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登羽化亭(등우화정)/정약용(조선)-명시 감상 1,896

한상철 2022. 7. 30. 06:58

​登羽化亭(등우화정)

-우화정에 올라

 

      정약용/조선

碧澗銜沙觜(벽간함사취) 푸른 시내가 모래톱을 머금은 곳에

紅亭枕石頭(홍정침석두) 붉은(단청) 정자가 돌머리를 베고 있네

聊因王賀職(료인왕하직) 애오라지 암행어사의 직책을 수행하러 왔으나

兼作謝公游(겸작사공유) 사령운의 산수 유람도 겸하고 있네(짓네)

小雪依山屋(소설의산옥) 눈은 적으나마 산골 집 지붕에 남아(기대) 있고

孤煙下峽舟(고연하협주) 외로운 안개는 배를 타고 골짜기로 내려오네

窮閭有愁歎(궁여유수탄) 가난한 시골 마을은 근심과 탄식이 서려

不敢戀淹留(부감연엄류) 감히 오래 머무를 생각(연민)이 없다네 (독음과 번역 한상철)

 

* 감상; 다산 정약용이 1794년 10월에 경기 암행어사로 연천과 삭녕 우화정을 들렀을 때, 허 미수를 추모하며 남긴 시문이다(丁若鏞, 與猶堂全集 1集 2卷). 절경 풍치를 읊으며, 궁핍한 지역민의 수심을 강조했다. 이 시 번역은 윤인현, 「다산의 한시에 나타난 선비정신과 자연관」( 『다산학』19, 2011.)에서 재인용한 것이다. 조선 후기 문인화가인 정수영 보다 3년 앞서 정약용이 우화정에 올라 쓴 시여서, 정수영의 <우화정> 그림과 연관을 짓게 한다.

* 처음 번역이 '간결미'는 있으나, 수사(修辭)가 너무 단조로워 원작자의 의도가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 다듬었다. 백성을 사랑하는 다산의 목민지심(牧民之心)이 이 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한상철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