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無題(무제)/왕범지(당)-명시 감상 2,104

한상철 2023. 1. 14. 17:33

無題(무제)

 

    王梵志(왕범지)/당

오부유전시(吾富有錢時) 내가 돈이 있을 때는

부아간아호(婦兒看我好) 처는 나에게 잘 대해주었네

아약탈의상(我若脫衣裳) 내가 옷을 벗어 내면

여오첩포오(與吾疊袍袄) 받아서 개어주곤 했었지    

오출경구거(吾出經求去) 내가 돈 벌러 나가면

송오즉상도(送吾即上道) 길까지 따라 나와 배웅을 했네

장전입사래(將錢入舍來) 돈을 벌어 집으로 돌아오면

견오만면소(見吾滿面笑) 함박웃음으로 나를 맞이해주었네

요오백합선(繞吾白鴿旋) 내 주변을 비둘기처럼 돌고

흡사앵무조(恰似鸚鵡鳥) 앵무새처럼 재잘거렸네 (10)

해후잠시빈(邂逅暫時貧) 얼마 후 잠시 가난해지니

간오즉모초(看吾即貌哨) 나를 보면 싫은 표정을 짓네

인유칠빈시(人有七貧時) 사람은 가난할 때도 있고

칠부환상보(七富還相報) 보란듯 부자일 때도 있는 법인데

도재부고인(圖財不顧人) 재물만 그리고 사람은 돌아보지 않으니

차간래시도(且看來時道) 내가 다시 부자가 되면 두고 보자꾸나 (16)

 

鴿; 집비둘기 합. 襖; 웃옷 오=袄; 안을 댄 중국식 저고리

七貧七富; 어떨 때는 가난하고,  어떨 때는 부유하고

* 王梵志(왕범지. 생몰 미상); 당나라때 시인들 중에 특이한 인물이 있다. 그는 시를 쓸 때 어려운 말도 쓰지 않았고, 가장 통속적인 표현으로 가장 쉬운 시를 썼다. 그는 언제 태어나고 언제 죽었는지, 평생 무슨 일을 했는지, 집안 내력은 어떠한지 조차도 수수께끼이다. 개략 17,8수정도의 시를 남겼고, 시종 정통문학에서는 배제되어 있었다. 심지어 의고학파(疑古學派)의 학자는 그의 존재 자체도 부정한다.

* 다음카페 영일서단 고방에서 인용 수정.(2022.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