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창승부(憎蒼蠅賦)
-쇠파리를 미워하는 글
구양수(歐陽 脩)/송
蒼蠅蒼蠅(창승창승) : 쉬파리야, 쉬파리야,
吾嗟爾之爲生(오차이지위생) : 나는 네가 살아가는 것을 슬퍼한다.
旣無蜂蠆之毒尾(기무봉채지독미) : 벌이나 전갈같이 독있는 꼬리도 없고,
又無蚊蝱之利觜(우무문맹지리자) : 또 모기나 등에처럼 날카로운 부리도 없어서,
幸不爲人之畏(행불위인지외) : 다행히 사람들이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胡不爲人之喜(호불위인지희) : 어찌하여 사람들이 좋아하는 존재가 되지 못하는가?
爾形至眇(이형지묘) : 너의 모양이 지극히 작으니
爾欲易盈(이욕이영) : 네 욕심도 쉬이 채워진다.
盃盂殘瀝(배우잔력) : 술잔에 남은 찌꺼기나
砧几餘腥(침궤여성) : 도마 위에 남은 버린 고기 정도이니, (10)
所希秒忽(소희초홀) : 바라는 것이 아주 적으며
過則難勝(과칙난승) : 너무 많으면 감당하지 못한다.
苦何求而不足(고하구이부족) : 그런데도 괴롭게 무엇을 구하여 부족하길래
乃終日而營營(내종일이영영) : 종일토록 윙윙거리며 다니느냐?
逐氣尋香(축기심향) : 냄새 따라 향내 찾아
無處不到(무처불도) :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구나.
頃刻而集(경각이집) : 잠깐 사이에 모여드는 것은
誰相告報(수상고보) : 누군가가 서로 일러주기 때문인가?
其在物也雖微(기재물야수미) : 생물들 중에서 비록 미미한 존재이긴 하나,
其爲害也至要(기위해야지요) : 그것이 끼치는 해는 지극히 심하다. (20)
若乃華榱廣厦(약내화최광하) : 서까래가 화려한 넓은 집의
珍簟方牀(진점방상) : 진귀한 대나무 자리를 깐 침상에
炎風之燠(염풍지욱) : 더운 바람 불어 찌는 듯이 덥고
夏日之長(하일지장) : 여름날은 길기도 하여,
神昏氣蹙(신혼기축) : 정신이 혼미해지고 숨이 콱 막히고
流汗成漿(류한성장) : 땀은 비오듯 흐르며,
委四肢而莫擧(위사지이막거) : 사지가 축 늘어져 거동할 수가 없고
眊兩目其茫洋(모양목기망양) : 두 눈이 흐릿하고 아득할 적에는,
惟高枕之一覺(유고침지일각) : 오직 베개를 높이 베고 한잠 푹 자서
冀煩歊之暫忘(기번효지잠망) :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어볼까 하게 된다. (30)
念於爾而何負(념어이이하부) : 너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여
乃於吾而見殃(내어오이견앙) : 내가 이런 재앙을 당해야 하는가?
尋頭撲面(심두박면) : 머리에 찾아오고 얼굴에 부딪치며,
入袖穿裳(입수천상) : 소매 속에 들어가고 바지 속을 파고 들어가기도 하며,
或集眉端(혹집미단) : 눈썹 끝에 앉기도 하고
或沿眼眶(혹연안광) : 눈두덩을 따라 기어다니기도 하니
目欲瞑而復警(목욕명이복경) : 눈을 아무리 감으려 해도 다시 깨어나고,
臂已痺而猶攘(비이비이유양) : 팔이 저려오는데도 여전히 휘둘러 쫓아야만 하네.
於此之時(어차지시) : 이러한 때에는
孔子何由見周公於髣髴(공자하유견주공어방불) : 공자인들 어찌 주공을 꿈에서라도 비슷하게 볼 수가 있겠으며, (40)
莊生安得與蝴蝶而飛揚(장생안득여호접이비양) : 장자는 어떻게 나비가 되어 날아오를 수 있겠는가?
徒使蒼頭丫䯻(도사창두아고) : 쓸데없이 하인들과 계집종들에게
巨扇揮颺(거선휘양) : 큰 부채를 들고 부치게 하지만,
或頭垂而腕脫(혹두수이완탈) : 머리 숙여 졸아 팔에 힘이 빠지거나,
或立寐而顚僵(혹립매이전강) : 선 채로 졸다 뒤로 자빠지기 일쑤이다.
此其爲害者一也(차기위해자일야) : 이것이 쉬파리가 끼치는 첫 번째 해독이다.
又如峻宇高堂(우여준우고당) : 또, 지붕이 우뚝 솟은 고대광실에서
嘉賓上客(가빈상객) : 귀한 손님을 맞아서,
沽酒市脯(고주시포) : 술과 포를 사다가
鋪筵設席(포연설석) : 자리 깔고 주연을 베풀며 (50)
聊娛一日之餘閑(료오일일지여한) : 하루의 남은 여가를 즐기려 하는데,
奈爾衆多之莫敵(내이중다지막적) : 너희 무리들이 어찌나 많이 밀려오는지 당해낼 수가 없다.
