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立春日感懷(입춘일감회)/우겸(명)-명시 감상 2,141

한상철 2023. 3. 9. 05:51

立春日感懷(입춘일감회)

-입춘날 품은 느낌

 

     于謙(우겸)/명 

去年來年白髮新(거년래년백발신) 해가 가고 해가 오면 흰머리 늘어나고

匆匆馬上又逢春(총총마상우봉춘) 말 위에 올라 허둥대다 새봄을 맞네

關河底事空留客(관하저사공류객) 무슨 일로 변방에 부질없이 머무는가

歲月無情不貸人(세월무정부대인) 무정한 세월은 사람을 봐주는 법이 없네

一寸丹心圖報國(일촌단심도보국) 붉디 붉은 마음으로 나라를 생각하고

兩行淸泪爲思親(량행청루위사친) 눈물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네

孤懷激烈難消遣(고회격렬난소견) 들끓는 외로움을 풀 수는 없겠지만

漫把金盤簇五辛(만파금반족오신) 입춘 날 오신반은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 悤悤(총총): 다급한 모양. 살도랄薩都剌은 「和王伯循題壁」이란 시에서, 廣陵城裏別匆匆, 一去三山隔萬重(광릉성 안에서 다급하게 헤어진 뒤 / 한 번 떠난 삼산이 만 겹이나 떨어진 것 같네)’이라고 읊었다. '匆匆'과 같다. 

▶ 關河(관하): 변방의 산악과 하천을 가리킨다. 변방을 가리키기도 한다.

▶ 底事(저사): 어떤 일. 이 일.

▶ 留客(유객): 손님을 가지 못하게 붙잡아두다.

▶ 不貸(부대): 은혜를 베풀어주지 않다. 면제해주지 않다. 봐주지 않다.

▶ 圖報(도보): 보답을 도모하다.

▶ 消遣(소견):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면서 기분을 푸는 것을 가리킨다. 정곡鄭谷은 「渼陂」란 시에서 潸然四顧難消遣, 祗有佯狂泥酒杯(울면서 둘러봐도 기분이 풀리지 않아 / 미친 듯 술잔을 마구 채워 마셨네)’라고 읊었다.

▶ 簇五辛(족오신): ‘五辛은 다섯 가지 매운 맛을 내는 채소를 가리키고, ‘ 무리를 가리킨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元旦, 立春, 以葱蒜韭蓼蒿芥辛嫩之葉雜和食之, 取迎新之意, 謂之五辛盤(설날과 입춘에 새로운 것을 맞는다는 의미로 파, 달래, 부추, 요호, 겨자 등 매운 맛을 내는 여린 잎을 섞어 먹는 것을 오신반이라고 한다).’이라고 했다. 

* 정통正統 14(1449), 국경을 침입한 와라족瓦刺族(오이라트=Oirat=서몽고)에게, 명나라 영종英宗이 포로로 잡히는 토목보사건(土木堡之變)이 일어나는데, 우겸은 즉시 성왕郕王을 대종代宗으로 옹립한 뒤, 병사들과 함께 도성의 9개 문으로 나아가 싸운 끝에 적을 격퇴시켰다. 위 시는 와라족을 물리친 이듬해 초 입춘을 맞아 지은 것인데, 전쟁터에서 새해를 맞는 집 떠난 이의 외로움과 그리움의 감회를 읊은 것이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낸 우겸은 그러나, 정통 22(1457), 대종이 병으로 남쪽 교외에 머물고 있는 틈을 이용하여, 영종을 복위시킨 환관 조길상曹吉祥 등에 의해 반역죄로 몰려 처형되고 만다. 석회음石灰吟」이란 시가 유명하다.

* 우겸(于謙, 1398~1457); 명明나라 때 대신으로 자는 정익廷益이고, 호는 절암節庵이며 저장浙江 항주부杭州府 전당현錢塘縣 사람이다. 영락永樂 19(1421)에 진사가 된 뒤에 어사御史, 병부우시랑兵部右侍郎, 병부상서兵部尚書 등을 역임했다. 일찍이 선종宣宗을 따라 한왕漢王 주고후朱高煦의 반란을 진압했으며, 북경北京 보위전保衛戰을 조직하고 군제軍制를 개혁하는 데 앞장섰다. 사후 시호는 숙민肅湣과 충숙忠肅이고, 저서로 《우충숙집於忠肅集》이 있다. 악비嶽飛, 장황언張煌言과 더불어 서호삼걸西湖三傑로 불렸다.

 

홍매 창동. 한신섭 카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