아니라, 부부간에 금슬이 좋기로도 유명했던 사람인데, 어느 날 그는 부인에게 "첩을 하나 얻고 싶다"라는 농담을 하였다.

그러자, 부인 관도승은 말없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사를 한 수 지어 보였다.

"당신과 나, 너무나도 정이 두터운 사이...한 덩이의 흙을 빚어 당신의 모습도 만들고 내 모습도 만들어 보리.

만일 그것들이  한꺼번에 부서진다면, 그 흙을 다시 물에 개어 또 당신을 만들고 나를 만들면, 나를 만든 진흙 속에는 당신이 들어 있고,

당신을 만든 진흙 속에는 내가 들어 있을 것이오..." 얼마나 절실한 노래인가? 이미 내 속에 네가 있고, 네 속에 내가 있으니,

깰래야 깰 수 없는 사랑이라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랑은 나를 비우고, 그 자리에 상대방을 놓는 일이 아닐까?

* 我:나 아.  泥: 진흙 니  니:너 니

 

* 어휘의 용법이 여류답지 않게 기발하다!


* 자료 출처: 전북일보. 김병기 교수(전북대) 한문 속의 지혜찾기(2003. 5. 2).

 

 

* 갈대 억새 등을 잘라내 말끔히 정돈한 창포원. 뒤는 도봉산 정상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