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수필 평론

남명매 시조 비평/문복선 시조시인

한상철 2018. 7. 8. 18:45

남명매 시조 비평

 

문복선 시조시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남명매(南冥梅)

                    반산(半山) 한상철(韓相哲)

 

산천재(山川齋) 안마당에 봄바람 따스하니

올곧은 옛 선비는 나비 돼 날아가고

매화는 청류를 길어 갓끈 세 번 씻느니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어라!

 

위 작품 내용으로 보아. 조식을 간단히 소개해야겠다. 조식은 조선시대(1501~1572) 학자로 호는 남명이다. 조정에서 여러 번 벼슬을 내렸으나 마다하고, 두류산 산천재에서 성리학 연구와 후학 양성에 전념하였다. ()보다는 기()가 승했고, 실천을 중시하였다. 임난 때 김덕령, 곽재우 등 많은 의병장을 배출한 것도 실천을 중시하는 학문적 바탕에서 비롯된 것이다. 산천재는 경남 산청군에 있으며, 지금도 남명의 영정을 모시고 후손및 후학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안마당 매화를 남명매 또는 산천매라 이른다. 아주 오래된 나무로 원정매, 정당매와 더불어 산청삼매(山淸三梅)로 유명하다. 전국에 2백년 넘는 매화는 67주가 있다 한다.

초장, “산천재 앞마당에 봄바람이 따뜻하다.” 마당은 우리 삶의 터전이요, 실제적인 활동공간이다. 식구들이나. 이웃들이 모이는 장소요, 노동의 협력 장소다. 평상(平床)이나 멍석을 깔고 여러 가지 곡식도 햇빛에 말리고, 다정한 대화도 나눈다. 밤이면 별을 헤며 소쩍새 울음소리 따라 길쌈도 하고, 설화도 듣고 또 노래도 부른다. 따뜻한 봄이 오니, 옛 등걸에 물이 오르고, 가는 가지에 아름답고 고결한 매화가 하얀 속살을 터트린다. 매화는 우아하고 그 격이 높아 다른 꽃과는 함께 이야기 할 수가 없다. 밑 등걸은 위로 솟아야 하고, 줄기는 가늘고 구부려져야 하며, 가지는 성깃해야 하고, 꽃은 드문드문 피어야 매화의 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장, “올곧은 선비는 엣 선비는 나비되어 날아갔다.” 매화와 엣 선비와 나비는 등가물로 비유적으로 제시했다. 예부터 매화는 선각자다운 옛 선비의 지절(志節)을 상징한다. 범속한 화훼류(花卉類)와 동조를 거부하고, 추위와 눈 속에서 초연히 올곧은 기개를 자랑한다. 이렇게 고결하고 아름답던 매화를 사랑하던 옛 선비들은 나비가 되어 날아간다. “백성은 이득이 있는 곳에 모이고, 선비는 명분이 있는 곳에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종장, 매화의 고결한 성품을 비유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매화는 맑은 물에 갓 끈을 세 번이나 씻는다. 굴원의 어부사를 보면, 어부가 굴원에게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 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어라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요즘에 고결하고, 올곧은 옛 선비의 모습이 그리워지는 것은 나만의 욕심인가? 옛 선비들의 풍모를 보는 듯 멋스럽게 노래한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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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평자가 주간 <한국문학신문>20155월부터 20184월까지 3년 동안 주마다 한 편씩 모두 144편의 작품을  '현대시조 감상' 란에 평설, 연재한 것 중의 하나이다. 시조의 맛과 멋 자아를 찾아가는 진실한 몸짓278~279 쪽을 전재했다. 2018612. 도서출판 국보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