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수필 평론

<산중문답> 서평-자료 저장

한상철 2018. 3. 14. 11:44
[산중문답(山中問答)(山시조집)] (한상철 지음)
 

[산중문답(山中問答)(山시조집)]

백혼령의 결정체인 산시조집!

은행지점장을 지낸 저자의 이력만 보면 그가 시조집을 낸 사실이 조금은 의아스럽다. 하지만 그는 문산지점장을 끝으로 국민은행을 퇴직하기 전에도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해 왔을 뿐만 아니라, '해동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그는 자유시를 쓰다가 좀더 음악적이고 감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살아 꿈틀거리는' 글을 쓰고 싶어 시조로 방향을 바꾼 뒤. 시조의 율격에 시상을 얹는 작업을 '뼈를 깎는 고통'으로 숱하게 거듭한 후에, 마침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고, 입으로 맛보고, 손으로 만지고, 발로 뛰고, 그 전부를 마음으로 읊은 백혼령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조집을 펴냈다.

그런데 그냥 시조집이 아니라 산 시조집이다.! 그러고 보니 그는 올라보지 않는 산이 없다. 제대로 챙겨 받지 못한 명퇴금도 모두 외국산 등반에 날려버렸단다. 자연히 이 책에는 오랜 동안 산사람으로서의그의 생활 속에서 체험하고 느껴 온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경기대 김제현 교수는 그래서 그의 산 시조에 나오는 산은 "체험의 산으로서 경건한 삶의 자세를 느끼게 해 준다"고, 서문에서 평하고 있다.

백팔 번뇌을 떨쳐 내는 '산중문답'

우리는 책 뒤에 덧붙여진 '해설'의 도움을 받아 시인의 그러한 체험과 느낌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 작시배경과 시조의 제재가 된 산의 개요, 그리고 어구 등을 설명해 놓아 산사람인 저자와 같이 산을 오르며, 그 감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 찾아보기' 또한 그런 장치의 하나인데, 96개 산을 소재로 한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함으로써, 산 시조집으로서의 특성을 살린 성실한 편집이 돋보인다.

이 시조집의 구성 또한 흥미롭다. 1면의 12달과 24절기 그리고 72후(5일에 한번씩 기후가 바뀜)를 상징하여 3부에 걸쳐 모두 108수를 실었으니, 시인은 백팔 번뇌를 떨쳐 내며 시어 하나하나를 절차탁마(切磋琢磨)했음을, 그러면서 마음을 수양했음을 은연중 우리에게 알리고 싶었나 보다.

삶과 꿈 刊 / 한상철 지음

* 2018. 3. 14  다음카페 뫼노래 '요즘 관심사'에서 전재함.(2005. 11. 6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