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산정무한·산악시조 제4집(세계2)

74. 따귈 등정 후 조난(遭難)-몽블랑 4수-프랑스 4 제 (1999. 8. 2~8. 17)

한상철 2018. 5. 8. 05:29

74. 따귈 등정 후 조난(遭難)


군침 돈 번쩍 루비 몽블랑 꼬리일 터

욕심이 앞섰거니 설한풍(雪寒風)에 링반데룽

산신께 불경(不敬)한 죄로 굴비 되어 꿰여가


* 몽블랑 뒤 따귈(Mont du Tacul 4,248m); 봉블랑 북동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알프스의 명봉(名峰)이다. ‘몽블랑의 꼬리란 이름을 얻었지만, 인기는 주봉 못지않다. 그날 우리는 연습 삼아 북사면을 오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하다, 무심코 바위봉우리 하나를 올랐는데, 알고 보니 따귈 봉이었다. 일행 모두 욕심이 생겨 눈이 계속 오는데도(원래 가면 안 됨) 무리하게 오른 후, 하산 길을 찾지 못해 생전 처음 조난당한 쓰라린 경험을 얻었다.(1999.8.12~8.13) 소위 화이트 아웃에 걸려든 것이다. 우리는 극도로 지친 상태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 안자일렌(Anseilen ; 로프를 서로 묶어 매는 것)으로 계속 운행하면서, 이태리 쪽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한풍을 피할 수 있는 능선의 적당한 장소에서 비박(bivouac 영 불 Biwak ; 불시노영-不時露營)을 결심한다.

* 화이트 아웃(white out ); 주로 동계 악천후에서 발생하며, 가스나 강설로 시계가 흰 일색이 돼, 원근감이 없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일명 시야상실(視野喪失) 또는, 백시(白視)라 한다.

* 링반데룽(Ringwanderung ); 우리말로 환상방황(環狀彷徨)으로 번역한다. 동일한 장소에서 원을 그리며 방황하는 것으로, 걸려들면 큰 위험에 직면한다. 잘못해 여기에 빠지는 조건은 가스나, 눈이 내릴 때, 지형적으로 기복이 적은 장소, 등산자가 지쳐 사고력이 둔해졌거나, 방향감각을 잃었을 때 또는, 무리한 야간운행 등이다. 둘 다 등반용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