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상

살풍경-의산잡찬(義山雜簒)/이상은(李商隱, 당)

한상철 2021. 1. 17. 10:33

살풍경-의산잡찬(義山雜簒)/이상은(李商隱, 당) (2021. 1. 17)

 

살풍경(殺風景)이라는 말을 생각해본다. 아주 보잘것없는 풍경, 흥을 깨뜨리는 광경이다. 당의 시인 이상은(李商隱)의산잡찬(義山雜簒)’에서 처음 쓴 말이다. 좋은 경치를 파괴하거나, 도덕적인 기본 질서를 무시하는 꼴불견행태가 해당한다. 그가 말한 살풍경은 여섯 가지가 많이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모두 16개(+1)를 언급한다.(필자 보완) 

 

1. 청천탁족(淸泉濯足, 맑은 샘물에 발을 씻음).

2. 화상쇄곤(花上晒褌, 꽃 위에 잠방이를 말림).

3. 배산기루(背山起樓, 산을 등지고 건물을 지어 산세를 못 보는 것).

4. 소금자학(燒琴煮鶴, 거문고를 때서 학을 삶아 먹는 것).

5. 대화철차(對花啜茶, 꽃을 마주해 차를 후루룩 마심).

6. 송하갈도(松下喝道, 소나무 숲에서 쉬는데 “쉬, 물렀거라” 하며 사또 지나가는 소리).

 

참 멋없고 흥을 깨는 일이다. 다른 게 더 있다. 달리 표현한 것도 하나 있다.

 

7. 간화누하(看花淚下, 꽃을 보며 눈물 흘림).

8. 태상포석(苔上鋪席, 이끼 위에 돗자리를 폄).

9. 작각수양(斫却垂楊, 수양버드나무를 찍어 없앰).

10. 화하쇄곤(花下曬褌, 꽃 아래에서 잠방이를 말림).

11. 유춘중재(遊春重載, 봄놀이를 가면서 먹을 걸 잔뜩 싣고 감).

12. 월하파화(月下把火, 달 아래에서 불을 지핌).

13. 석순계마(石筍繫馬, 석순에 말을 매어둠).

14. 기연설속사(妓筵說俗事, 기생하고 놀면서 속세의 일을 말함).

15. 과원종채(果園種菜, 과수원에 채소를 심음).

16. 선승비응(禪僧飛鷹, 참선하는 중이 매를 날림).

* 17. 화가하양계압(花架下養鷄鴨, 꽃시렁 아래에서 닭과 오리를 침).

 

그가 말한 살풍경이 정확하게 몇 가지인지 원문을 보지 못해 알기 어렵다. 어떤 자료는 여섯 가지라고 하고, 다른 자료는 열두 가지 또는 열세 가지라고 하니 헷갈린다.

 

* 살풍경을 보탠 사람도 있다. 명나라의 문인 황윤교(黃允交)

1. 고취유산(鼓吹遊山, 북 치고 나팔 불며 산놀이를 함),

2. 청가설가무(聽歌說家務, 노래를 들으며 집안일을 말함),

3. 송림작측(松林作厠, 솔밭에 뒷간을 만듦),

4. 명산벽상제시(名山壁上題詩, 명산의 바위벽에 시를 지어 새김),

이런 걸 살풍경이라고 했다.

 

* 목은 이색의 군수 이공(李公)의 방문에 감사하며’[謝郡守李公來訪]라는, 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주인인 내가 꽃을 마주하여 차를 마시니, 이가 곧 살풍경이라, 천치 같은 늙은이 이 지경 되었으니 어찌할꼬?”[主人啜茶殺風景 老癡至此何爲哉]. 꽃을 마주하여 차를 마시는 게 왜 살풍경인가. 차 대신 술을 마시라는 건지? 채신머리없이 후루룩 마시는 게 살풍경이라는 건지?

* 지금 우리의 살풍경은 어떤 것들일까? 미르재단 등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사회불안 운운하거나,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하는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 지진이 일어날 경우 환경부 장차관에게는 가능한’(가능한 한이 맞다!) “심야시간에 전화하지 말고, 다음 날 아침에 보고하라고 한 기상청의 매뉴얼, 이런 게 살풍경이 아닐까? 국사에 지쳐 주무시는 분들은 깨우지 말라는 거겠지?

* 출처; 이투데이 오피니언 칼럼 [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살풍경 공화국.

입력 2016-09-23 11:02. 임철순 기자 fusedtree@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