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수필 평론

<선가>(신선의 노래)-강상규(재야 한학자) 서평-자료 저장

한상철 2018. 10. 21. 07:37

仙歌』- 신선의 노래

 

                                    한 상 철 시조집(Ⅳ) 
 
 중, 고등학교 시절 국어 시간을 제외하고는 시조를 접하기는 근 30년 만의 일이다. 정형시조를 만난 것이다. 시조란 문학 장르에서 일부 사람만이 접한다는 관념이 머릿속에 남아있던 나에게 의외의 신선한 충격처럼 다가온 시조집 한 권이 있었다. 『仙歌』- 신선의 노래, 라는 한상철 님의 웅숭깊고 맛깔 나는 시조집이다.
 
 절제된 언어의 구사와 정곡을 찌르 듯 움찔하게 하기도 하고 무언가 청량감을 내 영혼에 투사시키는 듯한 현묘玄妙를 깨닫는 듯한 느낌이었다. 절륜絶倫하면서도 고결高潔한 시상을 떠올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세속의 일을 꼬집는 듯 하고, 날카로운 비수처럼 박혀드는 서슬 푸르게 날이 선 글도 보인다. 행간을 읽다 보면 언뜻언뜻 보이는 해학과 풍자 그리고 촌철살인의 기지 또한 엿보인다.
 
 현묘함을 드러내주는 행간은 「眞我話頭진아화두」인데, 필자는 마음은 외물에 대한 육신의 반응이므로 있는 듯 없는 듯하다고 한다.
 
                                                      “메아리 산 모르듯 물결도 물을 몰라
                                                       내가 날 모르는데 남이 나를 어이 알리
                                                       참 나란 원래 없는 것 애써 찾아 뭘하랴“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을 풍자하는 시조도 있는데, 뱀이 코끼리를 삼키려 하고, 모기도 만족을 나는 놈이 있다고 하며 제나라 환공桓公의 고사를 끌어들여 비유의 극치極致를 드러낸다.
 
                                                     “풀섶에 숨은 꽃뱀 수코끼리 삼키건만
                                                      죽은 피 빨던 며루 족함을 알고 해탈하니
                                                      쥐뿔도 없는 난봉꾼 돌이 된들 어떻수”
                                                                                    「卓見탁견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눈길을 주는 스님을 풍자한 대목도 보이는데, 스님이 된다고 모두 해탈하는 게 아니라고 필자는 일갈을 한다. 수련하는 중은 세계를 색화色花로 보지 말고 심화心花로 보라고 한다.
  
                                                     “삭발을 했다 하나 색공色空을 구별 못해
                                                      서캐가 자란 묘화妙花 두개골에 핀 번뇌꽃
                                                      동자야 우담화優曇華 뽑아 아궁이에 처넣으렴“
                                                               「悅樂열락」- 우담바라 꽃을 보며
 
 현재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사팔뜨기 같은 윗선 눈치 보기를 풍자한 시조도 있다. 위사람 눈치 보느라 소신 없음을 질타한 대목도 있는데,
 
                                                    “사시斜視를 감추려고 좌도 봤다 우도 봤다
                                                     사마귀 눈치 살펴 다리 드는 메뚜기
                                                     수풀이 부끄러워하고 개울마저 창피해“
                                                                                  「메뚜기 재판裁判
 
 이 시조집에는 모두 108 수의 시조가 실려 있는데 인간의 백팔번뇌를 상징한다고 필자는 전한다. 전통율격(3434(3), 3443(4), 3543)을 엄격히 지킨 대구 형식의 평시조이다. 이 시조집은 저자의 해박한 경전에 관한 지식, 불교, 도교(장자와 노자) 그리고 시문이나 고사에 관하여 현실에 맞게 기상천외하고도 촌철살인의 기지를 띠고 있으며, 아울러 일목요연함을 더해 주고 있다. 각 구절마다 섬세하게 풀이를 하여 주고 있으나 풀이를 보지 않고 독자의 상상에 의하여 이 작품을 읽으면 나름대로 그 맛이 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시조집의 묘미는 지은이의 깊은 성찰과 삶을 관조하듯, 그러나 실상은 현실에의 참여를 주제로 쓴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어떤 때에는 초탈을 하는 듯하다가 느닷없이 정수리에 일침을 가하듯 하는 참여의식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몇 달간 두고두고 읽으면서 지은이의 집필의도를 비틀어지게 하는 서평을 쓰지 않았나 내심 조마조마하다. 지은이 한상철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 글을 탈초하여 옥고玉稿를 내심을 진심으로 앙축하는 바이다. 아직도 두고두고 읽을 대목이 많고 제대로 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 나의 부족한 양식이 있음을 느낀다. 다시 한 번 지은이께 배독拜讀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단기 4344년 12월 12일(서기 2011.12. 12)
충주에서
불이당 강상규 적다.

* 2018. 10. 21 인터넷 교보문고 북로그. cionkang21님의 북로그에서 전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