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我本靑山鶴(아본청산학)/사명당(조선)-명시 감상 1,918

한상철 2022. 8. 10. 06:18

我本靑山鶴(아본청산학)

-나는 본래 푸른 산의 학

 

       사명당(四溟堂, 1544~1610)/조선

我本靑山鶴(아본청산학) 나는 본디 푸른 산의 학이라

常遊五色雲(상유오색운) 늘 오색구름을 타고 노닐었는데

一朝雲霧盡(일조운무진) 어느날 아침 그 구름이 사라지는 바람에

誤落野鷄群(오락야계군) 잘못하여 들닭의 무리 속에 떨어졌노라  (번역 한상철)

 

* 이 詩는 四溟大師가 宣祖의 命에 의해, 1604년 8월 日本으로 건너가 당시 일본의 실권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쓰(德川家康)를 만나 포로송환을 위한 회담을 시작하면서 주고 받은 漢詩이다. 즉, 도꾸가와가 자신과 일본을 鳳凰(봉황)으로 비유하자 사명대사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자신은 오히려 본래 청산에 노니는 고요한 鶴(학)이였으나, 갑작기 일이 생겨 오게 되었다고 答하였다. 사명대사는 선조의 부름을 받아 국서를 갖고 일본으로 거너가 8개월 동안 노력하여 강화를 체결하고, 왜군에게 잡혀간 3,500명의 동포를 데리고 1605년4월에 귀국하였다고 전한다.

* 이 시는 원래 제(題)가 없는데, 역자가 임의로 달았다.(한상철 주)

 

* 德川家康(도쿠가와 이에야쓰, 1542~1616)이 먼저 운을 띄운 시.

       德川家康(덕천가강)/일본

石上難生草(석상난생초) 돌 위는 풀이 나기 어렵고

房中難起雲(방중난기운) 방 안은 구름이 일어나기 어려운데

汝爾何山鳥(여이하산조) 너는 도대체 어느 산의 새이길래

來參鳳凰群(래참봉황군) 와서 봉황의 무리에 끼어 들었는가

 

* 감상; 덕천가강도 당대의 영웅이다. 은유법으로 사명당에게 먼저 운을 띄워 실력을 겨루어 본 것이다. 두 시 모두 '용호상박'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명시다. (한상철 주)

* 참고; 위 글과 관련된 기사 발췌. 인터넷신문 남원포유 2019. 11. 1 보도. '일본 교토 흥성사의 사명대사 유묵 서울나들이'

일본에서는 '송운대사(松雲大師)'로 더 잘 알려진 사명대사에 대해 교토 흥성사 모치츠키 고사이(望月宏済, 46살) 주지는 자신의 절에 모셔져 있는 대사의 유묵을 일본 보도진에게 공개하면서, 일본 언론에게 “오랫동안 두 나라 역사 속에서 우호증진 노력을 해온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워낙 뛰어난 문장가였던 사명대사는 교토 흥성사(興聖寺, 고쇼지)에 머물 때, 이 절을 창건한 엔니료젠(1559 ~1619)으로부터 극진한 스승 대접을 받았다. 사명대사는 주지에게 허응(虛應)이라는 자를 지어주고, 아울러 무염(無染)이라는 호를 지어주며, 붓을 들어 일필휘지로 써 주었다. 이번에 공개된 사명대사의 유묵은 흥성사의 보물로 간직해온 사명대사의 글귀와 편지들이다.

* 일본 교토 흥성사 소장 사명대사 유묵 특별공개전. 11월 1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중근세관 조선 1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