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漂母飯信圖(제표모반신도)
-빨래하는 아낙이 한신에게 밥을 주는 그림에 부침
黃庚(황경/南宋)
國士無雙未肯臣(국사무쌍미긍신) 나라에 둘도 없는 인물을 신하로 삼으려 하지 않았으니
漢皇眼力欠精神(한황안력흠정신) 한나라 황제의 눈썰미에는 생각이 모자랐네
築壇直待追亡後(축단직대추망후) 도망자를 추격한 뒤 제단을 쌓고 직접 맞아들였지만
不及溪邊一婦人(부급계변일부인) 개울가 한 아낙에게는 미치지 못하였네
- 漂母飯信: "빨래하는 아낙이 한신에게 밥을 먹이다"라는 뜻. 한신(韓信)은 일찍이 강소(江蘇)성 회음(淮陰) 관하 남창(南昌)현 정장(亭長)의 집에서 기식(寄食)하고 있었다. 韓信이 이렇다 하게 하는 일 없이 밥만 축내자 정장의 아내가 밥을 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정장의 집을 떠난 韓信은 성 밖에서 물고기를 낚아 연명했지만 허탕을 치는 날이 많았다. 개울가에서 빨래하던 아낙이 그를 측은이 여겨 밥을 나누어 주었다. 이를 `漂母飯信`이라 한다. 이 장면을 그린 그림이 <漂母飯信圖> 또는 <漂母飯韓圖>이다.
훗날 韓信이 楚漢대전에서 크게 공을 세워 초왕(楚王)에 봉해진 뒤 이 아낙을 찾아와 천 냥을 주어 보답했다고 한다. 이를 일반천금(一飯千金)이라 한다. 한 그릇의 밥이 천 냥이 되어 돌아왔다는 뜻이다. 대단치 않은 노력으로 큰돈을 얻었다 하여 일확천금(一攫千金)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 國士無雙: 나라 안에 견줄 만한 자가 없는 뛰어난 인물 또는 인재라는 뜻. 韓信은 처음 초(楚)나라 군대에 속해 있으면서 여러 차례 계책(計策)을 내놓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項羽에게 실망한 韓信은 楚軍을 떠나 한군(漢軍)에 투신했다. 漢軍에서 하후영(夏侯嬰)에게 인정받아 군량을 관리하는 치속도위(治粟都尉)에 임명되었다. 이때 승상(丞相)인 소하(蕭何)가 韓信이 비범한 인물임을 알아보고 劉邦에게 여러 차례 추천했으나 劉邦은 심드렁하기만 했다. 이 무렵 劉邦이 項羽에게 밀리면서 사기가 떨어지자 장수와 병사를 막론하고 군영을 이탈해 도망치는 자가 속출했다. 治粟都尉라는 말직에 만족할 수 없었던 韓信도 이들 도망자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漢軍을 떠나버렸다.이 말을 전해들은 蕭何는 미처 劉邦에게 보고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말에 올라 韓信의 뒤를 쫓았다. 이 광경을 목격한 장수가 蕭何도 도망친 줄 알고 劉邦에게 고했다. 劉邦은 蕭何까지 도망쳤다는 말에 몹시 낙담하고 또 분노했다. 이틀쯤 뒤 蕭何가 韓信을 데리고 돌아오자 한편 반갑고 한편 괘씸했지만 짐짓 노한 표정을 지으며 도망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蕭何는 도망친 것이 아니라 도망친 자를 붙잡으러 갔던 것이라며 韓信을 가리켰다. 劉邦은 의아해 하며 "지금까지 열 명이 넘는 장수가 도망쳤지만 그대는 그 중 한 명이라도 뒤쫓은 적이 있소"하고 물었다. 蕭何는 "이제까지 도망친 장수 따위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지만 한신은 국사로서 둘도 없는 인물(至如信者 國士無雙)"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만약 전하께서 이 파촉(巴蜀) 땅으로 만족하시겠다면 모르겠거니와 천하를 손에 넣는 것이 소망이시라면 한신을 빼놓고 군략을 도모할 인물이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劉邦이 韓信을 장군으로 임명하겠다고 하자 蕭何는 고개를 저었고, 그를 대장군으로 임명하겠다고 하자 일단 수긍하면서도 그 정도로는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韓信을 대장군으로 기용하려면 좋은 날을 택해 목욕재계(沐浴齋戒)한 뒤 제단(祭壇)을 쌓고 예를 갖추어 맞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劉邦은 蕭何의 제안대로 격식을 갖춰 韓信을 대장군에 기용했고, 마침내 項羽를 무찌르고 천하통일의 대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나오는 얘기이다.
- 追亡: 도망자를 추격하다. 참고로 `패주하는 적을 추격하다`라는 뜻으로 추망축배(追亡逐北)ㆍ 추망축배(追奔逐北)라는 표현을 쓴다.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해수 경해에서 인용 수정(2022. 2. 25)
* 작가미상의 원대 ( 元代 ) 작품 < 표모반신도 ( 漂母飯信圖 )> ( 設色絹本 , 104×64.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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