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次韻徐立之朝議除夜無酒(차운서립지조의제야무주)/유일지(송)-명시감상 1,362

한상철 2021. 8. 13. 14:43

次韻徐立之朝議除夜無酒(차운서립지조의제야무주)-(二首其一) 

 

     유일지(劉一止/宋)

功名本是誤成蠅(공명본시오성승) 공적과 명예는 본래 실수를 파리로 완성함인데

伎倆何勞更鏤氷(기량하로경루빙) 좋은 솜씨로 어찌 애써 다시 얼음에 새기겠는가

竹屋紙窗風撼幕(죽옥지창풍감막) 대나무 집 종이창에 바람이 문풍지를 흔들거니 

可憐挑盡讀書燈(가련도진독서등) 가여워라 책 읽는 등잔불 심지기 다 타들어가네

 

- 誤成蠅: `잘못하였지만 파리를 그려 완성하다`라는 말로, 실수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상황을 기막히게 반전시키는 뛰어난 솜씨를 일컫는다. ()나라 때 미술사가 장언원(張彦遠) 역대명화기(歷代名畫記) `落筆成蠅`,  "붓을 떨어뜨려 파리를 완성했다"는 말로 나온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화가 조불흥(曺不興)은 각종 동물과 불화(佛畵)를 잘 그려 고개지(顧愷之, 東晉)·장승요(張僧繇, 南朝梁)·육탐미(陸探微, 南朝劉宋)와 함께 `육조사대가`(六朝四大家)로 꼽힌다. 어느 날 오왕 손권(孫權)의 부탁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병풍 위에 먹이 묻은 붓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曺不興은 순간 아차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붓 자국에 가필해 그럴싸한 파리 한 마리를 그려냈다. 그런 다음 나머지 그림을 마저 그려 병풍을 완성한 뒤 손권에게 바쳤다. 병풍을 받아 살펴보던 손권은 그림 위에 살아 있는 파리가 앉은 것으로 잘못 알고 손가락으로 파리를 퉁겨냈다(權以爲生蠅 擧手彈之)고 한다. 진수(塵數) 삼국지(三國志) <오서(吳書)> `조달전`(趙達傳) 주석에 실려 전해온다. 

- 功名:공적(功績)과 명예(名譽). 

- 伎倆: 기술적 재간이나 솜씨(技倆). 

- 鏤氷: 얼음에 아로새김. 북송(北宋) 문인 황정견(黃庭堅)의 시() <송왕랑(送王郎) `炒沙作糜終不飽 鏤氷文章費工巧(초사작미종불포 누빙문장비공교)라는 구절이 나온다. "모래를 쪄서 미음을 쑤어도 끝내 배부르지 않고/얼음에 문자를 아로새기니 공교함을 소모할 뿐" 

- 讀書燈: 책이나 서류를 보기 위한 등()이나 조명.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해수 경해에서 인용(2021. 8. 13)

 

 * 청대(淸代) 왕석곡(王石谷)의 <죽옥모첨도(竹屋茅檐圖)> (1654年作, 紙本, 94×42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