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棲霞道中示蘊山(서하도중시온산)/옹방강(청)-명시 감상 395

한상철 2020. 1. 1. 05:12

棲霞道中示蘊山(서하도중시온산)

-노을이 깃든 길 가운데에서 오온산을 내보이다

 

                                       옹방강/淸


從我負書非曰歸(아종부서비왈귀) 나를 따라 책을 지고 돌아가잔 말이 아닌

詩情先逐曉雲飛(시정선축효운비) 시의 정취를 먼저 쫓다 보니벽 구름 리네
重陽細雨遲黃菊(중양세우지황국) 중양절에 가랑비는 내리는데 황국은 어이 더디 피는고

六代精藍冷翠微(육대정람랭취미) 육대조사가 주석하던 가람엔 차가운 이내만 서리는구나  (翠微; 여렴풋이 보이는 산 이내)
遠眺合教青眼共(원조합교청안공) 멀리 바라보고 뜻이 맞는 벗과 함께 가르치지만  (靑眼; 뜻이 맞는 벗)

深談喜未素心違(심담희미소심위) 깊은 말씀도 기쁘지 않아 소박한 마음에 어긋나
洞天且莫題名姓(동천차막제명성) 신선의 세계에서도 이름과 성을 내지 못하고

苔蘚蒙蒙恐濕衣(태선몽몽공습의) 이끼만뜩 성해 옷 적실까 두렵다네     (번역 한상철)

 

 

* 옹방강(翁方綱 1733-1818); 중국 청대의 서예가·문학가·금석학자이다. 자는 충서(忠敘), 정삼(正三), 호는 담계(覃谿), 만년의 호는 소재(蕭斋)이다. 순천부(順天府) 대흥현(大興縣, 지금의 북경시) 사람이다. 관직은 내각학사에까지 이르렀다. 탁월한 감식력을 지니고 있어서, 그의 고증을 거친 유명한 제발과 비첩이 매우 많다. 글씨는 구양순(歐陽詢)·우세남(虞世南)을 사숙했는데, 법도를 엄격하게 지켰으며, 예서에도 뛰어났다. 당시 유용·양동서·왕문치와 더불어 명성을 떨쳤다. 시와 문장도 잘 지었는데, 시론 방면에서는 '의리'와 '문사'의 결합을 주장한 '기리설'을 제창했다. 저서로는 〈양한금석기 兩漢金石記〉·〈한석경잔자고 漢石經殘字考〉·〈초산정명고 焦山鼎銘考〉·〈소미재난정고 蘇米齋蘭亭考〉·〈복초재문집 復初齋文集〉·〈석주시화 石洲詩話〉 등이 있다(다음백과 인용 수정). 조선의 추사 김정희의 스승이다.

* 온산(蘊山)은 실제의 산이 아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오온개공(五蘊皆空)의 진리를 논하는 상상의 산이다.

* 심오하기 그지 없는 선시라, 풀이가 대단히 힘들다. 미구(微軀)의 졸역이 어쩐지 매끄럽지 못하다. 강호제현의 하교(下敎)를 기다린다.

* 6대 조사; 달마. 혜가, 승찬, 도신, 홍인, 혜능                                                                                                                                   

출처; <晚晴簃詩匯 > 卷八十二 《翁方剛》

 

* 그윽한 설경. 필자와 갑장인 절친한 친구 현포(玄圃) 정경옥(丁京鈺) 화백(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의 그림이다. 閑雪山晴. 111× 70cm. 도록 스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