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病中詠甁梅(병중영병매)/설손(고려)-명시 감상 2,302

한상철 2024. 1. 22. 11:41

病中詠甁梅(병중영병매)

-병중에서 꽃병의 매화를 읊다

        설손(偰遜)/고려

1.

病愛仙人玉雪肌(병애선인옥설기) 병중에도 신선의 옥인양 눈같은 살을 사랑해

愁無健步也能移(수무건보야능이) 걱정 없이 실한 걸음으로 능히 매화를 옮기네

林逋遂有西湖樂(림포수유서호락) 임포는 마침내 서호의 즐거움을 누렸고

何遜還成東閣詩(하손환성동각시) 하손은 도리어 동각의 시를 지었지

小硏虛屛供自照(소연허병공자조) 작은 벼루는 빈 병풍과 함께 스스로 비추고

疏燈斜月摠相宜(소등사월총상의) 성긴 등잔 비낀 달은 모두 매화와 서로 딱 맞네

靜中忽契先天畫(정중홀설선천화) 고요 속에 문득 설 임금이 선천도를 그렸기에

已被枝頭數葉知(이피지두수엽지) 이미 알고 있었네 가지 끝 몇송이가 폈음을

2.

二月江梅亦有情(이월강매역유정) 이월 강 매화 역시 정이 있어서

亂開花萼滿銅甁(란개화악만동병) 어지러이 꽃부리에 피어 구리 화병에 가득하네

若爲折寄逢邊使(약위절기봉변사) 또는 꺽어서 보내 순무진변사가 보도록 하고

恨不移栽作弟兄(한부이재작제형) 땅에 옮겨 심어 형제를 삼지 못함이 한이로다

庾嶺樹曾雲外辨(유령증회운외변) 유령(지명)의 나무는 구름 밖에서 분별할 수 있고

羅浮春每夢中行(라부춘매몽중행) 나부산의 봄은 매번 꿈속에서도 다녔네

何由盡結和羹實(하유진결화갱실) 어찌하여 열매만 맺으면 장국용으로 다 쓸꼬

長笛猶敎怨落英(장적유교원락영) 긴 피리소리가 외려 꽃 떨어짐을 원망케 하네 (번역 한상철)

* 감상; 운치와 서정이 철철 넘치는, 참으로 잘 지은 겨울 매화시다.(한상철 주)

* 임포; 송(宋)의 은사(隱士). 서호(西湖) 고산(孤山)에 20년 은거했다. 매화와 학을 몹시 사랑하였다.

* 하손(何遜) : 남조(南朝) 양(梁)의 시인. 그의 설중매화(雪中梅花)를 읊은, 동각(東閣)시가 유명하다.

* 선천(先天)의 괘획(卦畫) : 송 나라 소강절(邵康節)이 주역(周易)의 괘도(卦圖)를 해설하고 선천도(先天圖)와 후천도(後天圖)를 구분하여, “복희씨(伏羲氏)의 팔괘(八卦)는 선천(先天)이요, 주문왕(周文王)의 팔괘는 후천(後天)이라.” 하였다.

* 형제 : 매화(梅花)를 매형(梅兄)이라 한다.

* 나부산(羅浮山) 봄은 …… 다녔네 : 수(隋) 나라 조사웅(趙師雄)이 나부산(羅浮山)에 갔다. 해가 저물 때에 숲 사이 어느 집에 한 미인이 소복담장(素服淡粧)으로 나와 영접하는데, 향기가 정신을 황홀케 하였다. 사웅이 미인과 함께 술집에 가서 즐겨 놀았다. 옆에 푸른 옷 입은 동자(童子)가 노래를 불렀다. 사웅이 취하여 자다가 새벽에 깨어 보니, 매화나무에 푸른 새가 지저귀고 있었다. 미인은 화신(花神)이었던 것이다.

* 떨어지는 꽃 : 落英. 강적(羌笛)의 곡조, 낙매화(落梅花) 곡에 있다.

[출처] 병중 영 병매(病中詠甁梅)-설손(偰遜)|작성자 꿈꾸는 섬, 네이버블로그 인용 수정.(2013.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