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수필 평론

'애인 여래(愛人如來)'를 읽고..시 평론/한상철

한상철 2006. 11. 2. 11:53

11. 1일 낮 11 :30분 쯤 이시환 선생 사무실에 들렀다.

마침, "저자이지만 출판 예의상 따로 돈을주고 샀다"는

시집 30권 포장지를 뜯기가 무섭게 한권 선물 받았다.

밤 10경 선호하는 선시(禪詩 )계통이라 단숨에 독파(讀破)해 버렸다.

해설은 평소 친분이 있는 장백일 선생이(국민대 명예교수) 맡았는데,

그는 본문 시(詩)에 대한 언급을 되도록 줄인 대신, 선시의 전제가 되는 불교에 관한,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해 보편적인 경전과, 교리등을 비교적 쉽게 인용 풀이해 두었다.

 

해설 끝맺음에서 "한가지 첨언하고 싶은 점은 종교적 사실이나 가치관,

그리고 그와 관련된 심상(心相)등을 함축적이고 정서적이고 음악적이기까지 하는 詩로서 표현하기란 대단히 어려운데도,

조금도 부자연스럽지 않게 시문(詩文)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사실이다.

특히 선택하는 시어(詩語) 하나 하나에서 부터 문장과 구조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어조(語調) 등 형식적인 요소와 시편에 녹아든 사상적 깊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선시에 조심스럽게 접근해보려는 신중함도 내비쳤다.

 

한편, 저자는 후기에서 독자를 의식한 탓인지 몰라도 매우 진지하고도 겸손한 태도를 보여줬는데,

지면관계상 결론부분만 발췌해서 그대로 옮겨본다.

 "어쨌든, 이 시집 속에 실리는 작품들은 그 과정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으며, 이미 내 몸속을 흐르는 불성(佛性),

곧 우주 만물이 다 공(空)으로부처 나오는 것이며,

그것들이 다시 다 공으로 돌아간다는 대전제 아래,

나(我)와 자연과의 유기적 관계에서의 절제된 호흡일 뿐이다.

부디, 편견없이 읽어주시기 바라며 ,시들을 통해서 추구한 아니 시들에 직간접으로 반영된,

아니 行과 행 사이에 ,문장과 문장 사이에,

작품과 작품사이에 구축된 세계를 직접 느끼고 판단해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라고 술회했다.

 

우선 시의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애인 여래'!  

간결하면서도 딱딱하지 않는..

내용은 묵직한데 반해, 약간은 윗트 있는 뉴앙스를 풍기니 말이다.

평론이 전문이기도 한 저자 앞에서 내가 '뭘 운위한다'는 자체가 결례인지라,

나름대로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고 생각하는 시 한편을 올린다.(시집 제 99 쪽)

 

 좌선(坐禪)

 

타들어간다.

단단히 빗장을 지른

문들을 두드리며

지글지글 이내 몽뚱어리 기름되어

타들어간다.

그 어디쯤에선가

뜨거움이 뜨거움 아닐 때

빨간 불꽃 속에 누워

미소 짓는 나는,

몇 가닥 하얀 뼈마디를 추리며

한 마리 두마리 세 마리......

나비떼를 날려보내고 있다.

 

치열한 혼을 불사르며 참선하는 화자(話者)를 나와 동일시 해본다.

오랜 참구 끝에 하얀 뼈마디 몇개 추려내 드디어 득선한다.

그 것은 곧바로 나비가 되어 날아가고, 

화자는 또 다른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의 상태로 환원해버린 것이다.

마치 장주가 꿈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 듯,

아니 꺼꾸로 나비가 장주로 현화(顯化)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듯...

 

필자는 불교신문에 매월 한 번씩 칼럼 여시아문(如是我聞;내가 들은 바 그대로) 을 기고(寄稿)하고 있다.

하지만 엄격한 의미에서의 불교신자는 아니다. 산을 좋아하다 보니 그냥 선시쪽에 관심이 많을 뿐..

저자가 바랐던 것처럼 "편견없이 읽어"준다면, 읽는 이의 관점에 따라 시의 맛도 다를 터인즉,

각자 취향대로 완미(玩味)하기 바라는 뜻에서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