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廬山謠寄盧侍御虛舟(려산요기로시어허주)/이백(당)-명시 감상 2,242

한상철 2023. 8. 24. 19:11

廬山謠寄盧侍御虛舟(려산요기로시어허주)

-여산의 노래를 지어 노허주에게 부치다

      李白(이백)/당​

我本楚狂人(아본초광인) 나는 본래 초나라 미치광이로

鳳歌笑孔丘(봉가소공구) 봉혜가를 부르며 공자를 비웃었지

手持綠玉杖(수지록옥장) 옥으로 꾸민 지팡이를 손에 들고서

朝別黃鶴樓(조별황학루) 아침에 황학루와 작별하였네 (4)

五岳尋仙不辭遠(오악심선부사원) 오악도 멀다 않고 신선을 찾아

一生好入名山游(일생호입명산유) 한평생 즐거이 명산에 들어 노닐었네

廬山秀出南斗旁(려산수출남두방) 여산은 남두성 옆에 빼어나게 솟아서

屛風九疊雲錦張(병풍구첩운금장) 비단 구름이 병풍처럼 첩첩으로 벌려있고

影落明湖靑黛光(영락명호청대광) 산그림자는 파양호에 검푸르게 드리웠네

金闕前開二峰長(금궐전개이봉장) 두 석문 앞으로 향로봉 쌍검봉이 길게 펼쳐지고 (10)

銀河倒掛三石梁(은하도괘삼석량) 폭포는 거꾸로 삼석량에 걸려있네

香爐爆布遙相望(향로폭포요상망) 향로봉과 폭포는 멀리서 마주 바라보고

回崖沓嶂凌蒼蒼(회애답장릉창창) 구비구비 낭떠러지는 하늘 높이 치솟았네

翠影紅霞映朝日(취영홍하영조일) 푸른 그림자와 붉은 놀은 아침 해를 비추는데

鳥飛不到吳天長(조비부도오천장) 새조차 날아 이르지 못한 오의 하늘은 길기만 하네

登高壯觀天地間(등고장관천지간) 높이 올라 천지간 장관을 둘러보니

大江茫茫去不還(대강망망거부환) 장강은 가없고 흘러간 물은 오지 않네

黃雲萬里動風色(황운만리동풍색) 만리의 누런 구름은 바람 빛을 움직이고

白派九道流雪山(백파구도류설산) 아홉 갈래 나뉜 강물은 흰 물결이 일어나네

好爲廬山謠(호위려산요) 기분 좋아져 이렇게 여산요를 쓰며 (20)

興因廬山發(흥인려산발) 여산을 바라보매 흥이 일어나네

閑窺石鏡淸我心(한규석경청아심) 한가히 거울 같은 바위를 보면 내마음 맑아지고

謝公行處蒼蒼沒(사공행처창창몰) 사령운공이 다닌 행적은 푸른 이끼에 묻혀있네

早服還丹無世情(조복환단무세정) 일찍부터 단약 먹어 세속의 정 없어지고

琴心三疊道初成(금심삼첩도초성) 마음이 편안해져 처음으로 도를 이뤘네

遙見仙人彩雲裏(요견선인채운리) 채색 구름 속 신선들을 멀리서 바라보다

手把芙蓉朝玉京(수파부용조옥경) 연꽃을 손에 쥐고서 상제를 경배하고

先期汗漫九垓上(선기한만구해상) 조물자와 구천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愿接盧敖游太淸(원접로오유태청) 노오를 만나 태청에서 노닐기를 바랐네(29) (번역 한상철)

 

▶ 廬山(여산): 산 이름. 쟝시성江西省 구강시九江市 남쪽에 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주나라 무왕武王 때 광속匡俗이란 사람의 형제 일곱 명이 남장산南嶂山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그 후로 산 이름을 여산廬山, 광산匡山, 광여匡廬 등으로 불렀고, 광속匡俗을 산의 신神으로 모셨다.

▶ 謠(요): 일종의 시체時體로 악기와 맞춰 부르지 않는 노래를 가리킨다.

▶ 盧侍御虛舟(노시어허주): 노허주盧虛舟를 가리킨다. 자는 유진幼眞이고 범양范陽 사람이며 당나라 숙종 때 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를 지냈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 것이다.

▶ 楚狂人(초광인):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 육통陸通을 말한다. 접여接輿는 그의 자다. 초나라 소왕昭王의 정치에 불만을 품고 미친 척하며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이 ‘초광楚狂’이라고 불렀다. 《논어論語》 미자微子 5장에 “楚狂接輿, 歌而過孔子曰: 鳳兮鳳兮, 何德之衰. 往者不可諫, 來者猶可追, 已而已而, 今之從政者殆而(초나라 미치광이 접여가 노래를 부르며 공자 곁을 지나갔다. 그 노래는 이러했다. 봉황이여 봉황이여 그대의 덕행이 어쩌다가 이렇게 쇠했느냐. 지난 일은 간하여 말릴 수 없지만, 오는 일은 그래도 미칠 수가 있으니, 그만둬라, 그만둬라. 지금 정치에 몸담는 것은 위태롭구나).”라고 육통이 공자의 현실정치 참여 의지를 조롱하는 듯한 대목이 나온다. 《논어論語》와 《장자莊子》에 나오는 구절이 약간 다르다.

