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볼패스 하산 길
안개에 농락당한 숨 막힌 돌길 하산
차가운 잿빛 계류 붉은 매 지른 괴성(怪聲)
루핀 꽃 농밀(濃密)한 유혹 주책없이 침 흘려
* 볼패스(Ball Pass); 마운트 쿡 주봉에서 도상(圖上) 5.5km 지점으로, 남릉에 이어진 표고 2,121m 안부(鞍部)이다. 설릉과 조망이 멋진 대표적인 트레킹 루트인데, 우리는 중요한 갈림길에서 짙은 안개로 길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맸다. 겨우 찾은 하행 길은 경사가 급하고 돌이 많이 구른다. 평지로 내려선 후, 끝없이 지루한 회색빛 후커벨리(Hooker Valley)를 걷는데 얼음보다 차가운 바람이 분다.
* 붉은 매; 종류와 학명 모름. 색깔이 투명하고 붉은 색이 감도는 매가 공중에서 “삑삑” 하며 낯선 방문자에게 경고를 보내는데, 짖는 소리가 요란하고 돌을 던져도 잘 도망가지 않는 용맹함을 보인다. 나중에 물어보니 ‘붉은꼬리 말똥가리’라 한다.
* 루핀(lupine); 콩과 식물로 흰색, 홍색, 분홍, 보라 등, 여러 색상의 꽃들이 요염하게 눈길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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