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虞美人草(우미인초)/증공(송)-명시 감상 2,352

한상철 2024. 5. 29. 13:44

虞美人草(우미인초)

-우 미인의 풀(개양귀비)

       증공(曾鞏)/송

鴻門玉斗紛如雪(홍문옥두분여설) 홍문에서 옥두(술 도구)를 부수니 눈처럼 흩어졌고

十萬降兵夜流血(십만항병야류혈) 진나라의 십만 항복 병사가 밤새 피를 흘렸네

咸陽宮殿三月紅(함양궁전삼월홍) 함양의 궁전이 석 달이나 붉게 타오르고

覇業已隨煙燼滅(패업이수연신멸) 패업은 이미 이 연기와 불꽃 따라 사라졌다오

剛強必死仁義王(강강필사인의왕) 강하기만 하면 필히 죽고 어질고 옳으면 왕이 되니

陰陵失道非天亡(음릉실도비천망) 음릉에서 길을 잃음은 하늘이 망친 것이 아니라네

英雄本學萬人敵(영웅본학만인적) 영웅은 본시 만인을 적대하는 법을 배운다면서

何用屑屑悲紅粧(하용설설비홍장) 어찌하여 좀스럽게 화장한 여인을 두고 슬퍼하는가

三軍散盡旌旗倒(삼군산진정기도) 삼군은 다 흩어지고 깃발은 모두 넘어져

玉帳佳人坐中老(옥장가인좌중로) 구슬 장막(장군)의 미인은 앉은 채로 늙는다네

香魂夜逐劒光飛(향혼야축검광비) 향기로운 혼이 밤중에 칼빛을 좇아 날아가니

青血化爲原上草(청혈화위원상초) 푸른 피가 변하여 들 위의 풀이 되었네

芳心寂寞寄寒枝(방심적막기한지) 꽃다운 마음은 고요해 차가운 가지에 붙이고

舊曲聞來似斂眉(구곡문래사렴미) 옛 가락 들려오니 눈썹을 찌푸리는 듯 하네

哀怨徘徊愁不語(애원배회수부어) 슬픔과 원망 속에 배회하며 근심에 겨워 말이 없고

恰如初聽楚歌時(흡여초창초가시) 마치 처음 초나라 노래(사면초가)를 듣던 모습이네

滔滔逝水流今古(도도서수류금고) 도도히 가는 물은 예나 지금이나 같이 흐르건만

漢楚興亡兩丘土(한초흥망량구토) 한나라는 흥하고 초나라는 망해 둘 다 흙언덕이네

當年遺事久成空(당년유사구성공) 지난 옛(남은) 일들은 헛되이 된 지 오래이니

慷慨樽前爲誰舞(강개준전위수무) 슬퍼하며 술잔 앞에서 누구를 위해 춤추는가(독음과 번역 한상철)

* 虞美人草: 앵속과에 속하는 식물 이름. 1년 또는 2년생의 초본으로 높이 1~2尺. 莖葉엔 털이 있고, 잎은 互生한다. 초여름에 꽃이 피는데 紫·紅·白의 예쁜 꽃이 핀다. 麗春花라 부르기도 한다. 虞美人은 본시 楚王 項羽의 愛姬이다. 漢나라 高祖 劉邦에게 패하여 烏江에서 죽을 때 우미인은 전날 밤 자결하였다. 그의 무덤 위에 피어났다 하여 이 꽃을 우미인초라 부르게 되었다.

* 曾鞏(송, 1019~1083)은 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며, 특히 史筆에 뛰어나 이러한 사적을 詩題로 잘 소화한다.

* 《漁隱叢話》에는 이 시를 宋나라 許彦國의 작이라 하고, 《冷齋叢話》에선 증공(자는 子固)의 아우 布(:子宣)의 부인 魏氏의 작이라 한다.

* 티스토리 탐고루에서 인용 수정.(2024. 2. 12). 출전; 고문진보 칠언고풍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