鳳歌(봉가):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나오는, 접여接輿가 초나라를 찾아온 공자孔子에게 들으라고 불렀다는 노래.

▶ 綠玉杖(녹옥장): 신선이 들고 다녔다는 녹옥으로 장식한 지팡이.

▶ 黃鶴樓(황학루): 옛터가 후베이성湖北省 무한시武漢市 장강대교 부근에 있다.

▶ 五嶽(오악): 중국의 유명한 다섯 산(동쪽의 태산泰山, 남쪽의 형산衡山 서쪽의 화산華山, 북쪽의 항산恒山, 중앙의 숭산嵩山).

▶ 南斗(남두): 별자리 이름. 28숙宿 중의 두숙斗宿. 고대의 천문가들은 지상의 어떤 곳이 하늘의 어떤 별자리에 상응한다고 보았는데, 심양潯陽을 남두南斗에 속하는 것으로 본 것도 그와 같다. 여기서는 여산의 높고 우뚝한 모양을 가리킨다.

▶ 屛風九疊(병풍구첩): 여산 오로봉五老峰 동쪽의 구첩병九疊屛을 말하는데, 겹쳐진 산이 병풍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 影落(영락): 여산이 물 맑은 파양호鄱陽湖에 비친 것을 말한다.

▶ 靑黛(청대): 검푸른색

▶ 金闕(금궐): 궐闕은 황궁 문 밖 좌우에 있는 망루를 말하고, 금궐은 황금으로 만든 문루를 말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여산의 석문石門, 즉 여산 서남쪽에 철선봉鐵船峰과 천지산天池山 두 산이 대치하여 마치 석문처럼 보이는 것을 가리킨다. 향로봉香爐峯과 쌍검봉雙劍峰이라는 설도 있다.

▶ 銀河(은하): 삼첩천三疊泉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가리킨다. 왕기王琦가 “今三疊泉在九疊屛之左, 水勢三折而下, 與銀河之掛石梁, 與太白詩句正相吻合 지금 삼첩천은 구첩병의 왼쪽에 있고, 물길은 세 번 꺾여서 돌기둥에 걸린 폭포와 함께 아래로 떨어진다. 태백이 시구에 적은 것과 딱 들어맞는다).”라고 했다.

▶ 三石梁(삼석량): 일설에는 오로봉五老峰 서쪽, 일설에는 간적관簡寂觀 옆, 일설에는자소봉紫霄峰 위, 또 일설에는 개선사開先寺(= 수봉사秀峰寺) 옆이라는 등 분명하지 않다.

▶ 香爐(향로): 향로봉

▶ 瀑布(폭포): 황암폭포黃巖瀑布

▶ 回崖沓嶂(회애답장): 구불구불한 낭떠러지와 겹쳐있는 산봉우리.

▶ 凌(능): 높이 솟다.

▶ 吳天(오천): 구강九江이 춘추시대에는 오吳의 세력권에 들었던 곳이다.

▶ 大江(대강): 장강長江

▶ 白波九道(백파구도): 아홉 갈래 강. 고서에서는 장강이 구강 부근에 이르러 아홉 갈래로

나뉜다고 적고 있다.

▶ 雪山(설산): 하얀 물결이 꽃처럼 흩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 石鏡(석경): 여산 동쪽에 있는 매끄럽게 생긴 원석圓石을 마치 거울 같다 한 것이다.

▶ 謝公(사공): 사령운謝靈運

▶ 還丹(환단): 도가道家의 연단煉丹을 말한다. 아홉 차례 정련한 구전단九轉丹과 주사朱砂를 합해 다시 정련하여 단약丹藥을 만들기 때문에(積久又還成丹) ‘환단還丹’이라고 한다.

▶ 琴心三疊(금심삼첩): 도가의 수련 용어로 심신이 평온해지는 경계를 이르는 말이다.

▶ 玉京(옥경): 옥경산玉京山. 도교에서 하늘의 중심에 천존天尊이 있다고 하는 곳이다.

▶ 先期(선기): 미리 약속하다.

▶ 汗漫(한만): 신선의 이름. 조물자라고도 한다.

▶ 九垓(구해): 구천九天, 즉 하늘을 가리킨다.

▶ 盧敖(노오): 전국시대 때 연燕나라 사람으로 천하를 주유하다가 몽곡산蒙谷山에 이르렀을 때, 나이가 든 한 도인이 바람을 맞아 춤을 추는 것을 보았다. 노오가 함께 놀 것을 청하자 그가 웃으면서 “나는 한만汗漫과 구천 밖에서 만나기로 먼저 약속했기 때문에 오래머무를 수 없다.”고 하더니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 太淸(태청): 태공太空. 천공天空. 하늘. 도가에서는 옥청玉淸, 상청上淸, 태청太淸 등 삼청을 말하는데, 그 중에 가장 높은 하늘이 태청이다.

* 네이버블로그 태고무형 님 인용 수정.(2023.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