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가인)
-산속의 미인
두보/당
絶代有佳人(절대유가인) 당대에 보기 드문 아름다운 사람이 있어
幽居在空谷(유거재공곡) 빈 골짜기에 조용히 살고 있지
自云良家子(자운양가자) 스스로 말하기를 양가의 자식인데
零落依草木(영락의초목) 집안이 어려워져 초근목피에 의지한다나
關中昔喪亂(관중석상란) 지난 날 관중에서 난리가 나서
兄弟遭殺戮(형제조살륙) 형제자매가 모두 죽임을 당했다지
官高何足論(관고하족론) 벼슬이 높았지만 애써 따져 무엇하랴만
不得收骨肉(부득수골육) 식구들의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다네
世情惡衰歇(세정오쇠헐) 세상 인정은 쇠잔함을 꺼리고
萬事隨轉燭(만사수전촉) 만사는 바람결의 촛불 같은 것이라네
夫壻輕薄兒(부서경박아) 남편이란 사람은 경박한 사내라
新人美如玉(신인미여옥) 들여온 새 사람을 옥같이 이뻐하네 (12)
合昏尙知時(합혼상지시) 자귀나무 꽃도 오히려 때를 알고
鴛鴦不獨宿(원앙부독숙) 원앙새도 혼자서는 잠 못 드는데
但見新人笑(단견신인소) 단지 남편은 새 사람의 웃음은 봐도
那聞舊人哭(나문구인곡) 어찌하여 나의 울음은 듣지 못하는가
在山泉水淸(재산천수청) 산에 있을 때 샘물은 맑지만
出山泉水濯(출산천수탁) 산을 나오면 샘물도 흐려지는 법
侍婢賣珠廻(시비매주회) 몸종은 패물을 팔아 돌아오고
牽蘿補茅屋(견라보모옥) 넝쿨가지(이끼 류) 끌어와 초가를 보수하네 (20)
摘花不揷髮(적화부삽발) 꽃을 꺾어도 머리에 꽂지 않고
采柏動盈掬(채백동영국) 잣을 따 이따금 손에 가득 움켜쥐네
天寒翠袖薄(천한취수박) 날씨가 차가워지니 푸른 소매는 엷은데
日暮倚修竹(일모의수죽) 저물녘 키 큰 대나무에 기대어보네 (24)
- 關中: 함곡관(函谷關) 서쪽 지역.
- 衰歇: 衰殘.
- 轉燭: 촛불이 바람따라 움직이는 것. 염량한 세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夫壻: 남편(丈夫).
- 新人: 남편이 새로 취(聚)한 처자.
- 合昏: 자귀나무꽃(夜合花).
- 舊人: 佳人 본인.
- 賣珠: 생활이 궁핍해 패물을 팔다.
- 動: 왕왕(往往).
* 수사법이 절묘한 걸작이다. 24구 배율이다.
* 한시 자료와 그림은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무하유지향에서 스크랩 후, 인용 수정함.(2017. 6. 23)
* 청대(淸代) 화가 예전(倪田)의 <일모의수죽(日暮倚修竹)> 단선(團扇) (1891年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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