命裏(명리)
-목숨 가운데
文天祥(문천상/남송)
熊羆十萬建行臺(웅비십만건행대) 용사 십만 명은 행대를 짓고
單騎誰教免胄來(단기수교면주래) 홀로 말을 타니 누가 목숨을 걸게 했나
一日捉將沙漠去(일일착장사막거) 어느 날 장수를 잡아 사막으로 가더니만
遭逢碧眼老回回(조봉벽안로회회) 눈동자가 파란 회족을 우연히 만났네 (번역 한상철)
☞ 文天祥(문천상/남송), <命裏(명리)>
- 熊羆: 곰과 불곰(말곰, 큰곰). 무사, 용사.
- 行臺: 고관이 지방을 순시할 때 임시 주재소. 가설무대.
- 單騎: 혼자 말을 타고 감, 또는 그 사람.
- 免胄: 투구를 벗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감하게 싸우다"라는 뜻의 관용적 표현. 춘추시대 진(晉)나라 명장 선진(先軫)이 "투구를 벗고 적진으로 뛰어들어 전사했다"(免胄入狄師 死焉)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온다.
- 遭逢: 우연히 만나다(遭遇).
- 碧眼: 동공(눈동자)이 파란 눈.
- 老回回: 회족(回族). 동간(東干)이라고도 부르는 무슬림(穆斯林) 중국인.
- 안사(安史)의 난(亂)과 뒤이은 토번(吐藩/투르판)의 장안 점령사건(763년)이 마무리되면서 唐나라 조정은 한숨을 돌린다. 그러나 뜻밖에 복고회은(僕固懷恩)의 난이 일어나 唐나라 조정은 크게 긴장한다. 僕固懷恩은 투르계의 무장(武將)으로 안사의 난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런 그가 난이 진압된 뒤 1년 만인 764년 1월 당(唐)나라 조정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의 반란은 명장 郭子儀에 의해 가볍게 저지당한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회흘(回紇/위구르)과 吐藩을 끌어들여 재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채 765년 병사(病死)하고 만다. 僕固懷恩의 죽음으로 전란은 唐과 回紇, 吐藩이 각축하는 국제전으로 비화한다. 唐은 토번의 공세는 어렵사리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回紇이 吐藩과 손을 잡자 다시 위기에 빠진다. 이때 郭子儀가 단기필마(單騎匹馬)로 回紇로 들어가 그들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상황은 반전된다. 결국 吐藩이 回紇과 唐의 협공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퇴함으로써 마침내 전란은 종결된다. 위의 시는 이때의 상황을 읊은 것이다.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무하유지향에서 인용 수정.(2022. 8. 25)
* 북송 이공린(李公麟)의 <免胄圖> 手卷 (設色絹本, 55×39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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