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題昇平燕子樓(제승평연자루)/장일(고려)-명시 감상 541

한상철 2020. 5. 24. 13:35

제승평연자루(題昇平燕子樓)

- 승평 연자루에서 쓰다

 

                                  장일(張鎰, 1207~1276)/고려

 

霜月凄凉燕子樓(상월처량연자루) 연자루에 가을 달빛 처량하게 내려앉아

郎官一去夢悠悠(랑관일거몽유유) 한번 가신 낭군 님은 꿈결인양 아득하다

當時座客休嫌老(당시좌객휴혐로) 그 때 함께 놀던 손님 늙었다고 싫다 마소

樓上佳人亦白頭(루상가인역백두) 다락에 있든 예쁜 님도 머리카락 다 쇠었소  (번역 한상철)

 

연자루(燕子樓) ; 전라도 순천부에 있던 누각.

상월(霜月) ; 서리 내린 밤에 뜬 달. 시속에서는 겨울은 눈, 가을엔 서리를 빗댄다. 가을걷이, 백중놀이가 끝날 때쯤이면 첫서리가 내리곤 한다.

좌객(座客) ;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 ()를 풀려고 애쓰지 말자. 작가 장일이 젊었을 때 연자루에 함께 앉아 노닐던 기억을 더듬는 장면이니, 자기를 초청해준 손억, 장일, 호호 그리고 고수(敲手)도 있었음직한, 한판 술자리가 그려지니, 놀던 손님으로 풀어보자.

() ; 이 시구(詩句)에서 과연 휴()의 역할과 글 값을 어떻게 매겨야 할까?

혐로(嫌老) ; 늙은 것을 혐오함.

* 7언절구의 기본 구성은 2+2+3이다. 그런데 이 시의 전구(轉句)2+3+2로 구성 되어있다. 기구(起句), 승구(承句), 결구(結句)2+2+3인 것을 보면, 휴()를 삽입한 작가의 고뇌가 엿보인다. 아니면 고도의 조직력? 청자연적일 수도?

* 예전 이곳 태수를 지낸 손억(孫億)이 관기(官妓) 호호(好好)를 아끼고 사랑했다. 그 때 장일 시인은 호호가 춤추고 노래했던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었다. 훗날 장일이 이 고을을 맡게 되어 내려왔을 때, 호호는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감회를 노래한 것이 이 시다. 제2구의 낭관(郎官)은 손억 일터이다. 서리가 눈처럼 내려 천지가 하얗게 달빛에 반짝이는 가을 밤. 달빛은 왜 이다지도 처량한가. 사랑해 주시던 님은 떠나고 소식도 끊겼다. 안타까운 사랑은 언제나 꿈길을 헤맨다. 나도 어느새 서리를 머리에 이었고, 그녀도 어쩔 수 없이 세월의 무게를 얹었다.

* 장일(張鎰); 본관 창녕(昌寧). 자 이지(弛之). 초명 민(). 시호 장간(章簡). 문과에 급제한 뒤 1228(고종 15) 승평판관(昇平判官)직사관(直史官)을 거쳐, 1262(원종 3) 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로 몽골에 가서 국자제주(國子祭酒)가 되고, 1265년 중서사인(中書舍人)으로 몽골에 다녀왔다. 이듬해 예부시랑(禮部侍郞)으로 정조사(正朝使)가 되어 다시 몽골에 갔다가 돌아와서, 좌간의대부(左諫議大夫) 등을 지냈다. 1270년 삼별초(三別抄)가 난을 일으켜, 진도(珍島)에 거점을 만들자, 대장군으로서 경상도 수로방호사(水路防護使)가 되어 이를 진압하고, 1274년 중추원동지사(中樞院同知事)가 되었다. 1276(충렬왕 즉위) 첨의부지사(僉議府知事) 보문서대학사(寶文署大學士)수국사(修國史)로 물러났다.

[출처] 제승평연자루(題昇平燕子樓) - 승평 연자루에 쓰다|작성자 소암

 

* 순천 연자루. 죽도봉공원에 있다. 달맞이꽃 님 제공. 한시 속으로 밴드(2020.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