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入若耶溪(입약야계)/왕적(남조)-명시 감상 1,904

한상철 2022. 8. 3. 06:12

入若耶溪(입약야계)

-약야계에 들어와서

 

     왕적(王籍)/남조

艅艎何汎汎(여황하범범) 아름답게 꾸민 배는 물에 뜨 흐르고

空水共悠悠(공수공유유) 하늘과 물이 다같이 유유하네

陰霞生遠岫(음하생원수) 먼 산골짜기에 구름과 노을이 생겨나

陽景逐廻流(양경축회류) 밝은 햇빛은 소용돌이를 뒤쫓아 흘러가네

蟬噪林逾靜(선조림유정) 매미 울음 시끄러워도 숲은 점점 고요해지고

鳥鳴山更幽(조명산갱유) 새 울음 소리에 산은 더욱 그윽하네

此地動歸念(차지동귀념) 이런 곳(땅)이니 고향으로 돌아갈 마음이 일어나

長年悲倦遊(장년비권유) 오랜 나그네 생활이 지치고 슬퍼지기만 하네 (번역 한상철)

 

* 왕적(王籍, 미상 ~ 547년 추정); 자는 문해(文海), 남조 양(梁)나라 낭야(琅邪) 임기(臨沂, 지금의 山東 출생) 사람이다. 박학하고 재기(才氣)가 넘쳤으며, 제(齊)나라 말엽에 관군행참군(冠軍行參軍)이 되었다. 외병기실(外兵記室)로 옮겼고, 양나라에 들어서 여요령(餘姚令)과 전당령(錢塘令)을 지냈다. 천감(天監) 연간에 안성왕(安成王)의 주부(主簿)가 되었으며, 상동왕(湘東王) 소역(蕭繹)이 회계(會稽)를 진압하러 출병했을 때, 그를 자의참군(諮議參軍)으로 삼았다. 군(郡) 안에 유운문(有雲門), 천주산(天柱山)이 있어 왕적은 이곳을 유람하느라 때로는 몇 달 간 돌아오지 않았으며, 이따금 약야계(若耶溪)에 이르러 유람하며 시를 지었다. 중산대부(中散大夫)로 옮겼지만 뜻을 얻지는 못하였으며, 나중에 다시 안서부(安西府) 자의참군(諮議參軍)이 되었다. 겸하여 당현령(唐縣令)이 되었으나, 현(縣)의 공무는 돌보지 않고 종일 술을 마시며 우울해 하다가 송사(訟事)를 일으키는 이가 있으면, 채찍질을 해 쫓아버리곤 했다. 초서(草書)를 잘 썼고, 부시(賦詩)에도 능했다고 한다. 

* 위 시는 문학비평가인 김희보 님의 “중국의 명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이다. 

* 약야계는 절강성 약야산 골짜기의 이름으로 절세의 미녀 서시(西施)가 명주를 씻을 곳이라는 전설이 있는데, 위 시는 작자가 공무 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계곡에 머물러 수 개월, 그리고 마침내 위 시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5, 6구는 절창으로 유명하여, “문외독절(文外獨絶)”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들었다고 한다.

* 제 5구 당초 풀이는 어감상 앞뒤가 맞지 않아, 본 역자가 다시 다듬었다.(한상철 주). "매미 울음 시끄러우니 숲은 더욱 고요하고" 

艅艎(여황) : 아름답게 장식한 배

汎汎(범범) : 물에 떠서 오락가락하는 모양

悠悠(유유) : 끝없이 넓은 상태

陰霞(음하) : 구름과 노을

遠岫(원수) : 먼 산골짜기

陽景(양경) : 햇빛

歸念(귀념) :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

倦遊(권유) : 싫증나는 여행.

* 다음카페 청우산방 2001 한병곤 님 인용 수정함.(2020.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