或集器皿(혹집기명) : 그릇과 접시에 모여들기도 하고,
或屯几格(혹둔궤격) : 술상과 선반 위에 진을 치기도 하고,
或醉醇酎(혹취순주) : 혹은 진한 술에 취하여
因之沒溺(인지몰닉) : 그 때문에 떨어져 빠져버리기도 하고,
或投熱羹(혹투열갱) : 뜨거운 국 속에 몸을 던져
遂喪其魄(수상기백) : 혼백을 날려버리기도 하니,
諒雖死而不悔(량수사이불회) : 정말이지 비록 죽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나,
亦可戒夫貪得(역가계부탐득) : 이득을 탐하는 자들에게는 경계가 될 만하다. (60)
尤忌赤頭(우기적두) : 더욱 피해야 할 놈은 '붉은 머리'를 한 놈이니
號爲景迹(호위경적) : 이름은 '경적'이라고 한다.
一有霑汚(일유점오) : 이것이 한번 적시어 더럽혀 놓으면
人皆不食(인개불식) : 사람은 아무도 먹지 못하는데,
奈何引類呼朋(내하인류호붕) : 무리들을 끌어오고 친구를 불러와서는
搖頭鼓翼(요두고익) : 머리를 흔들고 날개를 펄덕이며
聚散焂忽(취산숙홀) : 모였다가 흩어지길 순식간에 하고
往來絡繹(왕래락역) : 왕래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을 어찌할 수가 있겠는가?
方其賓主獻酬(방기빈주헌수) : 손님과 주인이 막 술잔을 주고 받고 하며
衣冠儼飾(의관엄식) : 의관을 엄정히 하고 있다가도, (70)
使吾揮手頓足(사오휘수돈족) : 나로 하여금 손을 휘두르고 발을 구르며
改容失色(개용실색) : 몸가짐을 흐뜨려 트리고 낯빛을 바꾸게 한다.
於此之時(어차지시) : 이러한 때에
王衍何暇於淸談(왕연하가어청담) : 왕연은 어느 겨를에 청담을 논하겠으며,
賈誼堪爲之太息(가의감위지태식) : 가의도 어떻게 차마 큰 탄식이 나올 수 있었겠는가?
此其爲害者二也(차기위해자이야) : 이것이 쉬파리가 끼치는 두 번째 해독이다.
又如醯醢之品(우여혜해지품) : 또, 육장을 맛보고
醬臡之制(장니지제) : 장조림을 만들 때에는
及時月而收藏(급시월이수장) : 제 때가 될 때까지 담그 놓게 되는데
謹缾甖之固濟(근병앵지고제) : 독이나 항아리 뚜껑을 단단히 간수하도록 조심해야 한다. (80)
乃衆力以攻鑽(내중력이공찬) : 그런데도 이들은 힘을 합쳐 구멍을 뚫고
極百端而窺覬(극백단이규기) : 온갖 수단을 다하여 틈을 엿본다.
至於大胾肥牲(지어대자비생) : 큼직한 고기토막이나
嘉殽美味(가효미미) : 살찐 제물과 좋은 안주나
蓋藏稍露而罅隙(개장초로이하극) : 맛난 음식 같은 것을 간직할 때 조금이라도 들어나거나 틈이 나거나,
守者或時而假寐(수자혹시이가매) : 지키는 사람이 혹시 깜빡 졸아
纔少怠於防嚴(재소태어방엄) : 약간이라도 엄중한 방비를 태만히 하면,
已輒遺其種類(이첩유기종류) : 어느새 그 씨를 남겨놓아
莫不養息蕃滋(막불양식번자) : 틀림없이 키우고 번식시키니
淋漓敗壞(임리패괴) : 고기는 질척질척 썩어버리게 된다. (90)
使親朋卒至(사친붕졸지) : 이럴 때 친지나 벗들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索爾以無歡(색이이무환) : 내어놓을 것이 없어 쓸쓸하여 즐거움이 없어져,
臧獲懷憂(장획회우) : 남녀 종들은
因之而得罪(인지이득죄) : 이 때문에 근심에 싸이고 죄를 얻게 된다.
此其爲害者三也(차기위해자삼야) : 이것은 그 세 번째 해독이다.
是皆大者(시개대자) : 이런 것들은 모두 큰 예이고
餘悉難名(여실난명) : 나머지 것들은 일일이 들어 말하기가 어렵다.
嗚呼(오호) : 아!
止棘之詩(지극지시) : <시경> 소아의 '지극'의 시가
垂之六經(수지육경) : 육경으로써 전해지고 있다. (100)
於此見詩人之博物(어차견시인지박물) : 여기에서 시인들이 사물을 널리 알고 있으며
比興之爲精(비흥지위정) : 비유와 흥의 수법을 정교히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宜乎以爾刺讒人之亂國(의호이이자참인지난국) : 너로써 참소꾼들이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을 풍자한 것은 참으로 마땅한 일이다.
誠可嫉而可憎(성가질이가증) : 정말이지 밉고 가증스럽다.
* 구양 수(歐陽 脩, 1007년~1072년)는 중국 송나라 인종과 신종 때의 정치가ㆍ시인ㆍ문학자ㆍ역사학자이다. 자는 영숙(永叔)ㆍ취옹(醉翁)ㆍ육일거사(六一居士) . 시호(諡號)는 문충(文忠)이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다.(위키백과)
* 출처; 고문진보 후집 부류.
* 쇠파리. 작은 것은 파리이다. 사진 다음블로그 구자운 동물에서 인용.(2014.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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