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石蒼舒醉墨堂(석창서취묵당)/소식(송)-명시 감상 616

한상철 2020. 7. 1. 07:25

石蒼舒醉墨堂(석창서취묵당)

-석창서의 취묵당에서

 

                                       蘇軾(소식)/송

 

人生識字憂患始(인생식자우환시) 글자를 깨우치며 인생의 걱정이 시작되나니

姓名粗記可以休(성명조기가이휴) 이름이나 쓸 줄 알면 배우는 것 그만둬야 하리

何用草書誇神速(하용초서과신속) 어쩌자고 빠르게 쓰는 것 자랑하듯 초서로 써서

開卷惝怳令人愁(개권창황연인수) 두루마리 펼치면 읽지 못해 시름 일게 하는가

我嘗好之每自笑(아상호지매자소) 나도 일찍이 초서를 좋아하여 언제나 웃음짓곤 했는데

君有此病何能瘳(군유차병하능추) 그대는 어떻게 하여 이 병을 고치려 하는가

自言其中有至樂(자언기중유지락) 스스로 말하기를 그 안에 지극한 즐거움이 있다 하고

適意不異逍遙遊(적의불이소요유) 뜻에 맞아 소요유와 다를 것이 없다 하더니

近者作堂名醉墨(근자작당명취묵) 근래에 집 지어 이름을 묵향에 취하는 집이라고 하였다니

如飮美酒消百憂(여음미주소백우) 맛 좋은 술 마신 듯 온갖 걱정 잊겠다는 것이겠지 (10)

乃知柳子語不妄(내지유자어불망) 유자후가 했던 말이 허망하지 않은 것을 알겠는데

病嗜土炭如珍羞(병기토탄여진수) 병적으로 좋아하면 흙과 숯도 진미로 여긴다고 했지

君於此藝亦云至(군어차예연운지) 그대도 초서에 대한 공부가 지극하다 하겠는데

堆墻敗筆如山邱(퇴장패필여산구) 쓰다가 버린 붓 담장 옆에 무덤처럼 쌓여있고

興來一揮百紙盡(흥래일휘백지진) 흥 오르면 붓 한 번 들어 백 장이나 써 갈기며

駿馬倏忽踏九州(준마숙홀답구주) 뛰어난 말 달리듯 순식간에 온 천지를 내달리지

我書意造本無法(아서의조본무법) 마음을 따르는 내 글씨는 서법을 따르지 않아

點畫信手煩推求(점화신수번추구) 글씨나 그림은 쓴 김에 번거로움을 추구하지 않네

胡爲議論獨見假(호위의론독견가) 그대는 어쩌자고 내 글씨를 유난스럽게 칭찬하면서

隻字片紙皆藏收(척자편지개장수) 글자 하나 종이 한 장까지 챙겨두는가 (20)

不減鍾張君自足(불감종장군자족) 그대 솜씨 종요와 장지에 비해 모자람이 없고

下方羅趙我亦優(하방라조아역우) 나 또한 나휘나 조습에 견주어 나은 점도 있는데

不須臨池更苦學(불수임지갱고학) 연못을 먹물로 채워가며 힘들여 배우려고 하지 말고

完取絹素充衾裯(완취견소충금주) 흰 비단 그대로 가져다 이부자리로 쓰게나 (24)

 

▶ 石蒼舒(석창서): 인명

▶ 開卷(개권): 서책을 펴다. 독서를 가리킨다.

▶ 惝怳(창황): 낙담하다. 쓸쓸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다.

▶ 至樂(지락): 《장자莊子》의 편명篇名이다. 지극한 즐거움을 가리킨다.

▶ 逍遙遊(소요유): 《장자莊子》의 편명篇名이다. 걸림 없고 자유로이 거니는 것을 가리킨다.

▶ 柳子(유자): 유종원柳宗元을 가리킨다.

▶ 土炭(토탄): 흙과 숯. 유종원柳宗元이 「報崔黯秀才論爲文書」란 글에서 吾嘗見病心腹人, 有思啖土炭, 嗜酸鹹者, 不得則大戚, 其親愛之者不忍其戚, 因深而與之(내가 일찍이 속에 병이 들어 흙이나 숯을 먹을 생각을 하는 이를 보았는데, 흥취를 좋아하는 이는 그것을 얻지 못하는 것을 크게 슬퍼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과 깊이 친해져 있어 슬픔을 찾아내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 敗筆(패필): 쓰다가 망가진 붓. 시문이나 그림 중에 잘못된 곳.

▶ 山邱(산구): 작은 토산. 묘지.

▶ 倏忽(숙홀): 별안간. 돌연.

▶ 九州(구주): 중국의 별칭. 천하를 가리키기도 한다.

▶ 信手(신수): ~하는 김에. 백거이白居易는 「琵琶行」에서 低眉信手續續彈, 說盡心中無限事(눈썹을 내리깔고 손 가는 대로 튕겨서 / 맘속에 든 것 다 말하니 그 사연이 끝이 없네)’라고 읊었다.

▶ 隻字片紙(척자편지): 글자 하나 쪽지 한 장

▶ 藏收(장수): 수장하다. 보존하다.

▶ 鍾張(종장):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종요鍾繇와 동한東漢의 장지張芝를 병칭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서법書法으로 이름이 높은 이들이다.

▶ 羅趙(나조): 진晉나라의 나휘羅暉와 조습趙襲을 병칭한 것이다. 두 사람 역시 당시 서법가로 이름이 높았다.

▶ 臨池(임지): 진晉나라 위항衛恒이 쓴 《四體書勢》에서 張芝凡家中衣帛, 必書以後練之, 臨池學書, 池水盡墨(장지의 집에서는 옷감을 반드시 글을 쓴 다음에 표백했고, 연못으로 가서 글씨를 쓰고 붓을 빨아 연못의 물이 모두 검게 변했다)’이라고 했다. 서법書法을 臨池라고 한 것이 이로부터 유래되었다.

▶ 絹素(견소): 물들이기 전 흰 비단을 가리킨다. 두보杜甫는「丹靑引」에서 詔謂將軍拂絹素, 意匠慘淡經營中(조칙으로 장군에게 흰 비단 펼쳐 그리게 하니 / 어떻게 그려낼까 온갖 궁리 다해보네)’이라고 읊었다.

▶ 衾裯(금주): 침구와 휘장과 이부자리 등.

 

* 인종仁宗 희령熙寧 2(1069), 소식이 서른네 지은 것이다. 석창서石蒼舒는 소식과 막역했던 사이로, 소식이 봉상부鳳翔府에 있을 때도 장안長安을 오갈 때는, 그의 집을 방문했던 것으로 기록은 전하고 있다. 취묵당이라는 당호에서 짐작하듯, 또한 서법에 상당한 조예가 있었으나, 관직과 관련하여 所薦不達而卒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그의 생이 길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출처] 소식 - 석창서취묵당|작성자 들돌. 네이버 블로그 물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깃털처럼에서 인용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