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농리 참나무
반산 한상철
벼락을 피해왔군 삼백 살 참나무여
대 이은 까치집에 부창부수(夫唱婦隨) 정겨운데
그늘도 한결 짙으니 대춘(大椿)으로 남으리
* 충남 아산시 도고면 봉농리(鳳籠里) 시골 밭 가운데, 필자 둘째 돈아(豚兒)의 주택 옆집에 밑동이 두 아름쯤 되는 3백년 넘은 참나무 한 그루 있는데, 대대로 까치 한 쌍이 정답게 이어 살고 있다. 주위 참나무는 예전에 벼락을 맞아 모두 죽었고, 오직 그것만 남아있다. 벌판의 큰 나무는 벼락을 끌어들인다는 속설을 실증해준 셈이다. 산란기에는 까치가 나뭇가지를 물고와 집을 보수한다. 풍수상 ‘봉황을 기르는 새장’으로 비유되는, 이 마을의 표목(標木)이기도 하다. 수형(樹形)이 근사한데다, 봄은 연두새싹, 여름은 짙은 그늘, 가을엔 향긋한 단풍과 낙엽, 겨울에는 벌거벗은 모습으로 다가와 사철 운치를 선사한다. 산에 있으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으나, 들에 있으니 헤라클레스처럼 돋보인다.
* 대춘; 장자 내편 소요유 편에 나오는 상고시대의 나무이다. 上古有大椿者(상고유대춘자) 태고 적에 대춘이란 나무가 있었다. 以八千歲爲春(이팔천세위춘) 팔천 년을 봄, 八千歲爲秋(팔천세위추) 팔천 년을 가을로 삼았다 한다.
* 사람이나 사물은 위치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 동물은 새끼가 보기 좋고, 나무는 거목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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